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7년 7월20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서 가맹점주협의회 회원들이 피자에땅 공동대표 업무방해 고발 기자회견을 마치고, 민변 사무실에서 ‘을’들의 피해사례 발표대회를 하고 있다.<사진=뉴시스/안진걸 민생경제연구소장 제공>

피자에땅 A가맹점은 2015년 3월부터 5월까지 약 2개월 동안 가맹점본사로부터 위생점검 등의 명목으로 12회에 걸쳐 매장점검을 받았다. 또다른 피자에땅 B가맹점도 같은 기간 가맹점본사로부터 매장점검을 9회 받았다. 모두 통상적인 수준을 벗어난 경우였다. 이후 두 매장 점주는 외부 식자재 사용, 유통기한 경과, 영업시간 미준수 등의 사유로 본사로부터 계약갱신 거절을 당했다. 이들은 ‘피자에땅가맹점주협회’ 설립을 주도했다는 이유로 가맹점본사의 블랙리스트에 오른 점주였다. 

공정거래위원회는 2018년 10월 가맹거래법 위반 등을 이유로 피자에땅 가맹점본사인 ㈜에땅에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총 14억6700만원을 부과했다. 현행 가맹거래법 제14조의2 제5항은 가맹본부가 가맹점사업자단체 구성·가입·활동 등을 이유로 가맹점사업자에게 불이익 제공행위를 금지한다. 

그러나 최근 서울고등법원은 ㈜에땅이 공정거래위원회를 상대로 제기한 시정명령처분 취소소송에서 원고 일부승소를 판결했다. 가맹점본사의 가맹점주에 대한 이례적인 매장점검 행위의 경우 점주협의회의 구성·가입·활동을 이유로 한 불이익 제공행위임은 인정했다. 하지만 가맹점주가 유통기한 경과, 영업시간 미준수 등 계약위반 행위가 존재하기에 갱신거절 사유는 정당하다고 판단했다. 가맹점업계의 고질적인 병폐인 가맹점사업자단체 구성에 대한 본사의 방해와 불공정행위를 법원이 용인해 준 셈이다. 

법원의 이와같은 결정에 시민사회단체와 전국가맹점주협의회는 현실을 외면한 가맹본부의 가맹점주 탄압 면죄부 판결이라고 비판했다. 노동조합 활동을 주도한 노조간부에 대한 부당노동행위 법리를 잘못 차용한 판결이란 주장이다. 

부당노동행위 법리에 따르면 ‘외관상’ 해고사유와 ‘진정한’ 해고사유가 다른 경우 그 해고가 노조활동을 방해할 목적이거나, 보복·불이익을 주기 위한 의도가 인정되면 부당해고가 된다. 따라서 가맹점주 단체 활동을 주도한 가맹점주단체 간부에 대한 갱신거절에 대해서도 주된 사유나 의도를 따져 판단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가맹사업을 시작하기 위해 점주들은 수억원의 투자를 하고 가족과 함께 하루 대부분의 시간을 매장 서비스와 제품의 품질을 높이고 브랜드 이미지를 개선하기 위해 사용한다. 때문에 가맹점주에게 계약해지와 계약갱신 거절은 사형선고와 같다.

이번 법원 판결에 따르면 가맹본부는 점주단체 활동을 주도하는 가맹점주에 대해 통상적 해지사유에 해당되지 않은 사소한 이유로 들어 갱신거절을 할 수 있다. 앞으로 가맹본부의 이와같은 불공정행위를 정당화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준 것이다.

과거 취재과정에서 만났던 한 김밥 프랜차이즈 가맹점주는 김밥재료로 들어가는 당근이 왜 필수물품이고, 주방세제까지 본사를 통해 구매해야하는 필수물품인 이유를 이해할 수 없다고 울분을 터뜨렸다. 그 또한 가맹점주 단체 활동을 주도하고, 외부물품을 사입해 사용했다는 이유 등으로 계약갱신 거절을 당했다.

가맹사업법에 보장된 가맹사업단체 관련 권리는 여전히 약하다. 단체를 만들어 본사와의 협의를 요청을 할 수 있다는 것이 전부다. 본사가 거부하면 이 단체는 무용지물이 된다. 또, 본사에서 점주들의 단체행동이 맘에 들지 않으면 언제라도 사소한 문제를 핑계로 가맹점주의 영업을 막을 수 있다. 때문에 단체교섭권을 부여하고, 가맹본부의 단체활동 방해행위를 근본적으로 막을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더욱 필요하다. 중기이코노미 채민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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