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공정거래위원회가 가맹점주의 협상력 강화방안을 담은 가맹사업법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앞서 여당도 가맹본부와 가맹점주단체 간의 교섭을 의무화하는 내용을 담은 가맹사업법 개정안을 국회에 발의했다. 

◇가맹점주 단체교섭권, 이미 있다=일부 언론은 가맹점주에게 단체교섭권을 부여하면 안된다지만, 이는 틀린 주장이다. 가맹점주가 단체를 구성해 가맹본부와 협의할 수 있는 권한은 이미 2013년에 도입됐다.

현행 가맹사업법에는 가맹점주가 단체를 구성할 수 있다는 조항이 있다. 또 이 단체가 “그 가맹본부에 대하여 가맹계약의 변경 등 거래조건에 대한 협의를 요청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다. 다만 “가맹사업의 통일성이나 본질적 사항에 반하는 거래조건을 요구하는 행위, 가맹본부의 경영 등에 부당하게 간섭하는 행위 또는 부당하게 경쟁을 제한하는 행위”는 단체교섭 대상에서 제외했다.

가맹점주단체의 단체교섭권에 강제성도 없다. “협의를 요청받은 경우 가맹본부는 성실하게 협의에 응하여야 한다”는 선언적인 조항이 있을 뿐이다. 가맹점주가 단체를 구성해 교섭요구를 하더라도, 우위에 있는 가맹본부가 이에 응하지 않을 경우 강제할 수단이 없다는 의미다.

◇정부안, 가맹점주단체에 단체교섭력 강화=공정위에 따르면 가맹본부가 가맹점주단체의 대표성을 문제삼아 협의에 응하지 않은 사례도 적지 않다. 

가맹점주단체가 스스로 대표성을 입증하기는 곤란한 면도 있다. 보복 우려 때문이다. 단체 가입을 이유로 보복을 해서는 안된다는 법규정이 있음에도, 단체 구성을 이유로 가맹점주에게 보복행위를 한 가맹본부가 공정위로부터 과징금 처분을 받은 일도 있었다. 이 가맹본부는 공정위의 행정처분이 부당하다는 이유로 행정소송을 진행 중이다.

공정위는 이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가맹점주단체의 자격을 보증해주는 절차를 도입하는 내용의 법 개정안을 23일 입법예고했다.

가맹점주단체의 신고절차를 도입해, 일정 비율 이상의 가맹점주가 가입한 단체에 신고를 허용하면, 신고된 단체에 대해 대표성을 확인할 수 있다는 취지다. 또 복수의 가맹점단체가 가맹본부에 협상을 요청하면 신고된 가맹점단체와 우선 협상하도록 규정해 지위를 보장했다.

공정위는 “이번 개정안이 통과되면 거래상 열위에 있는 가맹점사업자의 협상력과 가맹본부의 건전성이 제고되는 등 가맹분야에서 공정한 거래 기반을 강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하지만 여전히 가맹본부와 가맹점주단체 간 협상을 강제하는 내용은 없다. 공신력있는 가맹점주단체의 협상 요청마저도 가맹본부가 응하지 않을 경우, 대처방안은 물음표로 남아 있다.

정부안에는 협상을 강제하는 방안이 없는 반면, 여당은 이같은 내용이 포함된 가맹사업법 개정안을 국회에 발의했다.

◇여당, 가맹점주단체 협상 강제 법안 발의=정부안에는 협상을 강제하는 방안이 없는 반면, 여당은 이같은 내용이 포함된 가맹사업법 개정안을 국회에 발의했다.

지난 7월 더불어민주당 민형배 국회의원이 대표 발의한 가맹사업법 개정안에 따르면, “가맹본부는 성실하게 협의에 응하여야 한다”는 법규정을 “가맹본부는 정당한 사유가 없으면 협의를 거부하거나 게을리하여서는 아니된다”로 고쳤다. 

또 정당한 사유없이 협의를 거부하거나 게을리 했을 때는, 공정위가 시정조치나 과징금 등의 제재를 할 수 있도록 했다.

민형배 의원은 법안 제안이유에서 “현행법은 가맹점사업자단체가 가맹본부에 거래조건 협의를 요청한 경우, 가맹본부는 성실하게 협의에 응할 의무를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이를 위반한 경우에 관한 제재규정이 없다”며 “가맹점사업자단체의 거래조건 협의요청을 가맹본부가 정당한 사유없이 거부하거나 게을리 하면 사실상 협의가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거래조건에 대한 협의요청의 권리가 가맹점주에게 주어진 것은 2013년 일이다. 실효성을 확보하기 위해 이 권한을 어떻게 강화해야 할지, 국회의 현명한 판단이 필요한 시점이다. 중기이코노미 이창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