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5월7일 문재인 대통령 당선과 함께 개시한 더불어민주당의 집권 4년차. 국정운영에 무한책임을 가져야 할 집권여당이 재벌개혁을 한다면서 허비했던 시간이다. 적폐세력의 저항 때문에 개혁이 안된다해, 176석의 공룡정당까지 만들어줬음에도. 

재벌개혁 일환으로 발의된 상법·공정거래법·금융그룹감독법. 정부·여당이 작명한 ‘공정경제 3법’이다. 개헌 빼고는 무엇이든 할 수 있는 권능을 가졌다는 집권여당. 지금도 여전히 ‘공정경제’ 구호만 난무한다. 그럼에도 재벌개혁에 대한 의지가 민주당에게 있기나 한 것인지. 

정부·여당이 일감몰아주기 규제대상을 확대하는 공정거래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지만, 국민의힘의 반대로 전체회의 문턱을 넘지 못했다. 여기에 민주당 윤후덕 의원이 일감몰아주기 증여세 부과 기준을 변경하는 상속세 및 증여세법 개정안을 발의하면서, 상황이 더 꼬였다.  

일감몰아주기 증여세는, 수혜법인(일감을 받은 법인)의 지배주주와 특수관계에 있는 법인이 수혜법인에게 일감을 몰아줘 발생한 이익을, 수혜법인 지배주주와 그 친족주주가 증여받은 것으로 보아 과세하는 제도다. 일감몰아주기 증여세 입법취지는 재벌총수 등 대주주 일가의 변칙적인 증여를 통한 부의 이전과 조세회피를 방지하는데 있다. 

현행법상 일감몰아주기 증여세는 법인 전체의 세후영업이익, 총수일가 주식 보유비율, 내부거래비중을 고려해 결정한다. 그런데 윤후덕 의원 상증세법 개정안에 따르면 일감몰아주기 증여세 부과 기준이 법인 전체 세후영업이익에서, 법인과 사업부문 영업이익 중 택일하는 방식으로 변경된다. 이렇게 되면 법인 전체 영업이익이 흑자인 경우에도, 특정 사업부문 손실을 이유로 일감몰아주기 증여세 부담이 대폭 줄어든다. 나아가 법인 내 사업부문별 사업비 조정을 통해 특정 사업부문 손실을 키우는 방식으로 합법적 탈세도 가능해진다. 

집권여당 소속 기획재정위윈장인 윤후덕 의원이 발의한 상증세법 개정안만으로도 일감몰아주기 규제 법안은 빈껍데기가 될 수 있다. 기재위 소속 야당, 국민의힘 추경호 의원은 여기서 한발 더 나갔다. 추 의원은 윤 의원 발의안 내용에 추가해, 수출을 위한 국내 계열사 간 거래도 일감몰아주기 규제대상에서 제외하는 상증세법 개정안을 지난 4일 발의했다.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 등 재벌대기업에게 납품하는 그룹 계열사와, 이들 수출대기업 간의 거래 모두를 내부거래 규제에서 풀어주겠다는 법안이다. 

재벌기업 법인 전체에서 영업이익이 발생해 일감몰아주기 증여세가 부담된다하니, 사업부문 손실을 고려해 증여세를 깎아주겠다고 한다. 그것도 부족하다는 재벌기업의 민원을 수용하면서, 수출제품을 핑계로 증여세 부담을 덜어주겠다고 한다. 

새삼스런 경우도 아니지만, 그래도 아이러니하다. 21대 국회 첫 정기국회. 민주당은 정무위에서 공정거래법 개정을 주도하면서, 일감몰아주기 규제대상을 확대하겠다고 한다. 그런데 기재위에서 민주당은 국민의힘과 야합해, 일감몰아주기 규제 무력화를 시도한다. 일감몰아주기 규제와 관련한 집권여당의 당론이 있는지, 민주당 지도부가 답해야한다. 중기이코노미 논설위원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