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ill_Life,100x40cm_Oil on Canvas, 2012

모든 사물을 그 이름과 쓰임새마저 잊고 바라본다면 누구나 일상적인 사물 속에 숨어 있는 조형미와 추상성에 감탄하게 될 것이다. 추상성이라는 것은 어쩌면 우리 주변의 구체적인 물체들에 이미 완벽히 실현되어 있는지도 모른다. 내가 그리는 물체들은 이름을 갖고 있지 않다. 그것은 단순한 ‘덩어리’이다. 나는 관객이 내 그림 속에서 물성(property of matter)을 충실히 느낄 수 있게 되길 바란다. 

Still-Life, 140x30cm, Oil on Canvas, 2014

Still-Life,130x30cm, Oil on Canvas, 2011

나는 실존적 물질세계의 투박한 힘에 관심이 있다. 그것은 몸으로 부딪쳐 느껴지는 세계이다. 하지만 유물론적 관심은 아니다. 내가 물질에 관심을 두는 진짜 이유는 물질이 물질 너머의 형이상학적 세계로 들어가는 실마리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물질을 통해 정신성에 도달하는 것은 비교적 안전한 귀납적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내가 그리는 물체들은 하나의 ‘기호’이다. ‘문자’라고 불러도 좋을 것이다. 

내가 철저히 물질적인 물체들로 견고한 짜임을 만들고 색을 조화롭게 배열하면 거기서부터 노래가 흘러나오기 시작한다. 그 노래는 마음으로 들을수 있으며, 사유의 공간을 창조하고 형이상학적 세계로 나아가는 문을 연다. 바로 여기가 물체가 기호화돼 물질 너머의 세계로 우리를 이끄는 지점이다.(작가노트 중)[황현승 작가]

 

<저작권자 ⓒ 중기이코노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