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가 박삼구 전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과 금호산업·아시아나항공을 검찰에 고발하기로 결정했다고 27일 밝혔다.

금호아시아나그룹 계열사들이 금호고속을 부당 지원한 행위에 대해 공정위가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총 320억원 부과하기로 결정했다. 박삼구 전 회장 외에 그룹 임원 2명도 고발대상에 포함됐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은 2006년 대우건설 인수 이후 유동성 위기를 겪었다. 2010년 금호산업·금호타이어가 워크아웃에 들어가고, 아시아나항공이 경영정상화 자율협약을 시작하는 등 주요 계열사가 채권단 관리에 들어갔다.

박삼구 전 회장은 이후 금호기업(현 금호고속)을 통해 구 금호고속과 금호산업, 금호터미널 등 계열사를 다시 인수하며 그룹 재건을 시도했다. 이 과정에서 총 1조원 이상의 자금을 확보하고자 했다.

공정위에 따르면 금호고속은 NH투자증권으로부터 5300억원을 대출받았지만, 열악한 재무상태로 자체적인 자금조달이 한계에 이르렀다. 이에, 그룹 컨트롤타워인 전략경영실은 해외 기내식업체, 계열사 등을 활용한 자금조달 방안을 기획·실행했다.

먼저, 아시아나항공에 대한 30년의 기내식 독점 사업권을 매개로, 금호고속이 1600억원 상당의 신주인수권부사채를 발행해 스위스 게이트그룹으로부터 자금을 조달했다.

아시아나항공은 게이트고메스위스(GGS)와 4:6 비율로 합작투자법인 게이트고메코리아(GGK)를 설립해 2016년 12월 기내식 공급계약을 체결했다. 이후 금호고속은 2017년부터 총 1600억원의 BW(신주인수권부 사채)를 발행했고, 게이트그룹이 이를 무이자로 인수했다.

공정위는 이 과정에 대해 “아시아나항공이 독점 기내식 거래를 통해 금호고속이 BW를 발행할 수 있도록 사실상 보증·담보한 것”이며 “금호고속 BW는 신주인수권 행사가 사실상 불가능함에도 이례적으로 무이자로 발행됐으며, 따라서 기내식·BW 일괄 거래가 아니었다면 BW의 인수가능성은 희박했다”고 봤다.

또 공정위는 2016년부터 2017년 사이 금호고속의 자금사정이 악화되자, 금호아시아나 9개 계열사들이 금호고속에 저리로 자금을 대여한 사실도 지적했다.

전략경영실 지시로 45회에 걸쳐 총 1306억원을 담보없이 낮은 금리(1.5∼4.5%)로 신용대여했고, 이 중에는 금호산업과 아시아나항공의 비계열 협력업체를 이용한 우회적 방식의 자금대여도 포함됐다.

금호산업과 아시아나항공은 자금대여 여력이 없는 중소 협력업체에 선급금 명목으로 돈을 지급하고, 협력업체는 이를 그대로 금호고속에 대여한 것으로 밝혀졌다.

공정위는 계열사들의 부당지원으로 인해 “금호고속에 금리 차익(약 169억원) 상당의 부당한 이익이 발생했고, 특수관계인 지분율에 해당하는 이익(최소 77억원) 및 결산배당금(2억5000만원) 등이 총수일가에게 직접 귀속됐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공정거래법이 금지한 특수관계인에 대한 부당한 이익제공, 부당한 지원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아울러 “이번 조치를 통해, 총수일가의 지배력 강화를 목적으로 제3의 기업·그룹을 매개로 기업집단내 내부거래가 우회적으로 이루어지는 행위에 대해 경종을 울릴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중기이코노미 이창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