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경련·경총 등 경제단체가 일감몰아주기 규제를 장기적으로 폐지해야한다는 주장을 내놓았다. 요구 자체도 상식 밖이고, 기업에 손해를 끼치는 총수일가의 사익편취를 규제하는 제도의 본질을 왜곡한 시각이 엿보여 우려된다.

이들 경제단체는 일감몰아주기 “규제 강화반대(장기적으로 폐지 필요)” 내용이 포함된 의견서를 20일 공정위에 제출했다. 정부가 지난달 11일 입법예고한 공정거래법 전면개정안에 대한 경제계의 의견을 밝힌 것이다. 

규제강화 반대의 근거로 내부거래 비중이 축소됐다는 점을 들었다. 실제 일감몰아주기 규제대상(총수일가 지분율 상장사 30%이상, 비상장사 20%이상) 기업들의 내부거래 비중은 2012년 20.9%에서 2018년 11.2%로 줄었다. 하지만 거래비중 축소는 규제가 제대로 작동한다는 사실을 입증할 뿐이다. 오히려 규제완화시 내부거래 비중이 치솟을 가능성이 크기에 보다 규제를 강화해야하는 이유가 된다. 

내부거래 비중이 10%가까이 줄었다는 사실, 그 자체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20%에 달했던 내부거래 모두가 일감몰아주기와 총수일가의 사익편취는 아니겠지만, 정당한 거래였다면 절반까지 줄어들었을리 없다. 우회적인 일감몰아주기가 남아있을 가능성도 높아, 규제강화에는 명분이 있다.

이들 경제단체는 정부의 지주회사 정책과 일감몰아주기 정책이 충돌한다고도 주장했다. 지주사의 자회사 지분율을 높게 유지하도록 강제하면서, 이에따라 지분율을 높이면 일감몰아주기 규제대상으로 편입한다는 논리다. 하지만 이들 경제단체의 논리는 사실관계를 호도한 억지다. 공정거래법 전면개정안 입법예고시 공정위는 “계열회사와의 거래를 무조건 금지하는 것은 아니다”는 분명한 입장을 이미 밝혔다. 

일감몰아주기 규제대상 포함 여부는 지분율의 높고 낮음과는 무관하고, 내부거래의 정당성 여부가 핵심이다. 사익편취 규제는 원칙적으로 내부거래를 인정하되, 부당한 내부거래만을 규제하는 방식이다. 이 경우에도 총수일가에 부당하게 이익을 귀속시키는 4가지 부당거래 유형에 대해서만 제재한다.  

지난 5월 일감몰아주기 제재처분으로 과징금(43억9000만원)이 부과된 미래에셋그룹 사례를 보자. 제재처분 사유는 미래에셋 11개 계열사가 A호텔·B골프장에 부당하게 일감을 몰아줬기 때문이다. 이들 계열사는 회사 예산한도를 넘겨 추가예산을 편성해 A호텔·B골프장 사용비용을 지출했다. 보유 중인 골프장 회원권을 매각하면서까지 B골프장을 이용한 계열사도 있었다. A호텔·B골프장은 미래에셋그룹 박현주 회장과 배우자·자녀·친족 지분이 91.86%인 사실상 박현주 회장 개인회사다. 

미래에셋을 제재하면서 공정위는 “(일감몰아주기 규제대상인 기업과의 거래시) 거래상대방 선정 및 계약체결 과정에서 객관적·합리적 검토나 다른 사업자와의 비교없이 무조건적인 거래를 하는 것은 법위반이 된다는 것을 명확히 했다”고 설명했다. 다른 일감몰아주기 제재 사례를 봐도 마찬가지다. 

일감몰아주기 규제는 대기업 총수일가의 사적이익을 위해 회사에 손해를 끼친 행위에 대한 제재로, 지속 유지하고 발전시켜야 할 제도다. 본질을 왜곡하는 전경련 등 경제단체의 주장은 규제의 필요성을 거듭 확인시켜주는 결과를 낳을 뿐이다. 중기이코노미 이창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