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여당과 대한의사협회 간 합의에 따라 지난 21일 전공의 업무중단 이후 15일째 계속된 전국 단위 집단휴진 사태가 종료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일손을 놓은 의사 대부분이 전공의인데, 이들이 의사협회와 정부·여당 간의 합의에 반대하면서 현장복귀를 거부하기 때문이다. 이번 합의가 집단휴진 사태는 해소하지 못하고, 의사협회에 정부가 채무만 부담하는 최악의 상황도 배제할 수 없다는 우려까지 나온다. 

이번 합의에 따라 정부·여당이 의사협회에 갚아야 할 빚이 너무 많다. 의사협회와의 합의를 이행한다면, 우리사회의 의료 공공성 강화는커녕 유지조차 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합의안에 따르면, 보건복지부와 의료계는 4대정책(의대증원, 공공의대 신설, 첩약 급여화 시범사업, 비대면진료) 방안을 ‘협의체’에서 논의한다. 보건복지부와 의사협회 양자만이 참여하는 의정협의체에서 의료 공공성 강화를 위한 필수의제를 협의하고 결정한다는 얘기다. 

고양이한테 생선을 맡긴 셈이다. 매년 400명씩 향후 10년을 기한으로 총 400명의 의사를 추가로 양성한다는 정부안에 반대한 게 의사협회다. 증원되는 400명 중 의사협회 주력인 개원의와 경쟁관계 가능성 있는 지역의사는 300명에 불과하다. 코로나19 팬데믹이란 위기 상황에서, 이 조차도 받아들일 수 없다면서 의료시스템을 멈춰 세운 이익집단이다. 의사협회가 동의하지 않으면 의사증원을 할 수 없는 협의기구, 의정협의체 존재 자체가 대한민국 의료 공공성 강화에 걸림돌이 될 게 너무 자명하다.  

의사협회는 정부의 공공의대 신설안도 반대했다. 정원 49명짜리 의학전문대학원 신설조차도 반대한 게 의사협회다. 의료기관에 따른, 전공과목에 따른, 지역에 따른 의사 불균형을 해소할 가장 확실한 방안은 의사인력 대폭 증원이다. 그리고 증원된 의사인력을 특히 내과·외과·산부인과·소아청소년과 등 필수과목에 종사하면서 지방에 머물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권역별 국공립의대 신설은 그래서 필요하고, 권역별 공공병원 확대 또한 의사증원과 병행돼야하는 이유다. 

의료 공공성 강화 기조를 폐기하지 않는 한, 의사 대폭 증원과 공공의대 신설을 포함 공공병원 확대는 물러설 수 없는 원칙이다. 그럼에도 정부는 의사협회 요구를 수용, 의대증원과 공공의대 신설을 의정협의체에서 논의하기로 했다. 

코로라19 재난에도 밥그릇 지키기 투정이란 국민여론조차도 외면했던 의사협회다. 코로나19 이후 일상으로 돌아가면, 이들의 탐욕을 억제할 수단은 사실상 없다고 봐야한다. 보건의료노조를 포함 시민사회가 이번 합의안을 정부의 백기투항이고, 의정야합이라고 주장하며 전면 폐기를 주장하는 배경이다. 

코로나19 재확산 우려로 지난주에 이어 3단계에 준하는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가 1주일 더 연장됐다. 골목상권 대부분에 셧다운이나 다름없는 부담을 지우면서까지, 코로나19 확산세를 잡기 위해 정부가 총력전을 편다. 정책의 최우선 목표가 코로나19 방역과 치료인 상황에서 의사들의 집단휴진은 정부에게 큰 부담이었음에 틀림이 없다. 합의내용의 적절성 여부와 무관하게 의사협회와 합의가 절실했을 것이란 정부 입장도 충분히 이해가 간다.  

의사협회와 합의안에 서명한 당사자로서 시민사회 요구대로 합의안을 전면 폐기하기는 쉽지 않다. 그래서 제안한다. 4대정책(의대증원, 공공의대 신설, 첩약 급여화 시범사업, 비대면진료) 방안을 포함 보건의료정책 주요 의제를 다룰 의정협의체 구성을 확대하는 방안이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책임져야할 보건의료정책을 논의하는 공식기구에 국민의 참여를 배제하는 게 있을 수 있는 일인가. 

의사협회와 정부로만 구성된 의정협의체에서 나온 보건의료정책은 국민을 납득시킬 수 없다. 국민을 대신해 시민사회의 참여를 보장함으로써 의사협회의 독주를 견제할 수 있는 최소한의 안전장치를 마련해야한다. 정부·여당과 의사협회 간의 합의, 의정협의체 확대가 전제되지 않는다면, 당장이라도 전면 폐기하는 게 마땅하다. 중기이코노미 논설위원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