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당 배진교·장혜영 의원과 정의당 민생본부, 경실련, 참여연대, 한국노총 등은 23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는 벤처투자에 대한 재벌규제 완화정책을 전면 재검토해야한다고 촉구했다.   ©중기이코노미

CVC는 비금융기업이 재무적 이익 추구 뿐만 아니라 전략적 목적으로 독립적인 벤처기업에 투자해 소수주주 지분투자자의 지위를 획득하는 것을 말한다.

정부가 이달 1일 ‘2020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을 통해 제2벤처붐 조성을 위해 기업형 벤처캐피탈 도입을 제한적으로 허용하는 방안을 검토한다는 내용을 발표한 후, 지난 11일 홍남기 부총리 또한 일반지주회사의 기업형 벤처캐피탈 제한적 보유 추진 방안을 마련하겠다는 내용을 발표했다.

이어 더불어민주당 김병욱·이원욱 의원과 미래통합당 송언석·이영 의원이 각각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안’을 발의했다. 일반지주회사의 주식소유가 금지되는 대상에서 CVC를 제외하고자 하는 것이 골자다.

대기업 CVC 소유가 벤처투자 활성화 효과적 방안 아냐

박상인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경실련 정책위원장)는 더불어민주당 박용진 의원과 경실련이 26일 개최한 ‘벤처캐피탈 규제완화는 혁신인가, 재벌특혜인가?’ 토론회에서 “일반지주회사 재벌에게 CVC를 허용하면 벤처투자가 늘 것이라는 주장은 우리 현실을 외면한 감언이설”이라고 했다.

대기업의 CVC 소유 허용이 벤처투자 활성화를 위한 가장 효과적인 방안이라고 포장하는 것은 현실과 다르다. 삼성처럼 지주회사가 아닌 대기업집단, 금융지주회사 중 일부도 CVC를 이미 설립해 벤처기업에 투자하고 있으며, 일반지주회사도 지분투자를 통해 이미 벤처기업에 투자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에서 현재 40~50개의 기업이 CVC를 운영 중에 있으며, 국내 상위 20대 기업 대부분이 이미 벤처에 투자하고 있다는 것이 박 교수의 설명이다.

코리아스타트업 포럼에 따르면, 한국 스타트업 투자의 특징은 시드·엔젤 투자에 집중돼 있고, 후기투자는 건수 기준 1%에 불과하다. 또 정부 정책자금 위주의 투자가 주를 이루며 후기 벤처에 투자되는 메가 투자는 해외 VC에 의해 주도되고 있다.

이 때문에 정부도 금융위원회를 통해 올해 말까지 조성되는 8조원 규모의 성장지원펀드를 2022년까지 15조원 규모의 스케일 업 펀드로 확대하겠다는 방침을 밝힌바 있다. 그에 앞서 벤처기업들의 자금통로로 활용돼 온 크라우드 펀딩의 발행한도도 연간 15억원에서 30억원으로 늘리는 방안을 발표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마치 CVC를 일반지주회사 등 대기업에 허용하지 않아 벤처생태계에 자금이 부족하다는 식의 접근은 맞지 않다는 것이 박 교수의 설명이다. 이미 시장에 자금은 충분하지만, 이들이 효율적으로 벤처생태계로 흘러들지 않을 뿐이라는 것이다.

CVC 규제 완화 시도는 금산분리 원칙을 훼손하고 있다

CVC와 관련해 공정거래법 제8조의2 제2항에서는 일반지주회사가 금융회사를 자(손)회사로 보유할 수 없는 금산분리 원칙을 규정하고 있다. 또, 공정거래법에서는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소속 중소기업창업투자회사는 국내계열사의 주식을 취득하거나 소유할 수 없도록 규정한다.

<그래픽=채민선 기자>   ©중기이코노미

그러나 더불어민주당 김병욱 의원과 이원우 의원의 공정거래법 개정안에서는 소유하는 주식이 중소기업창업지원법에 따른 중소기업창업투자회사 및 여신전문금융업법에 따른 신기술사업금융업자인 경우(이하 기업주도벤처캐피탈, CVC) 금산분리에서 제외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박 교수는 이들 개정안에 대해 재난 자본주의 1호 법안이라고 비판했다. CVC 규제완화는 총수일가의 세습과 사익편취에 악용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지주회사 규제의 근본적인 목적인 경제력 집중 방지를 위한 금산분리와 출자단계 및 지분율 규제를 무력화하는 출발점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기술탈취 징벌손배 등 중소벤처기업 보호가 혁신 유인

박 교수는, 미국에서 계열사 편입을 통한 투자자금 회수 비중이 높고 CVC가 활성화 되는 가장 중요한 원인은 기술탈취에 대한 징벌배상과 같은 기업 보호장치가 마련돼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벤처혁신은 CVC를 통해 이뤄지는 것이 아니라 징벌배상제 등 기술탈취를 막기 위한 제도 도입 등 실질적인 기업보호 노력이 더 본질적인 해답이 된다는 얘기다.

지금까지의 재벌체제는 기술탈취가 만연해 전속거래를 하는 중간재 산업 혁신의 유인이 되지 못했다. 단가 후려치기 또한 혁신의 여력을 상실케 한다. 단가후려치기와 기술탈취로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게 되는 대기업의 혁신 유인 또한 감소하게 된다.

재벌 대기업과 하청기업의 전속거래, 재벌의 내부거래가 만연한 상황에서 경제블록화는 경쟁기업이 시장 진입을 막고, 경쟁을 제한함으로써 기술혁신과 시장의 활력을 떨어뜨리고 있다는 것이 박 교수의 진단이다.

박 교수는 지금 필요한 것은 재난 자본주의가 아닌 정책 패러다임의 전환이라며, 혁신의 유인을 보장하기 위해서는 징벌적 배상과 디스커버리 제도를 도입하고 재벌의 경제력 집중을 해소해 중소벤처기업에 혁식의 기회를 제공해야한다고 주장했다. 중기이코노미 채민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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