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과대학과 의학전문대학원 본과 4학년 학생들은 올해 의사 국가시험에 응시하지 않을 것을 결의했다. 당장 내년 초 3000여명의 신규의사가 배출되지 않게 됨으로써 인턴수급을 할 수 없게 된 병원들은 심각한 혼란을 겪게 된다. 또 코로나19 방역에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했던 공중보건의사 수급에도 문제가 발생할 것이다.“

최대집 대한의사협회 회장은 21일 오후 긴급 기자회견에서 “전국 의사 총파업은 26~28일 3일간에 걸쳐 이뤄질 것”이라면서 한 경고 메시지다. 그러면서 그는 “정부가 의대정원 확대, 공공의대 설립, 첩약 급여화 시범사업, 비대면 진료 육성 등 ‘4대악’ 의료정책을 철회시 파업을 잠정 유보할 것”이라고 밝혔다. 

‘4대악’ 의료정책을 정부가 철회하지 않으면, 코로나 19 집단감염 재확산 위기 국면에 공중보건의사 수급에 문제가 발생한다고 했다. 의사 ‘총파업’을 무기로 한 정부에 대한 협박과 다름없다. 의대정원 확대 필요성에 동의하는 대학병원 등 대형병원도 겁박했다. 의사협회장 자신의 뜻에 반해 정부에 동조하는 대형병원, 내년에 인턴을 받을 생각도 하지 말란다. 현행 법 어디에도 허용하지 않은 ‘총파업’ 권리를 도용하면서까지, 의사협회가 정부와 대형병원을 이처럼 몰아세울 수 있다는 사실이 놀랍다.   

총파업의 명분으로 최대집 의사협회장이 ‘4대악’을 얘기했지만, 제일 뜨거운 쟁점은 정부가 지난 24일 발표한 ‘의대정원 확대, 공공의대 설립 추진방안’이다. 이에 따르면 2022년부터 10년간 의과대학 정원을 매년 400명 늘려 총 4000명의 의사를 추가로 양성한다. 또 연간 증원되는 의사 400명 중 300명은 지역의사제를 통해 지방에서 중증(심·뇌·응급) 필수 의료분야에 복무해야한다. 

개원의가 주축이 된 의사협회를 포함 대학병원 등 대형병원 인턴·레지던트·전임의 대다수가 의대정원 확대에 반대하며 집단행동을 공언했다. 그리고 21일 오전 인턴·레지던트 등 전공의와 전임의가 순차적 파업돌입을 선언하면서, 26일 이후 3일간 전국 단위 의사파업 사태는 불가피 할 것으로 보인다.

의사협회 등은 선진국과 비교해 한국의 의사 숫자가 부족하지 않다는 등의 이유로 들어 파업에 나선다고 했다. 하지만 인구 1000명당 2018년 기준 한국의 의사는 2.4명으로 OECD 평균(3.5명)의 70% 수준으로 이들의 주장 대부분은 거짓 또는 왜곡이다. 단언하지만 의대정원 확대와 공공의대 설립을 반대할 이유와 명분은 의사들의 밥그릇 지키기 이외에는 찾을 길이 없다.  

최대집 의사협회장의 긴급 기자회견 이전인 21일 오전, 김강립 보건복지부 차관이 의사들에게 분명히 경고했다. “엄중한 수도권 상황에서 국민 안전과 생명을 담보로 한 휴업은 어떤 이유도 정당화할 수 없는 만큼, 오늘(21일) 오후 의료법에 의한 진료개시를 명령하고 불응시 형사처벌과 면허 불이익조치 등을 시행할 것”이라고. 김 차관이 경고한 진료개시명령권은 당연한 처분이고, 의사파업에 따른 혼란을 조기에 종식시킬 가장 확실한 카드다.

나아가 의사 파업사태를 계기로 정부는 ‘의대정원 확대, 공공의대 설립 추진방안’을 보완해, 공공의료인력 확대와 함께 의료의 공공성 강화를 위한 후속조치도 마련해야한다. 아울러 지역의사제가 대도시와 지방 간의 의료서비스 불균형을 해소할 수 있는 실효적인 대책이 될 수 있도록 다듬어 줄 것도 당부한다. 중기이코노미 논설위원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