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마트산업노조는 지난 7월 29일 홈플러스가 조합원들의 폐점매각저지투쟁과 2020년 임단협투쟁을 위축시키기 위해 고소고발 남발, 매장출입제한, 징계협박 등 온갖 부당노동행위를 저지르며 조직적으로 투쟁을 방해하고 있다며 노동부에 근로감독 시행을 촉구했다. <사진=전국마트산업노조>

“착한 자본은 없습니다.” 14일 전국서비스산업노동조합연맹 마트산업노동조합이 개최한 ‘홈플러스 사례로 보는 먹튀 사모펀드 형태의 문제점’ 토론회에서 나온 얘기다.

무자비한 자본의 단면을 보여준 사건은 세계 최대 장난감 유통업체였던 토이저러스의 파산 사례였다. 2005년 베인캐피탈을 비롯한 3개 사모펀드는 약 8조원에 토이저러스를 인수했다. 인수 직전 2조2000억원이었던 토이저러스의 부채는 사모펀드에 인수된 이후 약 6조원으로 늘었다. 이들 사모펀드가 2014년부터 2017년까지 토이저러스에서 자문료 명목으로 받아간 보수만 약 216억원. 이들은 온갖 수단으로 토이저러스를 약탈했다. 2017년 결국 토이저러스 본사는 파산보호를 신청했고, 2018년 70여년의 역사를 마감했다. 3만여명의 노동자 또한 일자리를 잃었다. 

참여연대 이동구 변호사는 토이저러스는 급증한 부채 때문에 혁신을 위한 융통성을 발휘하기 어려웠다고 설명했다. 영업이익의 97%를 이자비용으로 지출해야 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토이저러스가 사모펀드에 인수되지 않고 상장회사로 남아 있었다면 상황이 크게 달라졌을 것이라고 말한다. 과거 론스타펀드의 외환은행 매각이나 뉴브릿지캐피탈의 제일은행 매각 등 사모펀드의 먹튀 사례는 수없이 많다. 홈플러스 노동자들이 불안한 마음으로 홈플러스 매각과정을 지켜보는 이유다.

자산운용규모 30조원의 아시아 최대 사모펀드 MBK는 2015년 9월 홈플러스를 테스코로부터 사들였다. 총 인수금 7조2000억원 중 자기자본은 2조2000억원 뿐이다. 인수대상 기업인 홈플러스 자산을 담보로 5조원을 인수금융으로 조달했다. MBK가 홈플러스 인수를 위해 빌린 부채에 대한 이자는 홈플러스의 수익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서비스연맹이 공시시스템 자료를 분석한 결과, 2019년 기준 홈플러스의 영업이익은 1602억원인 반면 이자비용만 1488억원(93%)에 달한다. 

MBK는 홈플러스 인수 후 2016년부터 가좌, 김포, 김해, 동대문, 북수원 홈플러스 등 약 20여 곳의 자산 약 2조원어치를 팔았다. 이와함께 직접고용(4357명)·간접고용(5050명) 등 인력감축을 단행했고, 보안업체·콜센터·베이커리판매 등 외주업체와의 계약도 해지했다. 경쟁업체인 롯데마트·이마트가 천문학적인 비용을 들여 혁신에 투자했던 그 시점에, 홈플러스는 MBK의 빚과 이자를 갚느라 투자할 엄두조차 내지 못했다.  

여기에 MBK는 올해 흑자매장인 안산점과 대전 둔산점, 탄방점의 폐점매각도 추진 중이다. 이들 매장에는 현재 입점업체까지 수천명의 생계가 걸려있다. 이윤을 위해 멀쩡히 운영되는 회사의 문을 닫겠다는 것이다.

사업장 폐업은 곧 종사자의 대량 실직과 입점업체의 폐업으로 이어진다. 때문에 폐업은 기업 소유주만의 문제가 아닌 노동자·협력업체 등의 참여와 협의 속에서 이뤄져야 한다. 국내 사모펀드의 자산규모가 400조원을 넘어섰다. 기업을 사들여 단물만 빨아먹고 버리는 사모펀드의 먹튀 투자 행태를 막지 않으면, 우리 기업 생태계는 고사하고 말 것이다. 중기이코노미 채민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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