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대기업이 R&D관련 규정의 허점을 이용해 중소기업 자격을 획득하고, R&D사업 한 건당 수억원 규모의 혜택을 받았다. 

더불어민주당 강훈식 국회의원이 한국산업기술평가관리에서 제출받은 ‘수요기업 참여 R&D과제 현황’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8월부터 현재까지 ‘셀프 수요기업 등록’ 사례가 14건에 달했다고 18일 밝혔다. 

산업부는 지난해 일본 수출제한 조치에 따라 소재·부품·장비 대책을 마련했다. R&D의 ‘수요기업’으로 참여하는 기업에게 R&D과제의 정부출연금을 확대하고, 민간부담분도 줄이는 인센티브를 부여했다. 수요기업으로 참여만하면 “기업 유형에 관계없이 중소기업 수준으로 지원할 수 있다”는 관련 규정을 마련했다. 

수요가 있는 R&D를 적극 지원한다는 취지였지만, 대기업들이 정부출연금을 더 타내고, 부담해야 할 민간부담금을 절감하는 수단이 됐다. ‘개발기업’으로 참여한 대기업이, 수행하는 R&D과제의 ‘수요기업’으로 대기업 자신을 등록하는 꼼수를 사용했다. 

가령 대기업인 A사는 ‘셀프 수요기업’으로 등록한 뒤, 5억2000만원의 민간부담금을 1억2900만원으로 감액받았다. B사는 민간부담금 4억600만원을 부담해야했지만, 실제로는 1억원만 부담했다.

강훈식 의원에 따르면 이같은 꼼수를 두고 산기평 내부에서도 선정 가부에 대한 격론이 벌어졌다. 하지만 ‘셀프 수요기업’ 등록이 금지돼 있지 않아, 막을 방법이 없었다는 판단을 내렸다. 

강훈식 의원은 “R&D과제를 신청할 때 기업들이 계획서상 ‘수요기업’ 칸에 기업명만 쓰면 ‘셀프 수요기업’으로 등록이 가능했다”면서 “셀프 수요기업이 있을 수 있지만, 대기업이 중소기업 수준의 혜택을 받아 가는 것은 완전한 편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같은 편법을 방지하기 위해 산기평이 수요기업을 엄격히 심사하고, 산자부는 수요기업의 정의와 혜택을 제도 취지에 맞게 대폭 개정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중기이코노미 이창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