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내견이 되기 전 사회화를 위한 학습과정을 밟고 있는 예비 안내견. 자원봉사자(퍼피워커)와 함께 롯데마트 잠실점을 찾았다가, 직원으로부터 매장 밖으로 나가라는 요구를 받았다. 최초 게시자는 이 과정에서 고성이 오갔다며, 롯데마트 직원의 태도를 비판했다.

롯데마트는 하루만에 사과문을 발표하고, 해당 자원봉사자에게 사과를 전했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안내견 거부 사태에 대한 비판 여론이 끊이지 않는다. 원인은 크게 세 가지다.

먼저, 사과 내용이 문제다. 지난 30일 SNS에 게재한 사과문은 “롯데마트 잠실점을 내방한 퍼피워커와 동반고객 응대과정에서 견주님의 입장을 배려하지 못한 점을 인정하며, 고개숙여 사과의 말씀을 드립니다”라고 썼다. 

“견주님의 입장을 배려하지 못한 점”은 마땅히 사과할 일이나, 이 표현에서 봉사자와 예비 안내견의 출입을 막는 게 장애인복지법을 위반한 위법행위라는 인식을 찾을 수 없다. 장애인복지법에 따르면 장애인과 안내견은 물론이고 훈련자와 자원봉사자의 출입 또한 거부할 수 없다. 송파구청은 이번 사태에 대해 법에 따라 과태료를 부과할 것이라고 밝혔다.

두 번째로,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라도 제대로 했어야 했다. 사과문에는 장애인 이동권을 보장하고, 롯데마트에서 편하게 쇼핑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구축하겠다는 얘기가 보이지 않는다. 뒤늦게라도 안내견과 퍼피워커에 대한 지침과 현장에서의 인식을 명확히 하겠다고 밝힌 것은 좋다. 전 매장에 안내견 출입이 가능하다는 안내문을 게시한 것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롯데마트에 장애인 친화적인 시스템이 있는지는 의문이다. 그런 시스템이 있었다면, 애초 안내견 거부 사태는 일어나지도 않았을 터다.

마지막으로, 롯데가 상생하는 태도로 유명한 회사였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공교롭게도 이 사태가 알려진지 이틀 뒤인 지난 2일, 공정위는 롯데그룹 계열사인 롯데하이마트가 납품업체에게 갑질을 했다며 과징금 10억원을 부과한다고 발표했다. 납품업체 직원을 파견받아 카드발급이나 매장청소 등을 시켰다는데, 대규모유통업법 위반이다. 계약서에 없는 돈 183억원을 부당하게 받아, 이중 160억원을 지점별 회식비나 직원 시상 등에 사용하기도 했다. 

롯데마트와 롯데쇼핑에 이어, 롯데하이마트까지 올해에만 롯데계열 유통업체가 공정위로부터 제재를 받은 게 세 번째다. “역시...”라는 비난 섞인 기사 댓글이 안내견 거부 사태와 겹쳐 더욱 확산되고 있다.

이번 사태로 롯데가 얼마나 달라질지 예단할 수는 없다. 다만, 수많은 소비자와 중소협력업체들은 롯데의 변화를 바랐던 것만은 확실하다. 기대에 부응할지, 롯데의 태도를 지켜보는 눈초리가 매섭다. 중기이코노미 이창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