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에서 코로나19 대응을 가장 잘하는 나라인 독일. 11월 한달간 부분봉쇄를 선택했다. 10월 하순 이후 확진자가 연일 1만명을 넘어선데 따른 비상조치다. 9월 이미 하루 확진자가 1만명을 기록한 프랑스. 마찬가지로 11월 이동금지령을 포함 강도높은 봉쇄조치를 단행한다. 10월 야간통행을 금지했음에도 수주 만에 하루 확진자가 2만명 단위에서 5만명 대까지 급증하자 대응강도를 높였다. 

1일 확진자가 2만명을 넘어선 영국도, 11월 잉글랜드 전역 봉쇄를 결정했다. 여행은 물론 결혼식과 예배 등이 전면 금지됐다. 유럽의 거대경제권 세 나라 모두 봉쇄를 선택했다. 벨기에와 오스트리아 등 각국이 봉쇄행렬에 동참하고 있다. 이탈리아 역시 전국적인 봉쇄조치를 검토 중이다. 

코로나19 대대적인 재확산은 유럽만의 문제도 아니다. 최악의 위기를 겪는 미국. 코로나 하루 확진자가 10만명을 넘어섰다. 인도와 브라질, 러시아의 확산세도 수그러들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봉쇄조치는 코로나19 확산차단을 위해 필요하지만, 경제위축을 피할 수 없다. 독일에서만 25조원이상 경제손실이 발생했다는 전망이 나왔다. 비필수업종 영업중단 등을 포함 한 달간 부분봉쇄에 따른 손해 추정치다. 그 피해가 취약계층에 더 크고 빠르게 발생하며, 경기회복기에도 여진이 남는다는 점도 문제다. 각국이 대대적인 경기부양책을 펴면서, 고소득층은 자산가격 상승으로 이익을 봤다. 반면 저소득층은 일자리를 회복하지 못하는 ‘K자 양극화’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코로나로 빈익빈 부익부 심화, ‘K자 양극화 현상’=K자형 경기회복은 최근에 새롭게 대두된 개념이다. 통상 자연재난 상황에선 경기가 급속도로 나빠졌다가, 빠르게 반등하는 V자형을 그린다는 분석이 많았다. 이와 달리 완만한 악화와 점진적인 회복세를 보여주는 U자형 경기회복 등 다양한 분석모형이 있다.

K자형은 경기회복 양상이 두 갈래로 나뉜다는 의미다. 최근 한국금융연구원의 금융브리프에 게재된 ‘코로나19 사태와 K자형 양극화 회복경로’는, 미국 실물경제의 K자형 양극화 조짐에 주목했다. “K자의 하방경로에 해당하는 노동자들의 실업보험 청구건수가 증가함은 물론 무료음식배급소 행렬이 길어지는 반면, K자의 상방경로에 해당하는 노동자들은 금융이나 실물자산 가격상승 등에 힘입어 순자산이 증가하고 있는 통계”를 통해 K자형 양극화 회복경로를 확인할 수 있다고 했다.

실제로 미국의 2분기 가계와 비영리단체의 순자산은 1분기보다 6.8% 늘어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전체 순자산의 71%는 상위 20% 고소득자 소유다. 같은 시기 저학력·비정규직·유색인종·여성 등의 일자리가 빠르게 줄었다. 경기가 일시적으로 나아진 3분기에도 이들의 일자리는 회복되지 않았다. 고학력 및 고소득 직종의 일자리가 상대적으로 매우 빠르게 회복된 것과 상반된다. 

K자 양극화가 심화된다면 취약계층이 입을 피해가 더 크게 남고 더 오래 지속된다. 경제 전체의 활력을 저해해, 코로나 시기 이후에도 상처로 남을 가능성도 크다. 

◇코로나 양극화 해소, 취약계층 보호 중요성 증대=한국정부도 K자 경기회복 가능성을 주시하고 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지난 10월29일 열린 OECD 각료이사회 전체회의에서, 코로나19 피해가 집중된 취약계층과 개도국에 대한 지원이 필요하다며 “비대칭적인 K자 경제회복을 경계할 필요가 있고, 취약계층의 고용유지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각료이사회에 참여한 각국 대표들의 의견도 다르지 않았다. 이사회에서 채택한 공동성명을 통해 “근로자들이 충분한 사회적 보호를 받고, 회복과정에서 배제되는 취약계층이 없도록 모든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천명했다. 이를 위해 청년과 여성을 위한 일자리와 사회안전망 확충 등을 강조하기도 했다.

아울러 “필수적인 경제활동을 뒷받침하기 위해 단기적으로는 재정과 통화정책을 통한 경기부양정책을 지속가능한 범위에서 계속 추진할 필요가 있다”며 “부채의 지속가능성을 항상 고려하되, 재정건전화를 너무 일찍 추진하는 것은 경제의 회복을 어렵게 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결국 K자형 양극화 방지는 정부재정의 역할과 사회안전망 확충이 전제돼야한다. 미국과 유럽은 각자 사회구조에 걸맞는 사회안전망을 형성한 역사가 오래됐다. 사회안전망이 사실상 부재한 한국. K자형 양극화를 방지를 위한 사회안전망 확충에 정부가 어느 만큼의 재정을 투입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중기이코노미 이창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