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는 테슬라 자동차 매매약관 중 5가지 불공정약관 조항을 시정하도록 했다.<사진=뉴시스>

세계 1위 전기차업체인 테슬라의 약관이 불공정하다는 공정위 판단이 나왔다. 차량인도 기간이 지나기만 하면 소비자에게 모든 책임을 전가하는 조항이 법 위반이란 것이다. 

지난 3월 테슬라는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해 신차 인도를 기존 출고지 인도에서 비대면 위탁운송(탁송)으로 변경했다. 

당시 테슬라 구매자 커뮤니티에서는 탁송으로 인도된 차량에 문제가 있어도 인수거부를 할 수 없는 것이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자동차를 인수받을때 불량 여부를 확인하고 문제있는 제품을 인수거부하는 것은 소비자의 당연한 권리다. 테슬라는 조립이 어긋난 결함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이른바 ‘단차’ 문제가 알려져, 소비자들이 인수거부 가능성에 민감하게 반응한 것이다. 

실제로 인수거부는 불가능하다고 테슬라 측이 직접 밝힌 적은 없었다. 전기차 구매시 보조금을 받기 위해서는 등록을 해야 하는데, 이로 인해 인수거부가 힘들다는 해석도 나왔으나,  이는 제조사에 책임이 있는 사안은 아니다. 

그러나 테슬라 약관에는 소비자에 책임을 떠넘기는 불공정한 내용이 포함됐다. 공정위는 테슬라 자동차 매매약관 중 5가지 불공정약관 조항을 시정하도록 했다고 18일 밝혔다. 

인도기간 경과 후 모든 손해는 소비자에 전가

공정위에 따르면 태슬라 약관은 차량 인도기간이 지난 후 발생한 모든 손해를 고객이 부담하도록 정했다. 공정위는 “고의 및 과실 등 귀책여부에 관계없이 고객의 차량에 발생한 모든 손해 및 위험을 고객에게 전가”시키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밖에, 고객이 인도기간 이내에 차량 인수를 하지 않은 경우, 계약위반으로 보고 테슬라는 차량 인도의무를 부담하지 않게 된다는 약관 규정도 문제삼았다. 고객에게 계약 이행을 하라고 알리는 절차나 계약해지 절차가 없다는 것이다. 

공정위는 “사업자는 인도기간이 경과한 후에도 고객이 수령을 거부하거나 계약이 해지되지 않는 이상 고객이 인도받기 전까지 차량을 인도할 의무가 있고, 고의·과실에 따른 손해를 부담해야 한다”며, 테슬라의 약관은 “상당한 이유없이 사업자가 부담해야 할 위험을 고객에게 떠넘기거나 고객에게 부당하게 불리한 조항으로 무효”라고 해석했다. 

3월 시행된 약관을 두고 이달 4일 불공정약관 신고가 접수돼 공정위가 조사에 나섰다. 테슬라는 같은 달 27일 해당 약관을 폐기하고 기존의 출고지 인도로 환원했다. 폐기 이전 약관이 적용되던 기간 중 탁송으로 인도된 차량은 2039대였으며, 사고가 발생해 고객에 손해를 전가한 경우는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고 공정위는 밝혔다. 

탁송 관련 약관 외에, 계약으로 발생한 우발 손해 등에 대한 회사의 책임을 주문수수료 상환으로 한정한 조항, 불명확한 사유로 주문취소를 할 수 있는 조항 등에 대해서도 공정위가 불공정성을 지적하자, 테슬라는 민법과 개인정보법을 준수하는 방향으로 약관을 자진시정해 8월14일부터 시행했다. 

세계 제1의 전기차 회사, 자율주행 논란도

테슬라는 세계 최대의 전기차제조사로, 한국에는 2017년 진출했다. 진출 첫해인 2017년 283대가 등록됐으며, 지난해 모델 3의 한국 출시 이후 판매가 급증했다. 2019년 2420대 등록을 기록한 뒤, 올해에는 6월까지 7078대가 등록됐다. 

전기차업계에서 가장 앞섰다는 평가를 받고 있지만, 크고 작은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특히 주행 보조기능인 ‘오토파일럿’은 논란의 중심에 있다. 지난 7월 한국 소비자단체인 소비자주권시민회의도 공정위와 국토부에 해당 명칭 사용을 조사해달라고 요청한 바 있다. 실제로는 운전 보조수단임에도, 마치 차량이 스스로 주행할 수 있는 것 같은 오해를 유발하고 이것이 사고로 이어진다는 취지다.  

테슬라의 오토파일럿은 자율주행에서 가장 앞선 기술이란 찬사를 받는 반면, 외국에서는 교통사고가 발생해 기술을 두고 갑론을박이 벌어지기도 했다. 테슬라 측은 오토파일럿으로 발생한 교통사고 대부분이, 운전자가 운전대를 완전히 놓는 등 잘못된 행동을 한 결과라고 해명하고 있다. 또, 운전자가 운전대를 놓아서는 안된다고 다양한 경로로 경고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독일 법원에서는 지난 7월 오토파일럿이란 명칭의 사용을 금지하는 판결이 내려졌다. 이에 따라 한국 공정위의 선택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마찬가지 결정이 내려진다면, 테슬라는 자율주행을 일컫는 다른 표현을 사용해야 할지도 모른다. 중기이코노미 이창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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