체인·남양유업 갑질, ‘상위법’으로 막아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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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인·남양유업 갑질, ‘상위법’으로 막아질까? 모범거래기준 등 폐지 우려에 공정위 “상위법에 내용 포섭”

기사입력2014-06-14 00:00

박영미 기자 (young07@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폐지가 예고된 프랜차이즈 모범거래기준과 유제품 대리점 모범거래기준 등의 주요 ‘상징적’ 조항들이 상위법령이나 고시에는 구체적으로 적시되지 않았다는 논란이 제기된 가운데 공정거래위원회는 “구체적 조항은 아니더라도 대부분의 내용이 상위법령 등에 포함돼 있다”는 입장을 재차 확인했다.

지난달 21일 공정거래위원회는 모범거래기준과 가이드라인을 대폭 정리해 9개 모범거래기준과 가이드라인 9개 등 총 18개를 폐지하고, 5개는 심사지침으로 개편하며, 2개는 상위법령에 근거가 신설되거나 이관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5개 가맹사업분야 모범거래기준

거리제한 폐지…계약 때 영업지역 설정

이 중 ▲제과·제빵 ▲피자 ▲치킨 ▲커피 ▲편의점 등 5개 가맹사업(프랜차이즈) 분야 모범거래기준은 가맹본부의 횡포로 인한 가맹점주의 피해를 막기 위한 것으로, 지난 2012년 4월 제과·제빵 분야를 시작으로 같은 해 12월 편의점 분야까지 모범거래기준이 지정된 바 있다. 이에 앞선 2011년 5월 외식업 분야 650여개 가맹점에 대한 공정위 전화설문조사 결과, 한 지역 300m내 추가 출점으로 기존 가맹점의 매출액이 22% 하락하고 영업지역 침해 등의 문제로 폐업률이 12%에 육박한다는 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이들 모범거래기준에는 각각의 분야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250m부터 1500m까지 영업지역 거리제한이 존재한다. 편의점은 250m, 빵집·커피집은 500m, 치킨집은 800m 식이다. 그러나 개정된 가맹거래법 제11조와 제12조의4에 따르면 거리제한 대신 가맹본부가 가맹계약 체결 시 ‘영업지역’을 설정해 계약서에 이를 기재하도록 하고 있다. 상권 변화 등의 사유가 발생할 경우에는 ‘상호협의’ 하에 영업지역을 변경할 수 있다는 조항도 포함돼 있다.

지난 2011년 공정위가 폐점한 가맹점 23개를 대상으로 시행한 설문조사 결과 61%에 해당하는 14개가 리뉴얼을 강요당한 경험이 있다고 답했으며, 계약갱신 조건으로 매장이전·확장이나 인테리어 교체를 강요하는 사례가 있다고 응답한 바 있다.

공정위는 지난달 21일 이 모범거래기준의 폐지를 예고했다. 8월 시행되는 개정 가맹거래법에 주요내용이 포함된다는 것. 그러나 기존의 거리제한 규정은 법령에 포함되지 않았다.

공정위 관계자는 중기이코노미와의 전화 통화에서 “모범거래기준은 분야별로 지정된 것이며, 특정 업종에 대한 권고사항이라 법적 구속력은 없었다. 하지만 가맹사업법은 법적 효력을 갖고, 이를 어길 경우 시정명령이나 과징금 등의 제재를 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영업지역 설정이 가맹계약서의 필수적인 사항인지와 구체성, 실효성을 가졌는지를 묻는 질문에 “가맹계약서 작성 시점에 영업지역 설정은 필수적이지만, 저마다 다른 상권의 특성상 영업지역 설정을 (몇 미터 거리제한과 같은) 하나의 방식으로 일률적으로 적용하는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다만, “가맹계약서 작성시 행정구역·지도·도로 등을 이용하거나, 가능한 경우 거리제한 같은 것을 이용해 영업지역을 설치할 수는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관계자는 또 가맹사업본부와 가맹(희망)점주와의 협상력·정보력·법적 지식 측면에서 불균형을 감안한 일종의 ‘(영업지역 설정과 관련된) 표준 양식’을 제정하거나 장려할 계획이 있느냐는 중기이코노미의 질문에는 즉답을 피했다.

