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의 소상공인·자영업자 단체들은 1일 국회 앞에서 유통산업발전법 촉구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사진=한상총련>

“유통규제로 덮인 서울시, 면적 81% 규제대상”. 전경련이 1일 발표한 보도자료 제목이다. 

대규모 유통점포 출점이 제한되는 전통상업보존구역이 서울 전체 면적의 절반(49.7%)이고, 녹지지역을 제외하면, 서울시에서 대규모유통점포 개설이 금지되는 지역이 81%라는 주장이다. 그러면서 “현행 1km 규제만으로도 서울시에서 대형마트 등을 추가로 출점하기는 매우 어려울 것”이란 전망도 덧붙였다. 

전경련이 언급한 ‘1km 규제’는 유통산업발전법이 정한 전통상업보존구역에 관한 규정이다. 이에 따르면 지자체장은 전통시장 등의 경계로부터 반경 1km 이내에서 전통상업보존구역을 지정해, 대규모점포와 준대규모점포의 출점을 제한할 수 있다. 

1km 규제는 2000년대 중반 대형마트와 대기업의 SSM 급증으로 골목상권이 초토화되자, 자영업자·소상공인 생존권 보장을 위해 만들어진 규제다. 끝 모를 욕심을 억제하지 못했던 재벌유통기업 스스로가 만든 덫이다. 

1km 규제에도 불구하고 재벌유통기업의 폭주는 멈추지 않았다. 체인스토어협회에 따르면 2017년 기준 전국에서 운영 중인 대형마트는 518개, 이중 77개가 서울에서 영업한다. 국내 백화점 총 112개 중 32개, 복합쇼핑몰 및 프리미엄아웃렛 72개 중 30개가 서울에 있다. 

서울시내 대형마트와 대규모유통점을 과포화 상태로 만들어 골목상권을 궤멸시켰다. 그것도 성에 차지 않아 이제는, 재벌유통기업 간 과당경쟁으로 스스로를 위태롭게 만들었다. 1km 규제만으로는 유통생태계 자체가 공멸한다는 문제의식에 따라 보다 강력한 규제, 2km 규제가 나온다. 

21대국회에 계류 중인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 전통상업보존구역의 범위를 전통시장 경계로부터 2km로 확대하고, 대규모점포 등의 의무휴업일을 늘렸다. 19대에 이어 20대 국회에도 상정됐지만, 제대로 된 협의조차 없이 폐기됐던 대표적인 민생법안이다. 

전경련이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 의결을 저지하기 위해 19대·20대 국회에서 했듯이, 또다시  규제과잉 카드를 꺼냈다.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소비자들이 선호하는 대형마트·복합쇼핑몰 등 대형유통업체 출점이 실질적으로 불가능해 소비자 후생이 저하된다는 억지주장도 편다. 

그러면서 대규모유통점 난립으로 붕괴되는 지역상권은 물론 지역소득의 지역 외 유출과 이로 인한 지역경제 위기에는 관심조차 없다. 대규모유통점이 들어선 지역의 교통대란과 환경오염 문제도 신경 밖이다. 동네슈퍼·전통시장·골목상점이 사라져, 대형점포 외 선택지가 제한되는 소비자 후생 저하도 외면한다. 

재벌유통대기업의 압력과 로비가 먹혀서인지, 이번 정기국회 역시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을 묻어 둘 것이란 전망이 공공연하게 나온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 11월26일 진행된 산자위 소위에서 유통산업발전법은 논의조차 되지 않았다.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의 국회통과가 물 건너갔다는 얘기는 그래서 나온다. 

그럼에도 전국의 소상공인·자영업자 단체들은 여전히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국회 앞에서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 통과를 촉구하는 집회를 30일째 이어가고 있다. 이들은 지난 1일 유통산업발전법 통과 촉구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날 한 자영업단체장은 “국회 여야 국회의원들은 민생법안부터 챙긴다며 표심을 구하더니 새빨간 거짓말이었다”며 “공약도 안 지키고 아예 논의조차 안하는 이유는 대기업 로비에 넘어가 대기업 눈치보기 때문”이라며 분통을 터뜨렸다.

재벌유통기업 탐욕을 부추기는 전경련의 억지주장과 로비를 뚫고,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이 이번 정기국회 문턱을 넘을 수 있을지 지켜보겠다. 중기이코노미 채민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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