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 수출업자는 미국으로 멸치를 수출하는 과정에서 멸치 똥을 제거하지 않은 채 반입하려 한 혐의로 미국에서 체포됐다. 미국은 마른 멸치의 경우 멸치 똥을 제거하거나 HACCP가 있어야 통관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굴비의 경우 내장을 제거하거나 HACCP가 있어야 하며, 복어는 머리와 내장을 제거하고 라이센스도 있어야 통관이 가능하다.

이처럼 미국으로 수출하는 과정에서 비관세장벽에 가로막혀 낭패를 보는 수출업자들이 적지 않다. 미국 FDA(식약청)의 규제를 준수하지 않아 지난해 한국 상품이 미국에서 통관보류 판정을 받은 경우가 249건에 달했다.

미국의 대표적인 비관세장벽

<자료=해외통관설명회 자료집>   ©중기이코노미

지난달 29일 관세청이 개최한 ‘해외통관제도 설명회’에서 LA총영사관의 김석오 영사는 “FDA는 주요 통관제한 대상 품목과 위반 수출업체 명단을 홈페이지에 공개한다”며 주의를 당부했다. 또 “신규업체의 경우 100% 검사를 실시하며, 한번 위반사항이 적발된 업체에 대해서는 검사가 강화된다”고도 전했다.

미국의 경우 이러한 비관세장벽은 다수의 기관에 산재돼 있기 때문에 한눈에 알기가 어렵다. 미국과의 교역을 하는 업체는 가장 먼저 국경관리와 관세청의 기능을 하나로 통합한 CBP(국경관리청)를 접하게 된다. 그러나 식품류의 수출 시에는 FDA에 해외식품공장을 등록해야 한다. 또 식품선적정보를 사전전송해야 하며, HACCP 인증을 획득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향후 수입식품 안전검증과 제3자 인증의 도입도 예정돼 있다.

동물성 제품의 경우에는 UDSA(농림부) 산하의 APHIS(동식물검역소)로부터 동물성 식품과 식물성 식품에 따라 각각의 증명서를 발급받아야 한다. 육류와 가금류, 계란의 경우에는 별도의 증명서를 받아야 한다.

김 영사는 “라면 스프나 건강 음료에 첨가된 쇠고기 또는 녹용 역시 검역증이 필요하다”며 주의를 당부했다.

완구나 젖병, 자전거 등 47개 항목의 경우 시험기관의 적합성 증명서를 받아야 한다. 또 굴이나 전복, 조게 등 해산물은 수업허가가 필요하다. 블루투스나 무선공유기 등 전자제품 역시 별도의 수입허가를 받아야 한다.

“통합 공고시스템 없어 피해보는 경우 허다”

이처럼 기관별로 수입허가 절차가 산재해 있는데다, 통합적인 공고시스템도 부재해 자칫하다가는 규제대상으로 지정돼 피해를 보는 경우가 허다하다는 것이 김 영사의 설명이다.

흔히 문제가 되는 라벨링의 경우를 보면, 한 회사는 뻥튀기를 수입하면서 한국식 품명을 소리나는대로 영어로 표기했다가 표기불명으로 통관이 불허됐다.

아이스크림의 경우에는 알레르기를 유발하는 땅콩분을 섞은 사실을 표기하지 않았다가 미국에서 리콜 처분을 받은 경우도 있다.

건강식품의 경우에는 의약품으로 오인할 수 있는 문구를 그대로 라벨링에 기재했다가 통관불허 조치를 받은 경우도 있었다. 한국에서는 일반적으로 판매할 수 있는 자외선차단제의 경우 미국에서는 일반 의약품으로 등록해야 하는데, 이를 준수하지 않으면 마찬가지로 통관 불허된다. 김 영사는 “한국 식약처에서 승인을 받은 제품이어도 FDA의 승인을 별도로 받아야 한다”며 주의를 당부했다.

김 영사는 “FDA의 다국어 요원들은 수출기업의 현지 웹사이트나 현지 광고지까지 추적해 조사한다”며 “의약품으로 오해될수 있는 문구의 사용은 자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 FDA가 의약품으로 분류할 경우에는 매우 까다로운 수입허가 절차를 통과해야 하기 때문이다.

또 사용원료의 정확한 성분과 함량 표기에 유의해야 하며, 수출식품의 제조시설 정보 변경 시에는 반드시 변경등록을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비관세장벽뿐만 아니라 FTA를 통한 관세절감 효과 역시 철저한 준비 없이는 얻을 수 없다고도 지적했다.

한국인이 설립한 미 현지 기업 A사는 한국에서 생산한 아이스바를 미국에서 수입해 판매하고 있었다. 이 회사는 아이스바 생산의 핵심 원료 중 하나인 우유 성분을 중국에서 수입해 사용한 결과 지난해 14.2%의 특혜관세 대신 최고 20%에 달하는 고율의 관세를 납부해야 했다. FTA의 특혜관세를 받기 위해서는 한국산이나 미국산을 사용해야 하기 때문이다.

김 영사는 미국산 우유 성분을 사용할 것을 권고했고, 이로 인해 연간 5만달러 이상의 관세 절감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또다른 미 현지기업 B사는 인천의 중소기업에서 시트커버 제조자재를 수입하고 있었다. 수입통관 10개월이 지나 CBP로부터 비닐과 실의 원산지를 증명할 수 있는 자료를 제출하라는 요구를 받았다. 그러나 실의 증빙자료를 제출하지 못했으며, 비닐의 경우 역시 미 세관서식이 아닌 한국 세관서식으로 제출했다가 고율의 관세를 적용받게 됐다.

김 영사는 “미 세관에 제출할 자료는 미국 가이드라인을 준수해야 하며, 한국어 증빙서류는 영문 번역본을 첨부할 필요가 있다”고 당부했다. 또 “미국 현지 관세사와의 원활한 소통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많은 중소기업들이 미국 수출상담을 한국 관세사와 하는 경우가 있다며, 미 세관자료의 적정여부 판단은 미국 현지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편이 좋다는 점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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