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의 확산이 수그러들 내년에도 신흥국들의 경제성장이 예년만 못할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사진=AP/뉴시스>

현재 코로나19 확진자가 가장 많이 발생한 나라는 유일하게 1000만명을 넘은 미국이다. 이어서 인도, 브라질, 러시아 등 주요 신흥국들이 줄줄이 이름을 올리고 있다. 하나같이 세계경제를 견인해 온, 경제규모가 크면서 성장률도 높은 나라들이다.

코로나19의 확산이 수그러들 내년에도 이런 신흥국들의 경제성장이 예년만 못할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국제금융센터의 박미정 부전문위원은 최근 ‘21년 신흥국 경제전망 및 리스크요인 점검’ 보고서에서, “내년 경기 반등에도 불구 팬데믹 불확실성과 내재적 취약성이 지속되어 위기 이전 수준의 성장 동력을 회복하기는 역부족일 것으로 평가”된다고 밝혔다.

박 위원은 “코로나19를 기점으로 신흥국 경제가 더 이상 선진국에 비해 월등한 우위를 점하지 못하면서 글로벌 성장 견인력이 약해질 소지”가 있으며, “기존 취약 신흥국 이외에도 브라질·인도 등 경제규모가 큰 국가들의 성장세가 예년에 미치지 못하고 경제 펀더멘털에 대한 우려가 부각될 가능성에도 주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내년 반등 중심 아시아, 타 지역은 부진=박 위원은 신흥국 경제의 내년 성장률을 5~6% 반등할 것으로 내다봤다. 올해의 역성장(-3.3%)에 따른 기저효과에 대외수요 회복, 확장적 정책기조 등이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했다.

올해 2분기에는 인도 -23.9%, 러시아 -8.0%, 터키 -9.9% 등 중국을 제외한 대부분 국가가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다. 3분기 들어 선진국을 중심으로 경기둔화세가 완화됐지만, 아직 회복세는 미약한 상황이다. 게다가 4분기 들어 유럽을 중심으로 대대적인 봉쇄가 재개되면서 경기회복 속도가 더욱 느려질 공산이 있다. 주요 기관들도 올해 신흥국 성장률 전망치를 -4.2~-2.1%로 내놓고 있다.

그러나 내년에는 반등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IMF(6.0%), 세계은행(4.6%) 등은 신흥국들이 5~6% 안팎의 반등을 이룰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내년 들어 글로벌 교역증가, 백신 개발, 기저효과 반영 등으로 완만한 회복 흐름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백신과 치료제가 상용화되기 이전에는 대부분의 국가들이 재정확대에 따른 소비 중심의 회복세를 이어갈 전망이다. 특히 대외수요가 개선되면 각국 수출이 올해보다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지역별로 보면 아시아의 반등이 가장 빠를 것으로 예상된다. IMF는 주요 신흥국들 중 아시아의 내년 성장률을 8.0%로 내다봤다. 아세안5 중심의 수출과 내수회복으로 신흥국 평균을 상회하는 가장 빠른 반등을 나타낼 것으로 기대된다는 이유에서다.

아시아 국가 중에서는 중국이 경기반등 효과 등으로 성장을 견인할 전망이다. 하지만 태국, 필리핀, 인도, 인도네시아 등은 관광업 위축, 봉쇄조치 지속으로 회복이 지연될 소지가 있다.

신흥유럽(3.9%)과 중동(3.0%) 등 여타 지역은 위기 이전 수준의 회복이 어려울 전망이다. 특히 중남미(3.6%)는 취약한 방역시스템과 내재 불안요인 등으로 예년에 비해 성장동력이 크게 저하돼, IB 일각에서는 2022년 말에나 예년 수준으로 회복될 것이란 예상도 나오고 있다.

◇부채, 통화정책 한계 등 리스크 남아=신흥국들의 반등을 위협할 리스크 요인으로는 재정 및 부채 리스크, 통화정책 한계, 지정학적 긴장 및 정치불안 등이 꼽힌다.

신흥국의 정부부채는 2019년 대비 12%p 이상 확대될 전망으로 이자부담 및 외화표시 부채 비중도 동반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브라질은 정부부채가 GDP 대비 103%를 기록했고, 인도(90%)와 남아공(83%)도 정부부채 비율이 늘었다. 여기에 내년에도 크게 증가할 전망이다.

아르헨티나는 정부부채 대비 외화표시 부채 비중이 79%에 달해, 외화가 대규모로 이동할 경우 자본유출과 환율절하 리스크가 재차 부각될 소지가 있다. 우크라이나(61%), 터키(53%) 등 취약 신흥국들도 정부부채 대비 외화표시 부채의 비중이 50%를 웃돌고 있다.

박 위원은 “현재 일부 국가(브라질, 인도)를 제외하고 인플레 압력이 나타나고 있지 않으나 내년 경기회복세와 함께 물가상승이 동반될 가능성”이 있다며, 경기부진 장기화 시 신흥국의 금융불안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또 해외 투자기관의 분석을 근거로, 거시 펀더멘털이 크게 약화된 신흥국에서 대외자금 유입 급감 시 중앙은행의 외화자산도 동반 축소돼 금융 시스템 전반의 유동성 경색으로 이어질 우려도 제기했다. 중기이코노미 이창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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