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어날 때 가난하게 태어난 것은 당신의 잘못이 아니지만, 죽을 때 가난하게 죽는 것은 당신의 잘못이다.”

세계에서 가장 많은 부를 축척한 인간 중 한 명인 빌 게이츠가 남긴 말이다. 20세기 자본주의 시대가 도래한 이후, 현재까지 우리는 자본이라는 거대한 벽에 압도된 채 하루하루 재화를 벌어들이기 위한 고민과 노동 속에 살아간다. 이렇게 벗어날 수 없는 자본주의의 굴레에 던져진 인간의 모습을 응시하고 표현하는 작가가 있다. 현시대에 던져진 자신의 모습을 통해 망각하고 있는 현실을 직시하게끔 이끄는 작가 하도훈을 만나보자.

Q. 간단히 자신의 소개를 해달라

안녕하세요! 가족들과 함께 7년째 마트에서 일하는 ‘마트 오빠’이자, 이 시대의 ‘예술가’가 되고자 ‘자본주의’라는 주제로 작품을 해나가는 하도훈입니다.

Q. 자신의 작품세계를 소개한다면

우리 모두는 ‘경제’라는 거스를 수 없는 파도에 매순간 휩쓸리며 살아갑니다. 저 또한 경제라는 테두리 안에서 정체성, 꿈, 희망 등을 규정하고 길들어가며 살아가고 있지만, 이 길들여짐은 제게 굉장히 불편한 감정으로 다가왔습니다.

제 작품세계는 자본주의로 잠식되어가는 스스로를 건져 올려 관객들에게 보여주는 과정이라 할 수 있습니다. 불편한 감정들을 삭히지 않고 날 것 그대로 드러내 보여주고자 합니다. 이 세상에 절여지지 않으려 노력하는 물고기는 아직 죽지 못한, 죽지 않은 물고기라는 것을 보여주고 싶습니다.

‘가장 덧없는 것들 위에 세워진 영광’, 180×410cm, Mixed media on vinyl(oil, acrylic painting), 2019.

Q. 자본주의 시대에 던져진 존재에 대해 표현한다고 했는데, 이와 같은 주제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가 있는가

대학시절 ‘나의 가장 가까운 모습을 캔버스에 새긴다’는 교수님의 말씀이 꽤 인상적이었습니다. 자연스레 ‘나의 이야기’를 들여다보게 되었고, 대학생이며 마트 오빠였던 나로부터 그림은 시작돼 자연스레 ‘자본주의’라는 시대를 살아가는 자신이 주제가 됐습니다.

제 꿈과는 다른 시공간이었던 ‘마트’라는 곳을 예술의 소재로 전환하니 재미있는 이야깃거리가 가득한 곳으로 재해석됐습니다. 이 시대를 살아가며 체득한 것들, 특히나 ‘마트’라는 우리들 삶의 가장 기본적인 요소들로 채워진 공간에서 부대끼며 파생된 ‘자본주의 시대’에 대한 이야기가 작품에 녹아들게 되었던 것 같습니다.

Q. 드로잉과 페인팅 모두 표현법이 강렬한데, 작품을 통해 무엇을 전달하고자 하는가

강렬한 색채와 거친 붓질이 자아낸 특유의 질감 표현과 스트로크들은 제 작품의 특징적 표현방식입니다. 이는 ‘자본주의’라는 작품의 주제를 추상적 이미지로 표현하는 데에 있어 가장 중요한 요소들입니다. ‘자본주의 체제에 길들여지지 않겠다는 몸부림’을 더욱 생동감 있고 에너지 넘치게 보여주고자 하는 것으로, 정제되지 않은 날 것 그대로의 감정을 전달하는 데 이러한 강렬한 표현법이 가장 적합하다고 생각했습니다.

Q. 자신의 작품세계가 잘 담긴 대표작을 추천해준다면

‘가장 덧없는 것들 위에 세워진 영광’(2019)입니다. 이 작품의 경우, 제가 살아왔던 주변 환경과 그 안에서 벌어졌던 무수한 이야기들의 총합이라고 할 수 있는 작품입니다. 가족들과 함께 운영하던 마트에 설치되었던 거대한 간판에 그림을 그렸던 것입니다. 자본주의를 상징하는 마트 간판이라는 실체적 물체와 자본주의를 해석하는 나의 추상적 감정, 시선 등이 서로 결합되고 충돌하면서 뿜어내는 강렬한 에너지를 표현하고자 한 작품입니다. 어쩌면 저만의 조형언어가 더 단단하게 정립되는 변곡점에 서있는 작품이 아닐까 합니다.

Q. 감상자는 하도훈의 작품을 어떻게 느끼길 원하는가

‘Rising sun’, 130×193cm, Acrylic on canvas, 2020.

Q. 주로 페인팅과 드로잉을 많이 활용하는 것 같은데, 앞으로 어떤 작품을 선보일 계획인가

페인팅과 드로잉이 주 제작방식인데, 회화 안에서도 아직 경험하지 못한 매체들이 많습니다. 질료들의 다양한 종류만큼이나 이들이 제각기 담아내는 이미지는 다양하기에 더 많은 매체들을 실험해보려 합니다. 또 미디어나 설치 작품 등에도 관심이 많습니다. 올해 안으로 매체를 다양화한 시리즈를 진행해 볼 계획입니다.

‘자본주의’가 작품의 주제인 만큼 쉽게 생산되고 소비되는 일회용품이나 광고 이미지 등 기타 자본주의의 상징적 산물들을 충분히 활용한 다양한 표현방식을 시도해 나갈 것입니다.

Q. 현재 작가로서의 가장 큰 고민은 무엇인가

좋은 작품을 좋은 총알에 비유한다면, 어디로 쏴야 할지 또 어떻게 쏴야 할지도 모른 채 막연히 총알만 준비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작품이 어떻게 관객과 만나며, 또 어떻게 타인들에게 소비될 수 있을지 다양한 방법들을 모색해야 할 것 같습니다. 제게 맞는 해답을 찾아가는 길이 가장 우선이지 않을까 합니다.

Q. 작가 하도훈의 꿈은 무엇인가

제 작품이 다른 많은 이들에게 어떤 방향성을 제시해 준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동시대를 살아가는 나를 비롯한 많은 타인들이 스스로의 방향성을 찾아갈 수 있도록 내면의 솔직함과 깊이를 더욱 단단하게 만들어주는 것이 제 소명이라 생각합니다. (중기이코노미 객원=김찬용 전시해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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