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제일교회 관련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하고 있던 지난 8월18일 한산한 모습의 서울 성북구 사랑제일교회 인근 장위전통시장. <사진=뉴시스>

내년 국가 살림살이 예산안이 올해 본예산 대비 8.5% 증액된 555조8000억원으로 확정됐다. 코로나19 대응에 따라 단행된 올해 세차례 추가경정예산까지 감안해도 전년대비 1.6% 늘었다. 마이너스 성장이 확실시되는 상태에서 정부가 본예산을 증액한 목표는 분명하다. 코로나19로부터 국민의 안전·생명을 지키고, 당면한 경제위기를 극복하고자 함이다. 

정부가 확정한 내년 예산안에서 특히 눈여겨 볼 부분은 올해(13조3640억원)대비 약 30% 증액한 중소벤처기업부 예산(17조3493억원). 대기업 관련 정책을 주로 입안·집행하는 산업통상자원부의 내년 본예산(11조1592억원)보다 6조원 이상 많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직격탄을 맞은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자영업자 지원을 통해 위기국면을 돌파하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중기부는 내년 중점사업으로 ▲디지털 경제로의 대전환 ▲온라인·비대면 분야 집중 육성 ▲지역경제 및 골목상권 활력 제고 ▲국가대표 브랜드 K 확산 및 세계화 ▲사회안전망으로서 정책금융 역할 강화 등 5가지를 꼽았다. 

이 중 예산이 가장 많이 투입되는 사업은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자영업자를 지원하기 위한 정책금융. 코로나19에 따른 소비위축으로 극심한 타격을 받은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중기부가 전체 예산의 63%에 해당하는 10조9000억원을 투입한다. 올해(7.8조원)보다 약 40% 증액한 규모다. 

특히 중소기업 긴급경영안정자금 융자금을 올해보다 4배 늘린 5000억원을 책정했다. 신성장기반자금 융자금 역시 올해대비 31.6% 증가한 1조7500억원을 배정했다. 소상공인 융자금도 올해보다 56.5% 증가한 3조6000억원을 편성했다. 아울러 지역신용보증 재보증과 기술보증기금 및 신용보증기금 출연으로 1조1400억원을 배정했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적극 대응하기 위해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한 온라인·비대면 분야 육성사업과 디지털 경제로의 전환사업도 강화했다. 온라인·비대면과 디지털 관련 사업 예산규모는 각각 1조8115억원과 2조1679억원. 특히 온라인·비대면 관련 예산은 올해(1.4조원)대비 34% 증액했다. 

중기부는 또 골목상권 활력 제고 등을 위한 사업에 1조1000억원의 예산을 편성했다. 여기에는 온누리 상품권 발행(2749억원), 지역특화산업육성+R&D 분야(1227억원), 지역기반 로컬크리에이터 활성화(88억원) 등의 사업이 포함됐다. 골목상권 활성화 방안의 종착지는 더 많은 소비자가 골목상권을 찾도록하자는 것이다. 

코로나19에 따른 경제위기 국면에 중기부가 내세운 예산안을 보면서, 문득 ‘구슬이 서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란 속담이 떠오른다. 제 아무리 좋은 정책이라도 잘 다듬고 정리가 돼야 값어치가 있다는 얘기다. 그런 면에서 고사 직전인 소상공인·자영업자, 재정이 적극적으로 투입돼야 할 이들에게 예산을 집중시킨 것은 분명 긍정적인 신호다. 그럼에도 긍정적 신호가 성과로 이어질지에 대해서는 우려스럽다. 

경영구조개선을 동반하지 않은 정책자금 지원은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닌 부채의 악순환이 될 수 있다는 것은 시행착오를 통해 이미 경험했다. 골목시장으로 소비자 발길을 돌리기 위해 시행했던 많은 정책 또한 미봉책에 머문 경우도 태반이란 사실도 안다. 코로나19에 따른 위기국면이 계속되는 지금, 구슬 서말을 보배로 꿸 수 있는 중기부의 혜안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 중기이코노미 채민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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