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인한 경제충격이 컸던 만큼 세계 각국은 강도 높은 대응정책을 시행했다. 수혜대상 가계나 기업이 정책 목적에 부합하는지 엄밀한 기준을 놓고 일일이 따지기 보다는 신속한 대응을 위해 수혜 요건을 간소화하는가 하면, 기준금리를 인하하고 양적완화를 통해 금융시장의 원활한 자금조달을 지원했다. 

그러나 당초 단기에 끝날 것이라 예상했던 코로나19가 장기화되면서, 주요국은 코로나19 대응정책을 연장하거나 수정하는 조치를 진행하고 있다.

한국금융연구원 박성욱 선임연구원은 최근 발표한 ‘주요국의 코로나 위기 대응 경제정책의 특징 및 시사점’이라는 보고서에서 “주요국의 코로나 위기 대응 경제정책의 특징을 살펴보면, 위기의 원인이 감염병 확산이라는 외생 충격이었기 때문에 정책 수혜대상의 자구노력을 강하게 요구하기 보다는 지원에 주력했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향후 코로나19의 글로벌 확산세가 예상보다 장기화될 가능성에 대비해 대응정책에 대한 면밀한 점검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재정 통한 가계·기업 지원…통화·금융감독 정책 대응

보고서는 미국, 영국, 독일 등 주요국이 지난 상반기 중 코로나19에 대응해 취한 주요 경제정책의 특징을 정리했다. 주요국의 정책은 ▲재정정책을 통한 가계 지원 ▲재정정책을 통한 기업 지원 ▲통화·금융감독 정책대응 등으로 나뉜다.

<그래픽=채민선 기자>   ©중기이코노미

◇재정정책을 통한 가계 지원=가계의 피해를 줄이기 위한 대책으로는 현금지급, 실업수당 등 복지확대와 세금 및 임대료 납부유예 등의 구제정책이 시행됐다. 전체 국민(홍콩, 싱가포르, 일본 등) 또는 대부분의 국민(미국)을 대상으로 일정액 또는 자산 및 소득 여건에 따라 차등적으로 현금을 지급해 코로나19로 인한 가계소득 감소를 완화했다.

독일의 경우 이미 존재하는 조업 단축 지원금 제도를 활용해 근로시간 단축으로 인한 급여 감소분을 정부가 지원했다. 반면 미국과 영국은 고용을 유지하는 기업에 임금 일부를 지원하는 제도를 신설했다.

실업수당 등 복지혜택의 확충도 잇따랐다. 미국은 기존 실업수당에 추가해 주당 600달러의 특별실업수당을 지급하고 실업수당 수급기간도 26주에서 39주로 확대했다. 영국은 저소득층에 지급하는 통합 복지수당인 기본수당을 인상했다.

◇재정정책을 통한 기업 지원=주요국은 재정정책을 통해 자영업자와 기업의 현금흐름을 개선하기 위해 대출보증 확대, 현금지급, 세금 등의 유예감면 조치를 취했다.

미국의 경우 중소기업청의 경제손실재해대출을 통해 일시적인 수입감소를 겪는 소기업 및 농업기업이 대출을 받은 경우 1만달러까지 상환을 면제했다. 독일은 프리랜서, 자영업자의 3개월간 운영비 보조 차원에서 종업원 5인 이하는 최대 9000유로, 6인~9인은 최대 1만5000유로까지 지원했다. 영국은 자영업자소득지원제도를 통해 3개월간 영업소득 감소분을 보상하고, 보조금기금을 통해 소규모사업자 및 취약업종의 영업소득 감소를 각각 1만파운드에서 2만5000파운드까지 보상했다.

주요국들은 중소기업 뿐만 아니라 대기업까지 대상으로 해 대출, 보증, 지분참여 등 다양한 형태로 자금을 지원했으며, 기업의 세금 및 사회보장기여금 부담을 경감하는 조치도 취했다. 미국은 종업원 1만5000명 이하 혹은 매출액 50억 이하의 중소중견기업을 대상으로 하는 메인스트리트 대출을 도입했다. 독일은 정책금융기관인 KFW를 통해 기업을 지원했으며,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한 기존의 온랜딩 KFW 대출 프로그램의 보증비율을 상향하고 대상을 확대하는 한편, 정부가 100% 보증하는 신규 온랜딩 대출 프로그램을 도입하기도 했다.

◇통화·금융 감독 정책 대응=주요국의 통화당국은 코로나19에 대응해 기준금리를 인하하고 양적완화를 재개하는 한편, 금융시장의 원활한 작동을 위해 자금을 공급했다. 미 연준과 영국은 코로나19 확산이 본격화된 3월 중 신속하게 기준금리를 제로 수준으로 인하했다. 그러나 제로 또는 마이너스 금리를 유지하고 있어 금리정책 여건이 제한적인 일본은행, 스위스중앙은행 등은 금리를 동결했다.

또, 주요국 중앙은행은 양적완화를 재개해 자산매입을 대폭 확대했다. 이에따라 코로나19 초기의 금융시장 불안과 정책대응을 위한 재정적자 확대 전망에도 불구하고 국채금리의 상승을 조기에 차단할 수 있었다. 주요국 중앙은행은 금융부문에 대한 자금공급 뿐만 아니라 채권시장 및 대출시장에 중앙은행이 직접 신용을 공급하는 수단을 도입하기도 했다. 금융기관이 위기 상황에서 실물부문에 대한 자금공급 여력을 확대할 수 있도록 일시적으로 금융규제 및 감독기준을 완화하기도 했다.

평소 금기시 했던 정책들도 코로나19 대응을 위해 시도

보고서에 따르면, 평소에는 꺼려하던 정책들도 시도됐다. 미국에서 중앙은행이 회사채시장 및 대출시장 등 신용시장에 직접 자금을 공급하는가 하면, 유럽연합 회원국의 재정건전성을 중시하던 독일이 프랑스와 함께 유럽연합 차원에서 코로나 위기 공동대응을 위한 기금을 조성하다는 제안을 했다는 사실도 이례적이라는 것이 보고서의 분석이다.

그러나 주요국 정책대응과 봉쇄조치 완화 등으로 5~6월 중 주요국의 경제지표는 다소 개선됐지만, 여전히 정상수준에는 못미치는 부진한 수준이다. 

보고서는 특히 코로나19의 글로벌 확산세가 최근 미국 일부지역과 신흥국을 중심으로 확대되고 있어 코로나 위기가 연초 예상보다 장기화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점도 지적했다.

이에따라 당초 수개월 정도 시행을 예상하고 도입했던 주요국 대응정책을 연장하거나 수정하는 방안에 대한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 

미국의 경우 최근 의회가 급여보호프로그램 신청시한을 당초 6월말에서 8월까지 연장하기로 결정했으며, 영국은 6월말 종료 예정이었던 고용유지대책을 10월까지 연장하되 휴직자에게 지급하는 수당의 일부를 사용주가 부담하는 방식으로 점진적으로 제도를 축소하기로 했다.

보고서는 우리나라에서도 7월3일 국회를 통과한 35조1000억원 규모 3차 추경의 차질없는 집행을 시작으로 기존 대응정책의 연장, 수정, 보완 등에 대한 검토가 면밀히 진행돼야 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중기이코노미 채민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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