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갤럭시노트의 ‘Note is Art’ 전시를 위한 정연두의 ‘패러럴 유니버스’ 프로젝트

요즘 패션, 비즈니스, 언론 등의 여러 분야에서 콜라보레이션(Collaboration)이 화두다. 사전적으론 ‘모두 일하는’ 혹은 ‘협력하는 것’을 의미하며 공동 출연, 경연, 합작, 공동 작업을 뜻한다. 즉 서로 다른 두 브랜드가 만나 각자의 브랜드가 갖고 있는 경쟁력을 유기적으로 결합해 시너지 효과를 내는 것이다.  

현 정부의 창조경제도 이러한 협력을 통해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 내는 것에 많은 관심을 갖고 지원하고 있다. 특히 예술 분야와의 협력은 업종을 막론하고 제품의 디자인부터 기업의 브랜딩, 패키징까지 다양한 형태로 적용 발전되고 있다.

기업들은 예술과의 결합을 통해 기존에 갖고 있던 이미지를 업그레이드시킬 뿐 아니라 더 나아가 소비자들에게 새로운 경험을 제공할 수 있다. 그래서 기업들은 기존의 예술과의 협력없이 진행할 수 있는 단순한 혹은 반복적인 프로젝트들에도 예술을 입혀 새로운 경험과 이슈를 만들어 내려 노력하고 있다.

이러한 콜라보레이션 프로젝트에서 정말 중요한 것은 기업과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아티스트와의 논리적이면서 감각적이고 필연적인 연결고리를 찾고 이를 이용해 시너지를 만들어 냄과 동시에 양자간의 원활한 소통이 전제돼야 한다는 것이다.

기업과 아티스트가 같은 목적과 관점을 갖고 하나의 프로젝트에 접근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 만약에 그런 작가와 기업이 있다면 그 프로젝트는 아트 콜라보레이션으로서의 힘을 잃을지도 모른다.

삼성 갤럭시노트의 ‘Note is Art’ 전시를 위한 정연두의 ‘패러럴 유니버스’ 프로젝트

삼성 갤럭시노트와 정연두 작가

먼저 소개할 아티스트 콜라보레이션 프로젝트는 삼성이 2012년 봄 야심차게 내놓았던 갤럭시노트 관련 홍보·전시 프로젝트다. 스마트폰 속에 내장돼 있는 펜으로 간단한 노트와 드로잉을 할 수 있는 기능을 활용해 아트 마케팅 프로젝트를 만들어내는 일이었다. 이미 삼성에서는 몇몇 작가들과 노트의 펜기능을 이용한 그림 전시를 열었으나 그건 너무나 단순한 접근 방식이었다.

제일기획을 통해 프로젝트를 위한 제안을 해달라는 연락을 받고는, 프로젝트가 일반인이 참여한 사생대회쯤으로 끝날 경우 결과물이 미술 자체로 가치를 갖기는 쉽지 않을뿐더러 매체에서도 큰 관심을 끌 수 없을 것 같았다. 그래서 어떻게 하면 단순히 펜을 이용해 그림을 그리는 것 이상으로 대중의 참여와 이를 이용한 현대 미술 프로젝트를 만들어 낼 수 있을까를 고민했다.

이를 위해서는 새 제품을 홍보함과 동시에 하나의 순수한 현대 미술 프로젝트여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고, 일반인들과 작가가 함께하는 콜라보레이션을 통해 보다 인터렉티브하고 수준 높은 전시를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 결과 리서치를 통해 선택한 작가는 정연두였다. 정연두를 선택한 첫번째 포인트는 정연두의 이전 작업시리즈 중 하나인 ‘원더랜드’다. 유치원 아이들이 꿈에 대해 그린 그림을 작가가 실제로 제작·설치해 가상의 세트를 만들고 사진에 담아 재해석한 작업으로, 큰 스케일에 디테일이 살아있는 작가의 사진과 작은 도화지에 그려진 아이들의 그림이 같이 전시되는 작업이었다.  

또 하나의 콜라보레이션 작가를 선택하는데 있어서 중요한 점은 작가의 대중적 인지도였다. 정연두 작가는 2007년 국립현대미술관 최연소 올해의 작가상을 받았고, 모마(MoMA)에도 백남준 이후 작품이 소장된 첫 한국작가였다. 뉴욕 아트엔옥션 매거진이 선정한 투자가치 있는 작가 50위 안에 든 유일한 동양인 작가로서 이러한 점에서는 충분한 메리트가 있었다.

삼성 갤럭시노트의 ‘Note is Art’ 전시를 위한 정연두의 ‘패러럴 유니버스’ 프로젝트

위와 같은 정연두 작가의 작업 프로세스에서 모티브를 얻어 Graywall과 작가는 일반인들이 갤럭시 노트를 이용해 그린 그림들 중 5점을 심사해 뽑았다.(공정하고 권위있는 심사를 위해 대안공간 루프의 서진석 디렉터, 계원대 미술이론과에 유진상 교수 그리고 정연두 작가가 심사위원으로 참여했다) 그리고 이를 실제 장소와 스튜디오에서 설치작업으로 재현한 후 다시 사진에 담아 당선된 원작과 함께 전시하는 프로젝트를 기획했다. 작가는 이 프로젝트 시리즈를 ‘패러럴 유니버스’라 이름 붙였다.  

하지만 작가가 이 제안을 처음부터 흔쾌히 승낙한 건 아니었다. 기업과 기획사의 빠른 호흡때문에 물리적으로 프로젝트 진행과 제작을 위한 작업 시간은 두 달 밖에 없었고 당시 작가는 런던올림픽 관련 전시 등 이미 너무나 많은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었다. 또한 자신이 제품의 홍보를 위해 상업적일 수 있는 프로젝트를 진행해야 하는지에 관한 확신도 없었다.

이에 Graywall의 업무 중 큰 부분은 작가를 설득·이해시키는 일이었다. 이후 제작을 도와줄 어시스턴트들을 찾아 팀을 꾸리고 제작과 촬영을 위한 일정 조율과 현장 헌팅, 관련 기관에 보내는 협조 공문 등 많은 부분을 맡아 진행을 이끌어야 했다.

물론 어떤 부분에서는 작가의 작업과 그 과정을 전적으로 이해하며 서로에 대한 신뢰와 믿음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또 전시에 살을 붙이기 위해 갤럭시노트를 이용한 미디어아트 작품을 공모, 두 사람에게 3000만원의 제작비를 지원했다. 그리고 갤럭시노트 사생대회에 응모한 우수작들을 선정, 출력, 프레임을 해 전시하는 ‘Note is Art’라는 하나의 큰 전시를 만들었다.

이 일은 제품 홍보와 대중 참여, 작가와의 협업을 통한 새로운 현대미술 전시까지 여러 마리의 토끼를 한번에 잡은 프로젝트로, 당해 제일기획이 내부적으로 선정 시상한 올해의 베스트 TOP 5 프로젝트 중 하나로 선정됐다. [Graywall 변홍철 디렉터]

<저작권자 ⓒ 중기이코노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관련기사 ㅣ “콜라보레이션, 기업이 원하는 매력적인 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