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청장협의회에서도 논의했지만 나머지 24개 구는 동의하지 않았다. 서초구만 추진하는 것은 형평성에 문제가 있다.”

지난 15일 서울시청에서 진행된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의 서울시 국정감사에서 서정협 서울시장권한대행의 발언이다. 조은희 서초구청장이 당시 조례로 추진 중인 재산세 감경책을 둘러싸고 여야 의원 간 설전이 벌어진 직후였다. 서 서울시장권한대행은 여야 간 논쟁을 정리하면서 “(재산세 감경은) 정부정책 차원에서 큰 틀에서 보는 것이 바르다”는 말을 덧붙이기도 했다. 

서울시 국정감사가 끝나고, 보름이 지났을 뿐이다. 더불어민주당이 입장을 180도 바꿨다. 조은희 서초구청장이 수립하고 서정협 서울시장권한대행이 제안한 민원을 수용하기 일보직전이다. 당시 국감장에서 “서초구의 우월한 재정상황을 이용한 정치적 포퓰리즘”이라고 비난했던, 이해식 민주당 의원을 민망하게 만들었다. 조 서초구청장을 향해 “더 많은 세금을 부과해야한다”고 요구했던, 박재호 민주당 의원도 머쓱해진 건 마찬가지다. 

조은희 서초구청장이 지난 23일 공포한 재산세 감경 조례안은, 올해분 재산세 가운데 자치구 몫에서 절반을 감면해주는 내용이다. 재산세 중 자치구 몫은 50%. 결국 조 서초구청장이 공시지가 9억원이하 1가구 1주택자의 재산세를 총액기준으로 25% 감경해준 셈이다. 민주당이 서초구청 조례안과 사실상 동일한 재산세 인하방침을 확정하고, 최종안 발표가 초읽기에 들어갔다. 9억원 또는 6억원 등 재산세 인하 기준금액을 놓고 저울질 중이라 전해진다. 

종부세율 인상으로 부동산 보유에 따른 부담을 가중시켜, 투기수요를 억제하겠다며 발의된 종합부동산세법 개정안. 국회를 통과지 3개월도 안됐다. 종부세 개정안은 아직 시행도 되지 않았는데, 민주당이 서민·중산층 부담을 이유로 재산(보유)세를 인하한다고 했다. 공시지가 9억원이하 주택까지 재산세를 내려주면, 시가 13억원 상당 주택소유자도 재산세 부담을 덜 수 있다. 

이렇게 되면 공시가격 9억원이하 1가구 1주택자는 이중보호를 받는다. 종부세 대상이 공시가격 9억원초과 주택이기 때문에, 이들은 종부세를 면제받는다. 또 이들의 주택이 공시가격 9억원을 초과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재산세까지 깎아준다. 민주당의 재산세 인하 방침에 대해 부자감세라는 비난이 나오는 이유다. 이럴 거면, 지난 8월4일 야당의 반대를 무릅쓰고 종부세법 개정안을 밀어붙인 이유가 궁금해진다. 

재산세 인하 그 자체도 문제지만, 정국운영 관련 민주당의 무책임이 보다 큰 리스크다. 재산세 인하 방침의 근거로 민주당은, 최근 구체화된 공시가격 로드맵 핑계를 대지만 거짓말이다. 공시가격 로드맵은 발표시점만 특정되지 않았을 뿐, 정국운영의 상수였다. 공시가격과 재산세가 비례관계임을 모를리 없는 민주당. 뜬금없이 지금 시점에 부자감세를 추진하는 속내에, 내년 4월 재·보궐선거가 있음을 알만한 사람은 다 안다. 특히 공시지가 9억원에 근접한 고가주택이 많은 서울지역 의원들의 목소리가 크다고 전해진다. 

지난 15일 서울시 국정감사장으로 돌아가 보자. 당시 국민의힘 권영세 의원은 “(서초구 정책을) 과감하게 받아들여 오히려 선제적으로 다른 구에도 (재산세를) 내리라고 지도하는 게  어떤가”라고 서울시에 주문했다. 그리고 15일이 지난 지금, 민주당이 권영세 의원의 주문에 답하려한다. 조은희 서초구청장만이 당시 민심을 정확히 읽었고, 민주당 소속 24개 구청장은 민생을 외면했다고. 그래서 자성과 함께 서초구 정책을 민주당이 받아 재산세를 내려주겠다고. 

“공교롭게도 국민의힘에서도 이러한 조처들을 추진하겠다고 나서고 있다. 그야말로 ‘더불어국민의힘’이 탄생한 것이다.” 김종철 정의당 대표가 29일 당 상무위원회에서 민주당의 행태를 꼬집은 말이다. 김 대표가 언급한 ‘이러한 조처들’에는 국민의힘이 추진하는 정책, 공시지가 9억원이하 재산세 인하도 포함됐다. 민주당을 향해 “도대체 뚝심있고, 일관되게 추진하는 개혁이 뭐가 있냐”는 김종철 대표의 질타도 있었다. 국민의힘을 향해 ‘국민의짐’이라 비아냥거릴 게 아니라, 민주당 스스로 국민의짐이 아님을 보여줘야한다. 중기이코노미 논설위원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