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화장품시장은 약 4조엔 규모로 굉장히 매력적인 시장인 것은 확실합니다. 하지만 결코 만만치 않은 시장이라는 점도 잘 알아야 합니다. 철저한 현지화와 약사법에 대한 준수, 유능한 도매상을 활용해 포기하지 않고 꾸준하게 진출을 시도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일본시장에 성공적으로 진출하게 되면, 이후 미국·유럽 시장 진출을 위한 레퍼런스까지 확보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코스메틱 브랜드 ‘메디힐’을 제조·판매하는 엘앤피코스메틱㈜ 어재선 이사(일본 사무소장)는, 코트라가 17일 개최한 ‘일본지역 시장 진출전략 웹 세미나’에서 이렇게 당부했다.

<그래픽=채민선 기자>   ©중기이코노미

엘엔피코스메틱이 2012년 선보인 마스크팩 전문 브랜드 메디힐은 출범 초기 매출액 75억원에서 2016년 4000억원을 돌파하며 빠르게 성장했다. 국내뿐 아니라 중국시장의 반응도 뜨거워 중국내 마스크팩 판매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그러나 사스 사태로 중국 판매에 불확실성이 증가하면서 글로벌시장으로 눈을 돌려 해외에서 인지도를 높이고 있다.

엘엔피코스메틱은 2017년 처음 일본시장에 진출했다. 지난해 기준 일본은 중국·홍콩·미국에 이어 4번째로 한국화장품을 많이 수입하는 나라다. 그러나 2017년 당시만 해도 한국화장품에 대한 인지도가 낮아 한국화장품을 판매하기 어려운 시장이었다.

그들만의 리그 ‘대리상’ 문화 이해해야

일본에서 화장품이나 생활용품을 판매하기 위해서는 그들만의 리그인 ‘대리상’ 문화를 이해해야한다는 것이 어 이사의 설명이다. 일본 오프라인유통에서 TV홈쇼핑이나 대형유통점 등이 브랜드사와 직접 거래하는 사례는 거의 없다. 중간 대리점이 브랜드사로부터 유통마진을 받고 제품을 주요 유통업체에 분배하는 방식이 일반적이다. 화장품 매출의 경우 온라인판매가 차지하는 비중이 6%에 불과한 일본에서 오프라인 대리상 선택은 필수다.

메디힐은 일본시장에 진출할 당시 이미 한국산 병행제품이 많이 들어와 있는 상황에서, 이들 제품과 차별화를 위해 일본에서 제조하는 방법을 택했다. 일본제조 상품이라는 강점을 대리상에게 어필하기 위한 전략이었다.

일본의 대리상은 단순히 중간 유통만을 담당하는 것이 아니라 수입통관, 시장조사, CS센터 역할, 마케팅 등 다양한 영역을 대리해준다. 따라서 한국의 유통과 다른 일본 유통구조에서 살아남으려면 대리상을 적절히 활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일본어 패키지·약사법 저촉여부 등 주의

제품 패키지는 일본어로 제작하는 것이 좋다. 과거에는 한국제품에 일본어 스티커를 붙여 판매하는 경우도 많았지만, 최근에는 일본어 패키지를 요구하는 추세다.

특히 일본 약사법은 매우 엄격하고 까다로운 뿐 아니라, 3개월에 한번 바뀐다고 할 만큼 변화가 심해 특히 신경써야한다. 메디힐 마스크팩 패키지의 경우에도 한국의 링거병으로 디자인해 출시했지만, 일본 약사법에 저촉돼 스포이드 모양으로 재디자인해 판매하고 있다. 또 약사법상 ‘미백’, ‘주름개선 기능성’ 등의 문구도 표기할 수 없다.

일본에서 판매되는 화장품에는 제조연월일이나 사용기한 등을 소비자가 인식하지 못하도록 로트 번호(Lot Number)로 관리하는 것이 좋다. 유통기한 표기가 오히려 고객 클레임의 요소가 될 수 있어, 도매상들은 유통기한을 관리하되 소비자가 인식할 수 없도록 표기하는 방식을 선호한다. 유통기한이 표기되지 않으면 판매할 수 없는 우리나라 유통시장과 다른 점이다.

한국화장품 주 소비자층 10~20대 여성, 가성비·SNS 관리 신경써야

일본에서 한국화장품을 소비하는 주요 소비자층은 10~20대 여성이다. 이들은 가성비를 중시하고, 한류문화를 선호하기 때문에 진출 전 경쟁사의 가격을 조사해 가격전략을 잘 세워야 한다. 또 일본의 10~20대는 주로 트위터나 인스타그램을 사용하기 때문에, 이들 채널 관리와 인플루언서 마케팅은 필수다. 이외에도 제품을 전문으로 진열하는 ‘집기’와 제품 판매실적 등을 표시하는 ‘어텐션씰’을 철저히 관리한다면, 소비자는 물론 도매상의 선택을 받는데 유리하다. 

어 이사는 “유능한 대리상을 선택하는 것만으로 일본시장에서 발생할 수 있는 여러 리스크를 줄일 수 있는 방안이 된다”며 “제품등록, 수입대행, 도매영업을 일임하고 마케팅까지 해 줄 수 있는 대리상을 선택한다면 금상첨화”라고 말했다.

최근 악화일로인 한일관계가 화장품기업의 일본 진출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가라는 질문에 어 이사는 “그 동안 여러 차례 한일관계가 악화된 사례가 있었지만, 한일관계 악화가 일본내 한국화장품 매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한국화장품을 좋아하는 10~20대들이 정치에 큰 관심이 없고, 오히려 한일관계 악화로 한국화장품을 쓰지 못할까 걱정하는 분위기라는 말도 덧붙였다. 중기이코노미 채민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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