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 전날  발표한 에버랜드 상장과 관련된 몇몇 사람도 이번 선거가 반가웠을 것 같다. 특히 1995년 아빠한테 받은 종자돈 60억여원을 잘 굴려 수조원대로 자산가로 성장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게는 의미가 남다를 것 같다. 그는 종자돈에서 착실하게 증여세를 내고, 남은 돈은 허랑방탕 쓰지 않고 비상장기업 에스원과 삼성엔지니어링에 투자했다. 하늘은 스스로 돕는자를 돕는다. 두 회사 모두 곧 상장하게 됐고 그는 600여억원대의 주식부자가 됐다. 청출어람, 이것만 해도 용한데, 한 발 더 나아갔다. 제일기획과 에버랜드, 삼성전자, 삼성SDS의 전환사채와 신주인수권부사채를 사들였다. 톡톡하게 재테크를 하는 한편으로 삼성그룹 순환출자고리의 정점이라는 에버랜드를 장악할 수 있게 됐다.

역시 천우신조다. 삼성SDS가 얼마전 상장을 발표하면서 이 부회장은 (추산가에 불과하지만) 1조5천억원이 넘는 시세차익을 남긴 것 같고, 이번 에버랜드 상장이 발표되면서 여기서도 추산가 기준 1조원이 넘는 시세차익을 거둘 것으로 보인다. 수십년의 긴 호흡, 그 결과로 받아든 수십에서 수백배의 시세차익. 바람직한 재테크의 전형이다. 통상 중요한 의사결정을 할 때는 명분과 실리 중 하나를 취하고 나머진 버리게 마련인데, 으리으리한 시세차익과 함께 삼성그룹을 좌지우지할 에버랜드의 최대주주 자리까지 차지하게 되면서 이마저도 빗겨갔다. 그의 누이들과 삼성그룹 계열사들이 보유한 에버랜드 주식을 좋은 값에 처분하기도 수월해진다. 독야청청, 마음만 먹으면 순환출자의 고리를 끊고 에버랜드를 그룹 지배구조의 확실한 정점으로 격상시킬 수도 있다. 물론 누이들도 천문학적인 실탄으로 무장해 각자 분야에서 ‘글로벌 플레이어’가 될 수도 있겠다. ‘누이 좋고 오라버니 좋은’, 명실상부한 윈윈 게임이다.

제발이다. 이들 남매와 아버지가 거둔 수조원대 시세차익이 누구의 주머니에서 나왔는지 알고싶지 않다. 시저의 것은 시저에게, 머리 좋다는 많은 사람들이 우공이산(愚公移山)의 심정으로 20년간 도모해 온 일이다. 농사를 짓거나, 물건을 만들거나, 집을 짓거나, 비위 맞춰가며 물건을 팔거나 하는… 땀방울 혹은 피눈물을 흘려야 비로소 ‘생산’이 된다는 믿음은 위험하기 그지없는 시대착오다. 이 참에, 시대를 앞서가는 ‘혜안’과 어떠한 역풍에도 흔들리지 않는 ‘집요함’, 무엇보다 목표를 향해서는 한치의 흔들림도 용서치 않는 ‘신념’이 삼위일체로 결합할 때, 어떤 ‘창조적 시너지’를 낼 수 있는지를 모든 국민이 배워야 한다. 물론 ‘종자돈 몇십억원’ 없는 사람들은 예외다. ‘황새 따라가려는 뱁새’도 예외다. 다걸기할 배짱이나 보험이 되줄 부모가 없다면, 역시 예외다. 그런 사람들은 그냥 열심히 땀, 혹은 눈물을 흘리면 된다. 운이 좋다면 삼성에 입사해 엄청난 역사적 쾌거들의 조연으로 크레딧을 올릴 수도 있을 것이다.

6월4일, 투표하는 날. 비 그친 하늘이 말개지기 시작했다. 누군가는 국민의 ‘심판’을 기다리며 가슴을 졸일 날, 누군가는 홀가분하게 ‘면죄부’를 만지작거릴 수도 있겠다. 아… 분명히 해야겠다. 이건 잘못된 표현이다. 철저하게 합법적인, 그래서 법원이 주는 예방주사까지 다 맞은 사안에 면죄부라니. 면죄부를 청하는 것이 아니라 시장에 ‘통보’했다고 해야 맞겠다. 어쨌든, 혹은 만에 하나, 이들에게 의미 깊은 날일 수도 있겠다. 아… 여전히 범부의 틀을 벗어나지 못하는 사고라니. 더 큰 그림을 위해 도화지를 깔아놓은 날로 기억될 수도 있겠다. 너무 많이 알고싶지는 않다. 고양이 털 색깔이 무슨 상관인가? 쥐만 잘 잡으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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