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자동차보험 방식으로 저변을 넓히고 있는 주행거리연동(PAYD,  Pay As You Drive) 방식의 자동차보험을 넘어 운전자의 행태를 종합적으로 반영하는 운전행태 반영(UBI, Usage Based Insurance) 방식의 자동차보험이 선진국을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다. 안전운전과 보험료 절감이라는 장점과 개인정보 집적이라는 단점이 함께 제기되며, 향후 국내 도입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한국금융연구원은 최근 ‘자동차보험에서 UBI 프로그램 활용추세 및 시사점‘ 제하의 자료를 내고, UBI 방식의 국제적 추세 및 국내 도입 문제를 다뤘다.

이석호 연구위원이 작성한 이 자료는 먼저 최근 선진국에서 주행거리연동(PAYD, Pay As You Drive) 자동차보험과 같은 가입자의 실제 운전행태를 반영하는 방식이 활용되고 있다고 전했다. 가입자의 연령·성별·사고경력·배기량·모델 등에 따라 요율을 책정하는 전통적 자보에, 가입자의 연간 실제 주행거리가 일정 수치 이하에 도달할 경우 이미 납입한 보험료의 일부를 할인해 주는 조항을 추가한 것이다.

국내에서도 2011년 12월 도입된 이후 2013년 5월말 기준으로 PAYD 방식 보험의 가입건수가 약 177만건으로 전체 개인용 자동차보험의 13.3%에 달하고 있으며, 단축된 주행거리 정도에 따라 일반적으로 5~13%의 할인율이 적용되고 있다.

“얼마만큼 운전”에서 “어떻게 운전”으로 전환

그런데 최근 미국, 영국 등에서는 자동차보험의 요율 산정에 있어 주행거리뿐만 아니라 여기서 한걸음 더 나아가 가입자의 운전 행태를 종합적으로 반영하는 UBI 프로그램이 활성화되고 있다.

PHYD(Pay How You Drive) 프로그램으로도 불리우는 UBI 프로그램은 전통적 요율 산정기준에 실제 주행거리뿐 아니라 주행속도, 급코너링, 급가속, 급제동, 주행시간대, 주행도로 종류 등 전반적인 운전 습관 및 행태를 취합해 이에 근거해 요율을 책정하는 방식이다. 이는 차량에 부착된 ‘텔레마틱스(카네이게이션처럼 자동차에 설치돼 서버 등과 교신하는 장치)’를 통해 자동차운행 기록을 종합적으로 모니터링해야 가능한 일이다.

이 연구위원은 UBI 프로그램은 미국, 영국, 이탈리아 등을 중심으로 활성화되고 있는 추세며, 동 프로그램을 활용하는 자동차보험의 판매 비중이 향후 5~6년 내에 전체 자동차보험시장의 25~40% 정도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는 전망치를 인용했다.

그는 미국의 경우 UBI 프로그램을 활용하는 자동차보험의 판매 비중이 2012년 기준 2%(140만 가입자) 정도이지만 2020년경에는 동 비중이 약 25%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고 했다. 미국 자동차보험 소비자의 약 80%가량이 이 프로그램에 호의적이라는 설문조사 결과도 인용했다.

스테이트팜(State Farm)의 UBI 방식의 자동차보험 광고. 급제동(hard brake), 위험운전(high risk driving), 주행거리(miles driven) 등의 용어가 나와 있다.

실제로 미국내 2위 자보업체인 스테이트팜(State Farm)은 UBI 방식의 보험을 판매하고 있으며, 광고 화면을 통해 이 프로그램의 특성을 선명하게 노출하고 있다.(사진)

영국에서는 UBI 프로그램을 활용하는 자동차보험의 판매 비중이 2020년경에 약 40%에 육박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영국보험협회(ABI, Association of British Insurers)는 2018년경에는 이 프로그램의 전세계 가입자가 1억명을 넘어설 것으로 추정하기도 했다.

보험회사-가입자 “윈-윈”?

보험회사 입장에서 UBI 프로그램은 ‘특정 운전자 그룹의 평균적인 위험성향’이 아닌 ‘가입자 개인의 실제 위험성향’을 직접 요율산정에 반영한다는 점에서 매력적이다. 요율산정의 합리성과 공정성을 제고시키고 불확실성과 손해율, 보험사기의 가능성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텔레마틱스를 통한 모니터링이 반복되고 자료로 축적될수록 이 기능이 위력을 떨칠 것으로 보인다.

가입자 입장에서도 나쁘지 않다. 요율 할인 및 안전 운전이라는 장점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텔레마틱스 장치로 측정된 실제 운전행태가 안전한 등급을 받을수록 더 낮은 요율을 받아, 할인율이 20~30%에 달할 것이라고 이 연구위원은 전했다.

운전자의 안전운전 유인이 증대되면서 미국시장에서 약 20~35%의 자동차사고 경감효과가 전망된다는 2012년 자료가 인용되기도 했다.

차량에 부착된 텔레마틱스 장치를 통해 차량 도난 시 위치추적과 긴급사고·조난 시 신속하고 효율적인 자동구호요청 및 대처 등이 가능해진다는 장점도 있다.

자동차보험사 ‘빅 브라더’ 되려고?

그러나 여전히 논란의 소지도 있다. 사생활 침해 및 정보 집적은 대표적인 주제다. 운전자 및 동승자의 위치 정보 등에 대한 수집 및 축적이 이뤄져 사생활 침해 및 개인정보 유출이 발생할 개연성이 있다는 것이다. 요율 할인을 받는 소비자가 발생하는 한편에는 요율이 인상되는 소비자도 발생한다는 것은 또 다른 그늘이다.

이에 따라 보고서는 ▲가입을 원하는 소비자만을 대상으로 선택적으로 시행하고 ▲위치정보 등의 수집 및 사용에 대해 명확하게 설명한 후 사전적으로 가입자의 동의를 얻어야 하며 ▲관련 정보의 유출 및 남용을 방지하기 위한 철저한 제도적 장치를 강구할 것과 함께 ▲상대적으로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점에 대한 명확한 설명이 전제돼야 한다고 제안했다.

한편 우리나라에서도 UBI 방식의 자동차보험 도입이 급물살을 타고 있다. 일부 보험사가 운전행태 모니터링 시스템을 보급하는가 하면, 지난해 보험개발원은 UBI 자동차보험 도입방안 연구 및 교통사고 원인분석 서비스를 제공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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