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예정됐던 노사정 대표자 협약식이 민주노총의 불참으로 취소됐다. 노사정 합의의 향방 역시 파국이냐 존속이냐의 기로에 서게 됐다. <사진=뉴시스>

1일 삼청동 총리공관에는 ‘코로나19 위기 극복을 위한 노사정 대표자 협약식’이라는 현수막이 내걸렸다. 정세균 국무총리와 홍남기 경제부총리, 손경식 경총 회장,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 김동명 한국노총 위원장 등 노사정 대표자들이 자리했다. 하지만 협약식은 열리지 않았다. 협약식 예정시간 15분을 앞두고, 민주노총의 불참으로 인한 협약식 취소가 결정됐기 때문이다.

앞서 6월18일 2차 노사정 대표자회의에서 6월말로 타결 시한을 정한 뒤, 노사정은 집중교섭 결과 29일 부대표급 회의에서 최종 합의안에 도달했다. 30일 한국노총이 합의안을 추인한다고 발표한데 이어, 민주노총도 합의안 추인을 위한 중앙집행위를 개최하면서, 1998년 이후 22년만에 양대노총이 모두 참여하는 노사정 대타협이 타결에 임박했다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합의안에는 고용유지를 위해 노사가 노력하고, 기간산업기금을 지원받은 기업은 고용유지 의무를 준수한다는 등의 내용이 담겼다. 전국민 고용보험과 유급병가·상병수당 도입도 추진하기로 했다.

그러나 협약식이 예정된 1일 아침, 민주노총의 김명환 위원장은 중앙집행위원회 자리를 뜰 수 없었다. 이날 중앙집행위원회를 열어 합의안 추인 여부를 논의할 예정이었으나, 비정규직 노조를 중심으로 한 반대 의견에 가로막혀 회의 개최가 불발됐다. 

반대측은 해고금지가 빠지고, 고용보험 확대 등이 모호하게 언급됐으며, 고용유지를 위한 휴업에 노조가 협력한다는 합의는 악용될 소지가 있다는 등의 이유로 사회적 합의안을 폐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위원장이 직권으로 합의안을 추인하지 않을 것을 요구했다. 

김명환 위원장의 협약식 불참이 확정되자, 사회적 대화의 “최종무산”이란 보도가 나왔다.

앞서 민주노총은 29일 오후부터 30일 오전까지 중앙집행위에서 노사정 대표자회의의 교섭결과를 놓고 논의를 벌였으나, 결론을 내지 못한 바 있다.

김명환 위원장은 30일 오전 회의를 마무리하면서 “이번 사회적 대화 최종안은 의미있다. 물론 부족하고 미흡한 부분도 있지만, 우리가 처음 사회적 대화를 제안한 취지에 맞게 주요한 내용이 만들어졌다”고 말했다. 또 “일부 중집 성원들이 일관되게 폐기해야 된다고 주장하는데, 그것(합의안)을 살려가야 된다고 생각한다”며, “중집 회의를 그만하고 빠른 시일 내에 제 거취를 포함해서 판단하겠다”고 밝혔다.

◇한국노총 “잠정합의안 이행 해야”=한국노총은 1일 논평을 내고 “이 대화를 처음 제기한 정부와 민주노총은 사회적대화가 이들에게 희망을 주지 못하고 소모의 시간으로 끝난 것에 대해 사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비록 최종합의는 이루어지지 못했지만 잠정 합의된 내용들은 경제사회노동위원회에서 충실히 논의되고 이행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민주노총이 참여하는 형태로 노사정 대타협이 타결된 것은 아니지만, 논의를 통해 마련한 합의안은 유효하기 때문에 이를 이행해 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민주노총이 합의안을 놓고 찬반으로 나뉘어 결론을 못 내린 반면, 한국노총은 30일 중앙집행위에서 합의안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원안대로 수용하기로 했다.

김동명 한국노총 위원장은 이날 “미흡하고 아쉽지만 오늘의 합의는 끝이 아니라 출발점으로 받아들인다”며 “이제 원포인트 사회적 대화를 종료하고 사회적 연대와 실천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말했다.

중앙집행위에서는 특별고용지원업종 추가확대, 고용유지지원제도 개선, 고용안정 등 합의안의 이행점검을 경제사회노동위원회에서 하기로 했다는 점, 후속논의가 추가적으로 필요한 경우 기존 회의체를 활용하기로 했다는 점도 확인했다.

한국노총이 잠정 합의안의 이행을 주장함에 따라, 노사정의 잠정합의안이 생명력을 얻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그러나 정부의 의지, 민주노총의 향후 행보 등 변수가 많다. 22년만의 노사정 대타협이 파국과 존속의 기로에 선 형국이다. 중기이코노미 이창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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