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남자의 이야기다. 2년 전까지만 해도 대기업 홍보실에 근무했다. 그는 2년 전 사표를 내고 지역 소상인 홍보플랫폼 사업을 시작했다. 10여년간 대기업 홍보실에서 차곡차곡 쌓아온 경험을 바탕으로 지역 소상인과 함께 하겠다는 의욕도 충만했다. 혈기 왕성한 30대 스타트업 기업가의 시작은 더딜 이유가 없었다. 하지만 덜껑 멈추는 데까지 그리 긴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퇴직금에 아내가 운영하던 식당까지 처분했지만 2년을 버티기 어려웠다. 스스로 한계를 인정하고 모든 것을 접을 때 즈음. 기자에게 전화가 왔다. 시간되면 식사를 한 번했음 한다는.

한 달여 만에 만난 그가 꺼낸 첫 말은 한숨 돌리게 됐단다. 정부와 자신이 거주하는 자치단체가 추진하는 사업에 선정돼 1억원 가량을 지원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내년 상반기까지를 마지막 기회라 여기고 다시금 해보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그에게 다시 연락이 왔다. 해당 자치단체에서 연락이 왔단다. 정부에서 지원 받을 경우 ‘중복지원’이 우려돼 선정을 보류했다는 통지였다. 

벼랑 끝에 매달려 있는 소상공인에게 당장 필요한 것은, 자신의 생명을 지탱해 줄 안자일렌 같은 안전장치다. 자치단체가 소상공인 몸에 안자일렌을 하나 더 거는 것, 이를 중복지원이라고 하기에는 소상공인 처지가 너무 위태롭다. <이미지=이미지투데이>

물론 더 많은 소상공인에게 기회를 주기 위해 한 업체에 중복지원은 막을 필요가 있다. 때문에 그는 자치단체에 그 어떤 말도 하지 못했단다. 하지만 아쉬움이 많이 남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애초 기본적인 사안을 확인하지 못하고 선정까지 한 뒤, 지금에야 보류결정을 했는지 답답한 심정을 토로했다. 

자치단체의 소상공인 지원사업 아니라 다른 분야도 예산중복을 막기 위한 장치는 있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그가 신청서를 낸 자치단체 사업신청 조건에도 중복지원은 안된다는 내용이 어느 한 곳에 묻어있었단다. 이를 간과한 자신의 실수임을 알지만, 절박한 심정으로 사정을 전달했다. 그리고 해당 자치단체가 애초 선정한 결과를 변경하지 않기만을 기다리고 있다. 결과는 어떻게 될지 모른다.

예산이 수반되는 사업은 명분과 시급성이 매우 중요하다. 오랜 시간 난제로 남아 있는 지역경제 활성화는 많은 자치단체장이 강한 의지를 가지고 있는 만큼 명분은 충분하다. 여기에 사회 전반에 충격을 주는 상황이 발생하면 가장 큰 타격을 입는 계층은 소상공인이다. 지금이 어떤 시댄가. 전 지구촌을 뒤 흔들고 있는 코로나19 시국이다. 지역 상권 살리기를 더 이상 늦추면 안 될 시급한 상황이다.

암벽이나 빙벽을 오를 때 추락사고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산악인들은 서로 로프를 연결하는데, 이때 안자일렌 장비를 사용한다. 낙하에너지를 최대한 상쇄하기 위해서는 적어도 4~5명 정도가 서로 연결돼야한다. 1~2명만으로는 오히려 서로를 위협하는 수단이 될 수 있다. 

벼랑 끝에 매달려 있는 소상공인에게 당장 필요한 것은, 자신의 생명을 지탱해 줄 안자일렌 같은 안전장치다. 정부와 자치단체가 소상공인 몸에 안자일렌을 하나 더 거는 것, 이를 중복지원이라고 하기에는 소상공인 처지가 너무 위태롭다. 중기이코노미 채민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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