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3사의 하도급갑질로 피해를 입은 하청업체들이 피해구제에 정부가 개입해줄 것을 촉구했다.

30일 ‘조선3사 하도급갑질 피해하청업체 대책위’가 개최한 기자회견에서, 한익길 현대중공업 대책위 위원장은 “조선3사는 노예계약과 같은 하도급갑질 등 불공정한 하도급 문제로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중징계 이상의 제재를 받았음에도 반성과 제도개선 없이 피해구제 또한 외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 청와대와 정부에 “대우조선해양, 한국조선해양(현대중공업의 중간지주사), 삼성중공업의 무대책에 철퇴를 내려줄 것과 피해하청업체들의 피해구제가 이뤄질 수 있도록 신속하고 즉각적인 개입”을 호소했다. 

이들 조선3사 모두 하도급업체에게 갑질을 했다는 이유로 공정위로부터 제재를 받았다. 지난 4월 삼성중공업은 과징금 36억원과 함께 검찰에 고발당했다. 2018년 12월에는 대우조선해양이 과징금 108억원, 2019년 12월에는 현대중공업이 과징금 208억원을 부과받았다.

공정위 결정문을 보면 하청업체를 대상으로 일률적인 단가인하, 계약서 지연발급, 대금 결정없이 작업위탁, 제조원가보다 낮은 수준의 대금 결정 등의 갑질이 벌어졌다.

그러나 조선3사가 하청업체들의 피해구제에 나서지 않는다는 게 대책위 주장이다.

◇“삼성중공업 위반행위, 이재용 부회장이 응답해야”=삼성중공업 대책위 최성호 위원장은 기자회견에서, 공정위의 4월 발표 이후 “(삼성중공업은) 2개월이 넘은 현재까지도 피해협력사에 대한 사과는 커녕 재발방지에 대한 어떠한 대책도 내놓지 않고 있으며, 오히려 더욱 교묘하고 용의주도한 방법으로 법위반 행위를 계속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최성호 위원장은 “삼성중공업 최고 책임자인 이재용 부회장에게 간곡히 묻고 싶다”며 “삼성중공업의 경악을 금치 못하는 하도급법 위반과 협력사 하도급대금을 갈취해 협력사를 말살시키는 것이, 소위 삼성이 주장하는 윤리경영이며 준법경영인지 그리고 상생경영인지 이재용 부회장이 응답하기 바란다”고 말했다.

또 삼성준법감시위에 대해서도 “삼성중공업 하도급위반과 협력사 피해사실에 대한 입장표명을 요청하는 자료를 3번이나 전달”했지만, 삼성중공업이 준법감시위 참여사가 아니라는 이유로 응답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삼성중공업 대책위는 지난 4월 삼성준법감시위로부터 받은 이메일을 최근 공개했다. 삼성준법감시위는 ‘접수 결과 통보’라는 제목의 메일에서 “저희 위원회는 삼성전자, 삼성물산, 삼성SDI, 삼성전기, 삼성에스디에스, 삼성생명, 삼성화재 등 7개 계열사 최고경영진의 준법의무 위반에 대한 신고를 접수”한다며 “귀하께서 신고해주신 내용은 저희 위원회가 신고를 받는 위 7개 계열사가 아닌 삼성중공업과 관련한 사안으로, 위원회가 관련 업무를 처리할 수 없음을 양해해 주시기 바란다”고 답했다.

최성호 위원장은 “삼성준법감시위는 이재용 부회장의 들러리가 아니라면, 삼성중공업 하도급 위반 문제에 대해 더 이상 꿀먹은 벙어리처럼 침묵만 지키지 말고 당당하고 소신있는 입장을 밝혀줄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말했다.

◇현대중공업 대책위, 청와대에 탄원서 제출=이날 현대중공업 대책위는 청와대에 탄원서를 제출하며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현대중공업 대책위는 “공정위 결과 발표 이후 반년의 시간이 흘러갔지만 현대중공업은 사과는커녕 피해업체들에 대한 피해구제, 재발방지에 대한 어떠한 약속도 하지 않고 있다”며 대책위가 내용증명 발송과 기자회견 등으로 피해구제에 대해 논의하자고 요청해도 “돌아온 것은 무응답”이라고 주장했다.

대책위는 이어 “공정위와 정부가 사회적 책무를 외면하는 기업에 대해 보다 적극적인 패널티를 부과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해달라”고 요청했다.

또 피해업체가 피해구제를 받기 위해서는 오랜 시간이 걸리는 민사소송을 해야 하는데, 이를 버티기 힘들어 포기하는 일이 발생하고 있다며, 공정위가 대금을 지급하도록 명령하는 지급명령제도를 활성화해야한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의 합병 관련한 기업심사에 불공정 하도급에 대한 피해구제를 전제 조건으로 조건부 승인해줄 것을 촉구했다. 중기이코노미 이창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