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14일. 택배업이 시작된지 28년만에 처음으로 택배노동자 모두가 공식적인 휴가를 가진다. 택배회사들과 전국택배노동조합은 다음달 14일을 ‘택배없는 날’로 정하고, 이날 하루를 쉬기로 했다.

코로나19 사태 최전선에 방역당국과 의료진이 있었다면, 국민 일상과 밀접한 곳에 택배노동자가 있었다. 코로나19 감염 우려로 외출·쇼핑이 자유롭지 못한 상황에서, 국민 대다수는 온라인쇼핑에 의지하며 생활의 불편함을 덜 수 있었다.

지난해 8월1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택배노동자기본권쟁취투쟁본부가 기자회견을 열고, 장시간 노동에 시달린 택배노동자에게 휴식을 주기 위해 ‘택배 없는 날’을 정하자고 호소했다.<사진=뉴시스>

온라인 상거래가 늘어나는 만큼, 택배물량 증가는 불가피하다. 코로나19로 택배사가 호황을 누리는 동안 택배노동자는 코로나19 감염에 대한 걱정과, 과로에 시달렸다. 

올해만 3명의 택배노동자가 사망했다. 3월12일 쿠팡 택배노동자가 배송 중 계단에서 사망했다. 5월4일에는 CJ대한통운 택배노동자가 근무 중 갑자기 쓰러져 숨을 거뒀다. 7월5일 경남 김해에서도 CJ대한통운 택배노동자가 급성심근경색으로 사망했다.

전국택배노동조합에 따르면 코로나19 장기화로 택배노동자는 6개월째 쉼없이 일했다. 특수고용노동자 신분으로 연차·월차 등의 법정휴가도 사용할 수 없다. 1주 6일 동안 아침 7시부터 밤 10시·11시까지, 78~90시간을 일한다. 몸이 아파 쉬고 싶어도, 자신이 받는 배송수수료보다 2~3배 되는 대체배송비용을 본사에 내야하기 때문에 쉴 엄두조차 낼 수 없다.  

이런 현실에서 택배노동조합이 지난해부터 요구했던 택배없는 날이 드디어 공식화됐다. 일년내내 계속되는 고된 노동이 단 하루의 쉼으로 해소되지는 않을 것이다. 

그렇더라도 택배없는 날이 갖는 의미는 결코 가볍지 않다. 일상의 편리함 뒤에 장시간 고된 노동을 하는 택배노동자가 있음을 한번쯤 되돌아보는 계기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택배노동자 처우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져, 택배노동자의 건강과 안전이 보장되는 노동환경이 만들어질 수 있기를 기대한다. 중기이코노미 채민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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