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적이라는 말 이외는 특별히 표현할 방법이 없다. 한 달이 넘는 장마에 대한민국 곳곳이 잠겼다. 요 며칠 사이에 시간당 100㎜가 넘는 폭우가 쏟아진 곳도 여럿이다. 안타깝게도 사망자가 발생했으며, 피해액도 말 그대로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다. 기상청에 따르면, 이달 중순까지 장마가 이어진다니 걱정이 이만저만 아니다.

불과 지난달까지만 해도 국내 모든 언론뿐 아니라 전 세계가 코로나19를 주요 뉴스로 다뤘다. 하루 확진자 수에 일희일비하며 빠른 종식을 기다렸다. 본격적인 휴가시즌이 시작되는 최근, 국내의 경우 코로나19 확진세가 상대적인 안정세를 보였다. 여름 특수를 맞은 자영업자와 관광업계 모두 기대치가 높아지는 건 당연했다. 

지난밤 충남지역에 폭우가 내린 가운데 4일 오전 충남 천안시 동남구 고추시장에서 상인과 자원봉사자들이 복구 작업을 하고 있다.<사진=뉴시스>

사람의 생명보다 소중한 것은 없다. 때문에 생명을 지키기 위한 안전에 무엇보다 우선순위에 두는 것이 마땅하다. 지금을 살아가는 우리사회에서 안전이란 권하는 수준을 넘어 강요해도 될 만큼 소중한 가치다. 특히 올해는 전 세계를 혼돈에 빠지게 한 코로나19까지 더해졌다. 이뿐인가. 이상기후에 의한 것으로 짐작되는 자연재해는 해가 갈수록 심해지고 다양해지며, 더 강해졌다. 이런 현실에서 우리는 기존 시스템을 근본적으로 바꾸지 않으면 안된다는 강한 압박을 받고 있다. 

그렇다고 ‘기승전’ 없이 덮어두고 ‘결’로 가면 탈이 나기 마련이다. 가깝고도 먼 나라 일본을 보자. 코로나19 확진자가 하루 1000명을 넘는다. 뿐만 아니라 곳곳에서 자연재해가 이어진다. 지진·해일·홍수을 일상으로 받아들이면서도, 일본은 얼마 전까지만해도 안전한 나라의 대명사였다. 하지만 지금 일본이 안전하다고 말하는 사람은 없다. 

이런 가운데 일본정부는 이른바 ‘고투 트래블’을 외친다. 말 그대로 여행을 많이 가라는 것이다. 침체된 내수 활성화를 위해 불가피한 결정이라 이해할 수도 있다. 그럼에도 이건 아니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기본적으로 챙겨야 할 부분을 빼버렸기 때문이다.

이제 더 이상 경제는 금전으로만 해결되는 분야가 아니다. 안전이 담보되지 않은 상태에서 경제가 좋아지길 기대하는 것은, ‘바늘귀에 실 묶는 행동’과 같다. 말도 안 된다는 의미다. 제 아무리 바빠도 실은 바늘귀에 꿰어야지, 묶어서는 제대로 사용도 못하고 빠져버린다.

일본이 직면한 현실을 반면교사로 삼아야한다. 대한민국 현실도 분명 만만치 않다. 전염병은 여전하고, 이로 인해 우리경제의 근간인 소상공인 상당수가 어려움에 직면했다. 여기에 최근 내린 집중호우는 말 그대로 ‘우상우상(雨上憂上)’이다. 내린 비에 근심만 더해지는 모양새다. 

정부는 폭우로 피해가 발생한 지역을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 급한 불은 먼저 끄는 것이 옳다. 하지만 급한 불이 꺼졌다고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원인을 찾아야 한다. 정부도 안전이 곧 경제라는 정책을 갖고 국민에게 접근해야한다. 안전이 곧 선진국이고 경제강국으로 가는 지름길이라는 것, ‘K-방역’ 사례가 아주 잘 보여주고 있지 않는가. 중기이코노미 채민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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