“리뉴얼 강요 금지”…주기 등에 대한 내용은 없어

한편 편의점을 제외한 4개 가맹분야 모범거래기준에서는 5년에서 7년까지 매장 리뉴얼(점포환경 개선) 주기가 명시돼 있었지만, 개정된 가맹거래법 제12조의2는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정당한 사유’ 없이는 점포개선을 강요해서는 안 된다고만 적고 있다. 주기에 대한 구체적 내용이나 계약갱신과 같은 특수한 상황에 대한 내용은 명시되지 않았다.

공정위는 부당한 리뉴얼 금지도 같은 법 제12조의2(부당한 점포환경개선 강요 금지 등)와 대통령령으로 규정된다고 덧붙였다. 이 조항은 “노후화가 객관적으로 인정되거나, 위생 또는 안전의 결함이나 이에 준하는 사유로 인하여 가맹사업의 통일성을 유지하기 어렵거나 정상적인 영업에 현저한 지장을 주는” 경우와 같은 ‘정당한 사유’ 없이 강요할 수 없고, “소요되는 비용도 100분의 40(확장 또는 이전이 수반되지 않을 경우는 100분의 20)까지 가맹본부가 소요금액을 부담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물론 이를 어길 경우 시정명령과 과징금 등의 조치를 가할 수 있다. 다만, 가맹점사업자의 자발적 리뉴얼과 가맹점사업자의 귀책사유로 인해 발생하는 불가피한 리뉴얼은 예외다.

유제품 밀어내기 등 금지 조항 “상위법에서 포섭”

한편 남양유업 막말 파문으로 만들어진 유제품 제조·판매 사업자와 대리점간 거래상 지위남용 방지를 위한 모범거래기준은 지난달 12일부터 시행된 계속적 재판매거래 등에 있어서의 거래상 지위 남용행위 세부유형 지정고시(일명 대리점 고시)에 주요 내용이 포함돼 있다는 이유로 폐지가 예고됐다.

기존 모범거래기준에서는 사업자가 대리점의 주문내역을 임의로 변경할 수 없으며 예외적인 경우에만 사전협의를 거쳐 변경할 수 있다고 명시돼 있다. 또 유제품 제조·판매업자가 제품판매에 따른 외상매출금을 약속어음 등으로 수금하는 대신에 금융기관과 계약을 체결해 금융기관이 판매대금의 회수를 대행하도록 하는 자금결제방식인 판매전용카드를 대리점이 사용할 것을 강요할 수도 없다고도 정해져 있었다.

새 대리점 고시에서는 주문내역 임의 변경과 같은 구체적 내용은 찾아볼 수 없다. 이에 대해 공정위 관계자는 중기이코노미와의 통화에서 “대리점 고시에서 해당 내용의 대부분이 ‘포섭’된 것으로 이해하면 된다”고 밝혔다. 고시 제4조가 “공급업자는 판매업자가 청약 또는 주문하지 않은 상품을 일방적으로 공급하고 이를 구입한 것으로 정산하거나 이에 준하여 회계처리하는 행위를 해서는 안된다”고 규정하고 있어, 이 행위들 안에 주문내역 임의변경 등의 내용이 포함된 것으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대리점 고시에는 판매전용카드와 같은 공급자에게 유리한 결제방식 강요와 같은 구체적인 내용도 포함돼 있지 않다. 공정위는 ▲계약 유효기간 중에 정상적인 거래관행에 비추어 부당한 거래조건을 추가한 새로운 계약을 일방적으로 체결하는 행위 ▲계약의 전부 또는 일부를 해지하더라도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없도록 하는 행위 등을 금지한 고시 제7조의 조항에 이 내용들이 포섭된 것으로 해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