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회사채 매입 전문기구를 설립해 대기업 자금지원에 나선다. <자료=기획재정부>   ©중기이코노미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회사채·CP 매입기구(SPV)에 대한 8조원의 대출을 17일 의결함에 따라, 경영위기에 처한 대기업에 회사채 매입을 통한 자금지원이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앞서 지난 5월 정부와 한국은행, 산업은행은 10조원 규모의 ‘저신용등급 포함 회사채·CP 매입기구(SPV) 설립방안’을 발표한 바 있다.

회사채 매입에 한국은행이 직접 나서는 대신 별도의 매입기구를 설립해 산업은행이 운영토록 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현행 한국은행법이 회사채 직접매입을 금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은행법 위반 논란 우회…매입전문기구 설립

미국의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는 CP를 직접 매입하고 있다. 경제위기 상황에서 중앙은행이 금융기관을 통하지 않고 기업에 직접 자금지원을 하는 셈이다.

코로나19 위기 발생 이후 미국 연준과 마찬가지로 한국은행이 직접 회사채나 CP를 매입해 시장의 불을 꺼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 바 있다. 하지만 한국은행은, 한은법이 정부 보증이 없을 경우 민간기업의 회사채 매입을 금하고 있다는 해석을 내놓았다.

이를 두고 한은법 상 회사채 매입이 가능하다는 반론이 제기된데 이어, 국회에서는 한은법 개정도 추진됐다. 하지만 정부의 선택은 역할분담에 따른 해결이었다. 한국은행이 언제나 시장개입을 할 수 있도록 하는 위험부담을 택하는 대신, 돈을 빌려 회사채를 매입하는 전담기구를 만드는 방안이다. 한은이 돈을 빌려주고, 별도 설립한 기구를 산업은행이 운영한다는 그림까지 나왔다.

이에 산업은행이 지난 8일 자회사 형태로 특수목적기구를 설립키로 했고, 17일 한국은행의 대출 결정까지 내려지면서 회사채 매입을 통한 대기업 자금지원이 본격 시작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얼어붙은 회사채 시장…저신용 회사채 매입 기대 

신설된 회사채 매입기구는 비금융회사가 발행한 회사채와 CP를 중심으로 매입하기로 했다. 실물부문 유동성 지원, 기업 자금조달 애로 해소가 목적이기 때문이다.

투자등급, 즉 BBB 이상 회사채와 CP를 모두 매입대상에 포함하기로 했다. 하지만 실제 운영은 A와 BBB 등급의 비우량 채권이 중심일 것이라고 기재부는 밝혔다. 우량 채권은 시중에서 자금조달이 가능하기 때문에, 자금지원이 필요한 부분에 집중하겠다는 취지다.

투기등급인 BB등급 중에서는, 코로나19 영향이 본격화된 이후 신용등급이 일시적으로 하락한 경우, 이른바 추락천사(fallen angel)를 매입대상에 포함하기로 했다.

기간은 회사채의 경우 만기 3년 이내, CP·단기사채는 만기 3~6개월일때 매입한다.

반면 금융회사가 발행하는 회사채와 CP는 매입대상에서 제외하기로 했다. 기재부는 이에 대해, “금융회사는 자체적인 자금조달과 금융리스크 관리 능력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단, 카드사나 캐피탈 등 여신전문금융회사의 회사채·CP는 코로나19 대응을 위한 중소기업·소상공인 지원여력 확보, 시장 안정 등을 위해 필요한 경우 매입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매입기구는 시장의 투자수요를 잠식하지 않고 기업들의 시장조달 노력을 유도하도록, 시장금리보다 낮지 않은 적정 금리수준으로 매입할 예정이다.

투자는 매입기구 설립 후 6개월간 한시적으로 이뤄진다. 우선 2021년 1월13일까지만 회사채를 매입하고, 향후 투자기간을 연장할 지 여부는 기간 종료시점에 다시 정할 예정이다.

기재부는 코로나19로 직접 영향을 받은 비우량등급 기업을 중심으로 회사채가 매각되지 않는 우려가 남아있고, 신용등급이 하락하거나 등급전망이 부정적으로 전환되는 기업이 늘고 있다며, 단기적으로 신용등급이 하락한 기업 등의 유동성지원을 통해 자금시장 불안을 완화하고 기업들의 자금조달이 원활해질 것을 기대한다고 밝혔다. 중기이코노미 이창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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