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불기소·수사중단을 권고한 검찰 수사심의위원회 결정에 대해, 지난 29일 천주교 정의구현사제단이 “요절복통할 일”이라며 성명서를 발표했다. 2008년 4월 ‘삼성특검과 삼성그룹의 경영쇄신안에 대한 입장’을 밝힌 뒤, 12년만에 나온 정의구현사제단 성명서 제목이 “이재용 씨는 욕심을 비우고 양심을 찾으시오”다.   

정의구현사제단은 이날 성명서를 통해 “에버랜드 전환사채, 삼성SDS 신주인수권부사채 등을 이용한 땅 짚고 헤엄치는 식의 유치한 술수에 대해서 재판부마다 대체로 ‘편법이나 불법은 아니다’ 하면서 눈 감고 아웅해주었지만, 이는 자본주의 경제 질서를 밑바탕부터 흔들어놓는 해악”이라며 이재용 부회장을 향해 “자신과 아버지의 죄를 씻을 수 있도록 대법원의 판결에 깨끗이 승복하고 욕심을 버리시기 바란다”고 충고했다.

2008년 4월 정의구현사제단이 삼성 특검과 삼성그룹 쇄신안에 대한 입장을 내놓은 데는 이유가 있다. 이건희 회장의 비자금 조성 사실을 폭로하기 위해 2007년 10월 김용철 전 삼성그룹 법무팀장이 찾은 곳이 정의구현사제단이어서다. 김용철 변호사와 정의구현사제단 폭로 이후 2008년 1월 출범한 조준웅 특검팀은 이건희 회장을 기소했다. 이 재판에서 유죄를 선고받은 이 회장은 경영일선 퇴진과 전략기획실 해체 등 경영쇄신 방안을 내놨지만, 2년만인 2010년 경영일선에 복귀했다. 전략기획실도 미래전략실로 이름만 바꿔 부활시켰다.

정의구현사제단은 성명서를 통해 이재용 부회장에게 직격탄을 쏘면서 “만시지탄이나 조준웅  삼성특검이 이건희 회장의 비자금 조성에 대해 올바로 기소하고, 법원이 제대로 처벌했더라면, 아니 그 전에 에버랜드 전환사채 저가발행 사건에 대해 상식적인 판결을 했더라면, 좀 더 일찍 불법과 범죄의 고리를 끊을 수 있었을 것”이라고 탄식했다. 

아울러 “‘주가조작’에다 ‘회계사기’도 모자라서 오로지 일신의 탐욕을 위해 국가 권력자와 뇌물로 거래하고, 모두의 노후를 대비하는 국민연금에까지 손을 뻗치고, 그러면서도 코로나와 국가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운운하며 못 본 체 해달라는, 저 파렴치한 행위는 반드시 응징돼야한다”고 강조했다. 

정의구현사제단이 이재용 부회장에 대한 엄벌을 촉구하면서도, 조준웅 특검의 한계를 토로한 이유는 충분히 짐작 가능하다. 삼성물산 합병을 둘러싼 각종 의혹이나 국민연금에 끼친 피해가 재판을 통해 단죄되지 않는다면, 이건희 회장에서 이재용 부회장으로 이어지는 ‘불법과 범죄의 고리’를 끊을 수 없다고 우려했기 때문이다.

정의 실현 차원에서 최악의 시나리오는, 검찰이 이재용 부회장을 불기소하거나 수사를 중단하는 경우다. 검찰에 대한 불신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는 것은 시간문제다. 이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이 기각되면서 법원에 대한 국민의 신뢰 역시 의문시되는 상황이다. 검찰이 제2의 삼성특검이란 불명예를 피하고, 반복되는 삼성사태의 고리를 이번엔 끊을지 지켜보겠다. 중기이코노미 이창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