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고민’, oil on panel, 53.0×45.5cm, 2020.

인간은 누구나 크고 작은 고민을 끌어안고 살아간다. 누군가에겐 그 고민들이 사소한 것일 수 있지만, 다른 누군가에겐 당장 삶을 이어갈 수 없을 정도로 무거운 짐이 되어 어깨를 짓누르곤 한다. 각자가 의식하며 끌어안고 있지만, 막상 해결하기 너무나 어려운 고민들을 가시적인 형태로 표현하는 작가가 있다. 끊임없이 쌓여가는 고민의 감정들을 형과 색으로 표현하는 작가, 조선을 만나보자.

Q. 자신의 작품 세계를 소개해달라

저의 작품은 문제와 고민을 응축되어 있는 덩어리로 표현합니다. 덩어리의 모양과 색 그리고 크기를 고민하는 사람들의 기분과 심정에 따라 다르게 그려내고 있습니다.

Q. 고민의 감정을 작품으로 다루는게 된 계기가 있는가?

성인이 되고 사회를 접하며 자연스레 많은 사람들을 만났습니다. 종종 사회생활을 하고 있는 지인들과 회식이나 사적인 술자리에서 서로의 이야기를 공유하며 시간을 보내곤 했는데, 대부분 쉽게 말할 수 없는 자신의 고민과 결핍 또는 지금 자신에게 처한 힘든 상황에 대한 진지한 이야기들을 많이 나눴던 것 같습니다. 당시 저 또한 말 못할 고민들이 머리 속에 항상 나열되어 있었고, 해결할 수 없는 문제를 해결하려 하루하루 고민하며 살아가고 있었기에 진지한 얘기가 나쁘진 않았습니다.

평소 저는 가까운 이들에게조차 제 고민과 아픔을 숨기고 살았기에 이러한 고민은 끊임없이 거대해져만 갔지만, 저만 힘든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았기에 더욱 주변 사람들에게 말하기 힘들었습니다. 저의 작품은 점점 어두워졌고, 저 또한 고민에 대한 스트레스 때문에 예민하게 변하게 됐습니다.

당시 저에겐 저의 고민이 가장 컸기에 누구의 위로의 말도 들리지 않았습니다. 다만, 그림으로 저를 말하기 시작하면서 조금은 괜찮아졌던 것 같습니다. 일종의 나를 위한 미술치료라고 할까요. 타인에게 쉽게 말할 수 없는 것들을 그림으론 말할 수 있었던 것이죠.

Q. 자신의 작품 세계가 잘 담긴 작품을 추천해준다면?

제가 고민이라는 주제로 처음 그리게 된 ‘큰 고민’이라는 작품을 소개하고 싶습니다. 이 작품은 집과 하나의 불길한 붉은 덩어리가 나오는데 작품에 담긴 이야기는, 집에 들어가고 싶은데 문 앞에 거대한 덩어리가 문을 막고 있어 들어가지도 치우지도 못하는 상태를 표현한 작품입니다.

Q. 본인의 작품 세계 형성에 영향을 준 작가나 작품이 있다면?

‘그늘의 집 green’, oil on canvas, 72.7×60.6cm, 2020.

Q. 감상자는 작품을 통해 무엇을 느끼길 원하는가?

사실 고민이라는 것은 범위가 넓기 때문에 작품을 보고 이렇게 느꼈으면 좋겠다 하는 것은 없지만, 작품을 감상하는 동안엔 자신을 작품에 투영시켜 느껴지는 감정을 보다 순수하고 솔직하게 느꼈으면 좋을 것 같습니다. 예를 들어 작품을 보고 ‘불안하다’ 혹은 ‘답답하다’ ‘슬프다’ 처럼 쉽지만 어려운 감정들 있잖아요.

Q. 주재료로 유화를 사용하는 것 같은데, 그 이유는?

무언가 다른 재료들이 줄 수 없는 강한 인상을 주기 때문입니다. 사람도 인상이 중요하듯 그림도 인상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딱 봤을 때 느껴지는 아우라라고 해야 할까요? 그런 점에서 유화가 주는 아우라는 다른 재료들에 비해 보다 강한 것 같습니다.

Q. 앞으로 어떤 작품을 준비할 계획인가?

지금까지 고민을 거대한 덩어리로 표현했다면, 이젠 덩어리들 즉 고민들을 우리가 익숙했던 상황 속에 넣어 ‘고민은 언제나 우리와 함께한다’라는 메시지를 전하는 작품을 준비해볼 계획입니다.

Q. 작가로서의 가장 큰 고민은 무엇인가?

저는 이제 저의 고민을 쉽게 말할 수 있는지도 모르지만, 또 어찌보면 말할 수 없기도 하기에 그림으로 말할 수 있길 바랍니다. 아마도 지금 당장 느끼고 있는 제 앞에 가장 커다란 고민은 앞으로 작가로서 살아가는 저의 미래에 대한 두려움에서 오는 고민이지 않을까 합니다. 그리고 그 고민들 역시 그림으로서 풀어나갈 수 있게 되길 바랍니다.

Q. 마지막으로 작가 조선의 꿈은 무엇인가?

꿈보단 야망이라고 해야 할까요. 일단 소더비나 크리스티 경매에서 이슈가 되는 작품과 작가들을 봐 왔기에 저도 제 그림을 판매해, 제가 미술계에 존재하며 활동하고 있다는 것을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고 싶습니다. 더불어 미술사라는 역사 위에 제 이름을 남기고 싶습니다. 만약 그럴 수만 있다면 작품을 제작해 나가는 모든 힘든 과정들을 버텨낼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중기이코노미 객원=김찬용 전시해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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