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이 공정위로부터 하도급대금을 지급하라는 명령을 받고도 소송전을 벌이며 대금지급을 미룬 사실이 확인됐다. <사진=현대중공업/뉴시스>

현대중공업이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하도급대금의 지급명령을 받았음에도, 소송전을 벌이며 현재까지 대금지급을 이행하지 않은 사실이 확인됐다.

중소벤처기업부는 지난 26일 제14차 의무고발요청 심의위원회를 개최하고, 하도급법 위반 등을 이유로 현대중공업을 검찰에 고발하도록 공정위에 요청하기로 결정했다. 이 결정은 의무고발요청제도에 따른 것이다. 공정위가 고발하지 않은 사건에 대해 중기부 장관이 다른 이유로 고발요청하는 경우, 공정위는 의무적으로 검찰에 고발한다.

앞서 지난 8월 공정위는 현대중공업에 재발방지명령과 함께 하도급대금 2억5563만원과 지연이자를 지급하라는 지급명령을 처분한 바 있다. 

그러나 중기부 관계자는 27일 중기이코노미와의 통화에서 “대금을 현재까지 지급하지 않고 있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배경에는 소송전이 있었다. 공정위에 따르면, 현대중공업은 지급명령을 받은 뒤 9월18일 이에 대한 취소소송을 제기해 현재 재판이 진행 중이다. 이어서 10월16일에는 지급명령에 대한 집행정지 신청을 냈는데, 서울고등법원은 10월31일 이를 기각했다. 

그러나 공정위 관계자는 “(현대중공업이) 다른 원인으로 집행정지 신청을 오늘 다시 한다고 한다”며, “그 집행정지 결과가 나와야, 지급명령이 잘 실행되고 있는지 확인할 수 있는 상황”이라고 중기이코노미에 밝혔다.

지급명령이 이행되지 않았을 때 강제할 수 있는 절차가 있느냐는 질문에는, “위원회의 의결을 거치면 지방법원 1심과 같은 효력이 있다”며, 현중이 이에 불복해 고등법원에 소송을 제기하면 “(소송결과가) 확정될 때까지는 이행할 의무가 생기는게 아니다”라고 답했다. 따라서 “확정될 때까지는 강제할 수 있는 수단이 있는건 아니다”는 설명이다.   

‘지급명령’은 하도급법의 특유한 제도로, 대금을 받지 못한 하도급업체의 피해를 신속하게 구제하는 것이 목적이다. 소송전으로 시일을 지연하다 패소하면 지연이자가 더 불어나기 때문에 우선 대금을 지급한 뒤 소송을 제기할 것이란 전망이 있었으나, 현대중공업은 예상과 달리 취소소송 외에 집행정지 신청을 거듭 내는 방안을 택했다.  

공정위는 앞서서 부당하게 하도급대금을 낮게 결정한 행위에 대해 검찰에 고발하기도 했다. 현대중공업이 A 중소기업을 상대로 한 하도급법 위반 혐의와 대금지급 여부는 법정에서 가려지게 됐다.

◇“원인 규명없이 하도급대금 지급 안해…고의성”=공정위에 따르면, 현대중공업은 지난 2011년 6월14일부터 8월18일 사이 A사로부터 에콰도르 하라미호 화력발전소용 엔진 실린더 헤드 327개를 납품받았다.

이후 3년이 넘은 2014년 10월부터 실린더 헤드에 금이 발생하는 등 하자가 확인됐다. 이에 현대중공업은 하자의 책임이 협력업체에 있다고 주장하며, 대체품 무상 공급을 요구했다.

A사는 하자 보증기간이 2년으로 이미 종료된데다, 하자 책임도 인정할 수 없다며 무상 공급을 거부했다.

이에 현대중공업은 추후 하자 원인을 규명한 후 하도급 대금을 지급하기로 약속했고, 협력업체는 이에 따라 2015년 1월경 108개의 실린더 헤드를 납품했다.

그러나 약속과 달리 현중은 108개 실린더 헤드 하도급 대금 2억5563만원과 현재까지의 지연이자(연 15.5%)를 지급하지 않았다.

중기부는 “현대중공업이 A 중소기업에게 약정한 것과 달리 하자발생 원인을 규명하려는 시도나 노력 없이 현재까지 하도급대금을 지급하지 않는 것은 법 위반에 고의성이 인정”된다고 봤다. 또 “이 사건외에도 A 중소기업에게 기술자료 유용, 하도급대금 부당인하 등 반복적인 불공정행위로 경영상 큰 피해를 입힌 점 등을 고려하여 고발요청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중기이코노미 이창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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