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증여 의혹에 휩싸인 16살 골프선수가 기간산업인 항공사 대주주가 되었는데, 정부는 정녕 책임이 없습니까? 212억 자산가가 5억 고용보험료를 떼먹어 고용유지지원금조차 못 받고 있는데, 이런 악덕 기업주에게 금배지 달아 준 집권 여당이 이렇게 나 몰라라 하고 있으면 됩니까?”

심상정 정의당 대표가 15일 국회 비교섭단체 대표연설 중 이스타항공의 대량해고 사태를 막아 줄 것을 정부에 촉구하면서 한 발언이다. 여기서 ‘악덕 기업주’는 이스타항공 창업자이자, 전 회장이었던 이상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다. ‘불법증여 의혹에 휩싸인 16살 골프선수’는 이스타항공의 최대주주(39.64%) 이스타홀딩스의 최대지분(66.7%)을 보유한 이상직 의원의 아들이다.

이스타항공은 지난 7일 605명 노동자에게 10월14일자로 정리해고 한다고 통보했다. 이들 해고대상자를 포함 이스타항공 1000여명의 노동자는 7개월이상 계속된 임금체불로 고통을 겪었다. 그럼에도 이들은 휴직수당의 90%까지 최대 6개월간 지급되는 고용유지지원금 혜택을 받지 못했다. 이스타항공이 이들 1000여명의 노동자를 휴직처분하고, 휴직수당의 10%만 부담했어도 임금체불 기간을 단축할 수 있었다. 또 250억원 가량 이스타항공의 임금체불액을 대폭 줄여, 제주항공과의 M&A 무산 이후 운신의 폭도 키울 수 있었다. 그런데 이스타항공이 고용유지지원금을 신청하지 않은 이유가 불과 5억원의 고용보험료를 납부하지 않아서라니. ‘악덕 기업주’라고 비난받아 마땅하다.  

21대 국회의원으로서 212억원의 재산을 등록한 이상직 의원이 5억원의 고용보험료를 미납했다. 이스타항공 전 회장이어서 책임이 없다고 변명할 처지가 아니다. 지난 8일 등기이사직을 사임한 이수지 전 브랜드마케팅본부장이 이상직 의원의 딸이다. 이수지 본부장은 또 이스타홀딩스 지분의 33.3%를 보유한 이스타항공의 제2대 주주다. 이상직 의원의 아들은 10대 후반에, 딸은 20대 중반에 각각 이스타항공의 1대·2대 주주가 됐다. 이들 남매가 이스타홀딩스를 통해 이스타항공 지분을 매입한 자금(100억원)의 출처가 이상직 의원이라는 게 정설이다. 심상정 의원이 ‘불법증여 의혹에 휩싸인 16살 골프선수’라고 언급한 배경이다. 

고용유지지원금을 신청하지 않은 이유가 고용보험료 미납 이외 제주항공과의 M&A협상 때문이라면 더 문제다. M&A 성사를 통해 얻게 될 매각차익을 위해 1000여명이상 노동자의 생존권을 외면했다는 비난에서 벗어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이스타항공은 M&A 협상과정에서 제주항공의 요구를 수용해 3월부터 인력구조조정을 시작했다. 상반기에만 계약해지·희망퇴직을 통해 이스타항공을 떠난 노동자가 약 500명에 이른다. 이스타항공이 고용유지를 전제로 지원되는 고용유지지원금을 신청할 의사가 전혀 없었음을 보여주는 정황이다. 

이스타항공을 제주항공에 팔아 수백억원의 차익을 아들과 딸에게 넘기려했던 이상직 의원의 탐욕이 고용참사를 만들었다. 지난 3월 이후 500여명의 노동자가 이스타항공을 떠났고, 다음 달 14일이면 605명의 노동자가 해고된다. 지금 살아남은 400여명의 노동자 중 정리해고자 명단에서 빠진 육아휴직 대상자 등 80여명도 추가 구조조정대상이다. 2019년 연말 사업보고서 기준 1423명에 달했던 이스타항공 직고용노동자가 300여명으로 줄어드는 셈이다.

정리해고 대상자를 포함 1000여명의 이스타항공 노동자는 기자회견 등을 통해 체불임금 일부 포기, 임금삭감, 무급휴직 등 고통분담을 전제로 사측에 자구안 마련을 촉구했다. 그럼에도 경영진이 또다시 재매각을 위해 조만간 투자설명회를 개최한다는 언론보도가 나온다. 하지만 1차 매각협상 무산으로 이스타항공 부실 규모가 더 커졌고, 창업주 일가와 관련된 많은 의혹, 이상직 의원의 책임론, 코로나19 장기화 등 재매각 성사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게 업계의 평가다.  

이상직 의원. 이제라도 ‘악덕 기업주’라는 오명을 벗으려면, 매각을 통해 사익을 취하려는 욕심을 버려야한다. 이스타항공 창업자로서 또 선출된 공직자로서 무거운 책임감을 갖고 이스타항공 정상화를 위한 대책 마련에 나서야한다. 무엇보다 정리해고 방침을 철회하고, 고용안정 방안을 정부와 협의해야한다. 지금이라도 고용유지지원금 신청요건을 갖춰 급한 불을 끄는 것도 대안 중 하나다. 

아울러 기간산업고용안정기금을 통해 수혈을 받을 수 있도록 노동조합 등과 함께 자구안 마련도 선행돼야한다. 이스타항공을 제외한 다른 저비용항공사에 총 3000억원이 지원됐기에, 긴급한 경영자금 마련은 그리 어렵지 않다. 이상직 의원. 자신과 일가의 안위만을 위해 1500명 가까운 직고용노동자의 밥줄을 끊은 원흉으로 기억되지 않기를 바란다. 중기이코노미 논설위원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