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승용 박사(중국 문학, 한국외대 중국연구소 연구원)

코로나 사태가 확실하게 진정되지 못했기 때문에 부득이하게 온라인으로 시험을 치르다 보니 이른바 ‘오픈북’을 전제로 하는 것이기는 했지만, 학생들이 한곳에 모여 시험답안을 협의하거나 카카오톡 대화방을 개설해 정답을 공유하며 시험을 치르는 등 온갖 기발한 방법이 동원됐다고 한다.

한 등급이라도 더 좋은 학점을 얻기 위해서 이처럼 시험 부정행위를 서슴지 않는 학생들의 처지가 한편으로는 애처로운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지성의 전당이어야 할 대학에서 이처럼 집단적인 시험부정이 아무렇지도 않게 자행되고 있다는 보도를 보고 사회 곳곳에서 적지 않게 실망과 탄식의 목소리가 높다.

대학은 여러 학문을 연구하고 지도자로서 자질을 함양하는 최고의 교육기관이라 할 수 있다. 중국에서 대학의 기원은 서주(西周, BC 11세기~BC 8세기) 시기의 국학(國學)으로서 태학(太學) 또는 대학(大學)이라 불렸던 것에서 비롯된 것인데, 당(唐)나라 이후에는 국자학(國子學)이라고 했다.

고대 중국에서 최초의 대학인 서주(西周) 시기 태학(太學)에서 가르치던 주요 과목이었던 육예(六藝) 가운데 활쏘기와 수레 몰기 등이 있는 것으로 보아, 당시 태학에서는 학문 연구보다는 지배계급으로서 전쟁에 나아가 싸워 이기는 기술을 익히는 것을 무엇보다 중시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사진제공=문승용 박사>

대학이 오늘날과 같은 학문 연구기관의 역할을 하기 시작한 것은 한(漢)나라 무제(武帝) 때부터였다. 유학(儒學)을 국가의 이념으로 삼아야 한다는 동중서(董仲舒)의 독존유술(獨尊儒術) 정책을 받아들여 태학(太學) 즉, 대학을 세워 오경박사(五經博士)와 그의 제자들에게 역경(易經), 시경(詩經), 상서(尙書), 춘추(春秋), 예기(禮記) 등 유가의 경전을 가르쳤다.

유가 경전 가운데 ‘큰 학문’으로서 대학(大學)을 두드러지게 강조하기 시작한 것은 송(宋)나라 때 주희(朱熹)가 ‘예기’의 한 편명이었던 대학과 중용(中庸)을 한 권의 책으로 독립시켜 논어, 맹자와 함께 사서(四書)에 편입시켜서 사대부 지식인이 반드시 익혀야 할 교재로 지정하면서부터라고 할 수 있다.

‘대학’의 주요 내용은 밝은 덕을 밝힌다는 ‘명명덕(明明德)’, 백성을 가까이하며 아낀다는 ‘친민(親民)’, 지극히 선하게 처신한다는 ‘지어지선(止於至善)’의 세 강령(綱領)과 격물(格物), 치지(致知), 성의(誠意), 정심(正心), 수신(修身), 제가(齊家), 치국(治國), 평천하(平天下)의 여덟 가지 조목(條目)으로 이뤄져 있다.

이것은 대학의 이념을 열심히 닦아 성인(聖人)의 경지에 이르게 하고, 밖으로는 세상을 바르게 다스리는 진정한 왕이 되게 한다는 의미에서 유가의 이상인 ‘내성외왕(內聖外王)’의 기본 강령과 주요 원칙을 말하고 있는 것이다.

당(唐)나라 때 공영달(孔穎達)은 대학의 이념이 나라를 다스리고 그 덕을 세상에 밝혀 펼 수 있도록 하는 데 있다고 했던 것처럼, 주희 역시 국가가 백성을 교화하고 미풍양속을 이룩하기 위해서는 태학 즉, 대학에서 배우는 자들이 열심히 학문을 닦아 세상 사람들을 올바르게 다스려야 한다는 대학의 이치를 깊이 깨달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중국 서안(西安)의 공자 사당인 공묘(孔廟)이다. 이곳은 당(唐)나라 때 세워진 것으로 당시 국립대학인 국자감(國子監)의 자리였으며, 지금은 중국 역대의 비석들을 모아 놓은 비림(碑林)으로 잘 알려져 있다. 한(漢)나라 이후 고대 중국에서는 학문 연구기관인 대학이 운영되었는데, 이곳에서 지배계급으로서 갖추어야 할 덕목이었던 ‘대학’이 주요 교과목의 하나였다.<사진제공=문승용 박사>

그런데 오늘날 대학의 본분과 사명은 예전과는 많이 달라진 것 같다. 2020년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고등학교를 졸업하는 학생 10명 가운데 7명이 대학에 진학한다고 한다. 이처럼 오늘날 대학교육은 과거와 달리 일부 특수계층을 위한 교육이 아닌 보통교육의 성격이 강해졌다. 그러므로 오늘날의 대학생들에게 과거와 같이 극히 일부의 지배세력들이 갖춰야 하는 많은 지식과 최고의 도덕적 기준을 요구할 수는 없는 것이 아니냐고 할지도 모르겠다.

공부를 어떻게 해야 할 것인지에 대한 문제에 대해서 공자(孔子)는 논어 ‘위정(爲政)’편에 “배우기만 하고 생각하지 않으면 얻는 것이 없고, 그저 생각하기만 하고 공부하지 않으면 위험하다(學而不思則罔, 思而不學則殆)”라고 했다.

이것은 공부의 목적을 단순히 새로운 지식의 습득에만 두고자 하면 진정 자신의 지식으로 얻어지는 것도 없을 것이며, 그저 헛되이 망상만 하고 정작 배우지 않으면 오히려 자신이 위태로워진다는 의미다.

그렇지만 외람되게도 나는 공자가 ‘없다’는 뜻의 망(罔)자와 ‘위험하다’라는 뜻의 태(殆)자를 서로 바꿔서 말했어야 하지 않았나 싶다. 왜냐하면 우리 사회에 지도층이 될 이들이 아무런 생각이 없이 자신의 명예나 영달만을 위해서 공부에 몰두하는 것은 자기 자신뿐만 아니라 이 사회까지도 위험에 빠뜨릴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예로부터 공부를 많이 한 이들이 세상 발전을 이끌기도 하지만 나라를 위험에 빠뜨리고 망치는 것 역시 지식인들이라는 것을 우리는 역사를 통해서 수도 없이 보아왔다.

대학교육을 받는 이들 가운데 많은 이들이 앞으로 사회 지도층에 올라서 우리나라의 미래를 이끌게 될 것이다. 그런데 젊은 시절 대학에서 아무런 책임의식 없이 시험부정을 저지르고 그 덕에 좋은 성적을 받아 졸업한 다음 사회 지도층에 오르게 되더라도 결국 자신은 물론 이 사회에 커다란 폐해를 끼치는 존재밖에 되지는 못할 것이라는 점을 잘 새겨야 할 것이다. (중기이코노미 객원=한국외대 중국연구소 문승용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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