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당 배진교·장혜영 의원과 정의당 민생본부, 경실련, 참여연대, 한국노총 등은 23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는 벤처투자에 대한 재벌규제 완화정책을 전면 재검토해야한다고 촉구했다.   ©중기이코노미

벤처산업 투자활성화를 명분으로 정부·여당이 추진 중인 벤처산업 규제완화 입법이 재벌의 벤처산업 지배를 강화하고, 지배주주의 이익독식을 초래한다며 반대하는 목소리가 크다.  

정의당 배진교·장혜영 의원과 정의당 민생본부·경실련·참여연대·한국노총 등은 23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벤처산업 규제완화 입법에 대한 전면 재검토를 촉구했다.

정의당 등, 정부·여당의 벤처산업 규제완화 입법 전면 재검토 촉구

정부·여당은 최근 ▲일반지주회사의 기업형벤처캐피탈(Corporate Venture Capital) 소유 허용 ▲벤처지주회사의 비계열사 주식 소유제한 폐지 ▲비상장 벤처기업에 대한 차등의결권 도입 등의 내용을 담아 관련 입법을 추진 중이다. 

◇일반지주회사의 CVC 소유 허용=최근 더불어민주당 김병욱·이원욱 의원, 미래통합당 송언석 의원은 일반지주회사의 CVC 소유를 허용하는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발의했다. 

이 개정안에 대해 배진교·장혜영 의원 등 기자회견에 참석한 단체들은 금산분리 원칙에 반한다고 주장했다. 금산분리 원칙이란 투자자의 자금으로 운영되는 금융사가 산업자본 또는 재벌총수의 사금고로 악용되는 폐단을 막기 위한 최소한의 장치다. 

이들 단체는 일반지주회사의 CVC 보유로 나타날 부정적 효과를 거론하며, 금산분리 원칙을 깰 이유가 없다고 비판했다. CVC를 통해 외부투자자금 유치하고, 그 자금이 재벌총수일가가 소유한 벤처기업에 투자되면, 외부자금을 동원한 ‘투자 몰아주기’ 형태로 재벌총수의 사익편취, 경제력 집중 등 최악의 부작용이 나타난다는 주장이다. 

아울러 공정거래위원회 역시 “지주회사가 타인의 자본으로 지배력을 확장할 경우 기업 지배의 책임성과 투명성 확보라는 지배구조개선과 공정경제 근간을 위협하게(될 수 있다)”는 입장이라고 소개하고, 일반지주회사의 CVC 소유는 전면 재검토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벤처지주회사의 비계열사 주식 소유제한 폐지=공정거래위원회가 최근 입법예고한 공정거래법 전면개정안은 벤처지주회사의 비계열사 주식 소유를 허용하는 특혜규정을 담았다. 

대기업지주회사의 비계열사 주식지분율을 5%로 제한하는 공정거래법 관련규정의 취지는, 재벌대기업의 무분별한 계열사 확장과 경제력 집중을 방지하기 위한 최소한의 규제다. 따라서 벤처지주회사에 대해 제한을 풀 경우 재벌대기업의 독과점 강화, 신생기업의 자유로운 시장진입 차단 등과 같은 우리 산업생태계의 고질병이 벤처생태계에 고스란히 재현된다는 게 정의당 등 기자회견에 나선 이들의 주장이다. 

◇비상장 벤처기업에 차등의결권 도입=더불어민주당 양경숙 의원은 자본시장 활성화를 이유로 비상장 벤처기업에 차등의결권 주식 발행을 허용하는 벤처기업 육성에 관한 특별조치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정의당 등은 “차등의결권 주식은 상법 상 1주 1의결권 원칙에 위배된다” 며 “특히 소수주주의 권리보장이 취약하고, 기업지배구조상 견제와 균형의 원리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한국의 현실을 감안한다면, 차등의결권 도입은 대주주에게 더욱 과도한 기업지배권을 부여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우려했다. 

개정안은 차등의결권을 비상장 벤처기업에게만 허용한다지만, “의결권과 관련된 규정들은 모두 시행령에 위임하도록 규정하고 있(다)”며 “벤처기업 및 일반 기업에게까지 차등의결권 주식 발행을 허용하는 신호탄”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이들은 “차등의결권 도입은 주주이익 대변 및 기업가치 향상보다 지배주주의 사익을 추구하는 방식으로 기업경영이 이루어지도록 만들어, 오히려 코리아디스카운트 및 벤처산업에 대한 투자저하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며 “벤처기업 성장을 기치로 한 정책이 도리어 벤처산업의 발전을 발목 잡는 우가 될 수 있음”을 경고했다. 

◇불평등 구조 완화 및 공정경제 위한 제도적 기반부터 마련해야=정의당 등은 벤처산업 규제완화 추진에 앞서, 소수주주권 보호 및 기업경영에 대한 합리적인 견제장치, 공정경제 확립 등 제도의 기본 기반부터 다질 것을 정부에 촉구했다. 

구체적인 방안으로 ▲현행 대기업 투자 유치 중심의 경제정책 재검토 ▲대·중소기업간 전속거래구조에서 발생하는 기술탈취, 불합리한 이익분배 등 불공정거래 관행 타파 ▲집중투표제, 전자투표제도 등 소수주주의 기업지배구조 참여보장 및 독립적 감사 선임, 이사회와 집행임원의 분리 등 견제장치 마련 ▲모험적 창업에 실패할 경우에도 충분히 재기 가능한 안전망 구축을 제안했다. 중기이코노미 채민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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