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 추진에 대해 경제개혁연대가 17일 논평을 통해 “막대한 외부자본 유입에도 불구하고 대한항공에 대한 한진칼의 지배력을 약화시키지 않으면서 한진 총수일가의 그룹 지배권 안정시키고, 더 나아가서는 향후 항공산업 재편으로 인한 독점적 지위까지 추가적으로 보장해주는 ‘재벌 특혜’가 아닌지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다. 

앞서 16일 산업은행은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 지원을 위해 한진그룹에 8000억원을 투입하기로 결정했다. 같은 날 한진칼과 대한항공도 각각 이사회를 열어 아시아나항공에 대한 출자와 유상증자 참여를 결정했다. 

아시아나항공 인수자금 마련을 위해 대한항공은 2조5000억원 규모의 주주배정 방식 유상증자를 실시하고, 여기에 한진칼이 7272억원 참여한다. 이어 아시아나항공의 신주 1조5000억원과 사모영구전환사채 3000억원을 인수한다는 계획이다. 

한진칼 → 대한항공 → 아시아나항공 구조로 재편되는 인수방안에 대해 경제개혁연대는 “이번 딜의 근본 의문점 중 하나는, 산업은행 등 채권단 관리 하에 있는 아시아나항공의 매각을 추진하면서 인수주체인 대한항공이 아닌 그 모회사 한진칼에 자금지원을 결정한 점”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산업은행은 대한항공 유상증자에 직접 참여할 경우 한진칼이 지주회사 행위규제상의 지분요건을 맞출 수 없게 되어, 불가피하게 한진칼에 자금지원을 할 수밖에 없었다고 언급하고 있으나, 이에 대한 근거가 부족하다”고 주장했다. “산업은행이 한진칼의 제3자배정 유상증자에 참여하는 방식을 선택하지 않고, 교환사채 발행으로 조달한 자금만을 사용해서 대한항공 유상증자에 참여하는 방식을 선택해도, 한진칼의 대한항공에 대한 지분이 다소 희석되기는 하겠지만 지주회사 의무지분율 요건을 여전히 충족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또 산업은행이 “한진그룹 지주회사인 한진칼이 거래의 당사자로서 투자합의서 등 계약상 권리·의무의 주체이므로, 경영권 변동이 발생하더라도 통합작업에 차질없이 이행될 수 있는 구조”라고 밝힌데 대해서도 “한진칼이 아닌 대한항공이 계약상 주체였다면, 경영권 변동 여부는 별다른 고려의 대상이 아니었을 것”이라고 반박했다. 

경제개혁연대는 또 “한진칼이 조원태 회장 측과 KCGI 등 3자연합의 지배권 확보 경쟁이 첨예하게 진행 중인 상황”을 거론하며 “이번 딜이 성사될 경우 산업은행은 약 10%의 한진칼 지분을 보유하면서 캐스팅보트를 행사하는 지위에 오르게 되는데, 투자합의서의 실질적인 상대방인 조원태 회장 측에 우호적으로 의결권을 행사할 것이 예상된다”고 주장했다. 이것이 “산업은행의 이번 딜이 순수하게 아시아나항공의 매각만을 위한 최적의 방안이라고 보기 어려운 또 다른 이유”라는 주장이다. 중기이코노미 이창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