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최저임금위원회 마지막 심의에서 노동자대표위원들이 공익위원안에 반발해 퇴장했다. <사진=뉴시스>

민주노총 측 대표위원들은 최저임금위원회의 마지막 심의에 아예 불참했다. 심의에 참가한 한국노총 쪽 대표위원들도, 협의 막바지 공익위원안(지난해보다 1.5% 인상)에 불만을 품고 퇴장했다. 사용자측 역시 일부가 공익위원안에 불만을 품고 퇴장해 의결에 참여하지 않았다. 소상공인연합회는 이후 최저임금 삭감안이 받아들여지지 않아 아쉽다는 입장을 냈다.

그럼에도 양측은 법이 정한 이의제기 기회를 활용하지 않았다. 다양한 이유가 있겠지만, 이의제기를 해도 뜻하는 바를 이룰 수 없으리란 인식이 엿보인다. 최저임금 결정 제도에 대한 불신이 크다는 의미다. 노사에 공익위원까지 3자가 참여한데다 이의제기 절차까지 있음에도 이렇게 불신이 크니, 현행 최저임금 결정 제도에 손질을 할 필요성이 제기된 것이 당연하다.

지난해 정부가 나서서 최저임금을 구간설정위원회와 결정위원회로 이원화하자는 법안을 국회에 냈지만 국회의 벽을 통과하지 못했다. 전문가들이 구간을 설정하면 그 안에서 노사와 정부 및 국회 추천위원들이 최저임금을 정하자는 방안이었다. 이보다 앞서 국회에서 최저임금을 정하자는 법안이 발의된 적도 있었다. 국회의원들이 참여하는 소위원회를 만들어 이곳에서 최저임금을 정하자는 방안이었다.

사실 최저임금을 어떻게 결정하더라도 불만이 없을 수는 없다. 노사가 원만한 타협을 이끌어 나갈 분위기가 형성돼 있지 않다면, 어떤 제도로 최저임금을 정하더라도 갈등 표출은 반복될 가능성이 있다.

그럼에도 최저임금 결정 제도를 되돌아보고 수정 보완하는 것은 의미가 있다. 최저임금은 두 가지 얼굴을 갖고 있다. 하나는 사람이 생존을 위해 필요한 최소한의 비용이고, 또 하나는 기업이 감당해야 할 인건비의 최소치다. 마땅히 사회적 합의가 이뤄져야 할 것들이다. 그런데 지금의 최저임금 결정 제도는 이에 대한 합의 과정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 사회적 합의 속에서 최저임금이 결정되는 방향으로 구조를 바꿀 필요가 있다.

20대 국회를 통과하지 못한 정부의 최저임금 결정 제도 변경 법안이 다시 제출될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기왕 논란이 커진 마당에 논의를 서둘러, 내년도 최저임금 의결은 새로운 제도 하에서 이뤄지길 희망해본다. 중기이코노미 이창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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