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정기국회에서 심의 중인 상법·공정거래법 개정안과 금융그룹감독법 제정안. 이들 3법을 더불어민주당은 ‘공정경제 3법’이라 명했다. 반면 재계와 국민의힘 등 극우·보수 성향 야당 및 언론은 ‘기업규제 3법’으로 규정했다. 

이들 3법에 대한 재계의 엄살이야 늘 봤던 행태다. 해서 굳이 반박하지 않겠지만, 민주당의 작명에는 분칠과 함께 과장이 포함된 게 사실이다. 예컨대 공정거래법을 개정해 전속고발권을 폐지했다지만, 경성담합 사건 등에만 적용된다. 지주회사의 자회사 지분 보유율을 높였다지만, 신규 자회사만 규제한다. 상법개정안에도 구멍이 많다. 최대주주 등의 의결권을 3%로 제한해 독립적인 감사위원 1인 선출이 가능하도록 했다지만, 감사위원 1인이 할 수 있는 역할은 극히 제한적이다. 

이처럼 ‘공정경제 3법’에 내재한 한계가 분명함에도, ‘공정경제’란 외피 사용을 시민사회가 묵인하고 지원했다. 재계 등이 억지·궤변을 동원해 이들 법안에 반대했기에, 경제민주화 추진을 위한 전략적 고려에 따른 고육지책이었다. 그런데 이런 정도 수준의 입법조차 버거워하는 게 민주당이다. 경제민주화·재벌개혁·공정경제에 대한 의지가 있기나 한 것인지, 민주당에게 묻지 않을 수 없다. 

9일 예정된 정기국회 종료일까지 ‘입법의 시간’은 이제 5일 뿐이다. 3일 오전 김태년 민주당 원내대표는 정책조정회의에서 “공수처법과 공정경제 3법 등 개혁법안을 9일까지 모두 처리하겠다”고 공언했다. 

반나절도 가지 않았다. 같은 날 오후, 이낙연 대표가 입장을 뒤집었다. 이 대표는 미래입법과제 상임위 간사단 연석회의에서 “(공정경제 3법은) 이번 정기국회 내 처리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면서, 한발 물러섰다. 

공정경제 3법과 관련 정기국회 논의 과정을 되짚어보면, 김태년 원내대표의 공언은 완전 거짓말이다. 이낙연 대표의 발언 또한 거짓말에 가깝다. 이번 정기국회 회기 동안 민주당과 국민의힘 간 공정경제 3법 개·제정안에 대한 본격적인 협상이 단 한 차례도 없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지금 이 순간에도 상법개정안 소관 상임위인 법제사법위원회를 국민의힘이 보이콧해, 여당 단독으로 운영 중이다. 하루 이틀 사이 법사위 운영이 정상화돼도, 3%룰에 대한 국민의힘의 반대로 상법개정안 합의는 어렵다. 

공정거래법 개정안 또한 공정위 원안 통과를 전제하지 않으면, 정기국회 회기 내 국회통과가 사실상 불가하다. 앞서 언급했지만, 국민의힘이 공정거래법 개정안 내용을 전혀 검토하지 않아서다. 금융그룹통합법의 경우 제정법임에도 그에 필요한 공청회조차 없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기국회 회기 내 공정경제 3법의 국회통과는 물 건너갔다. 검찰개혁을 둘러싸고 여야 간 극단적인 대립상황을 감안하더라도, 그에 따른 책임은 온전히 집권여당 탓이다. 공정경제 입법 추진전략도 부재했지만, 의지 자체도 없었다고 봐야한다. 아무리 양보해도, 정기국회 내내 공정경제 3법에 대해 단 한 번도 협상조차 하지 않았다는 것은 납득할 수 없기 때문이다. 

두 눈 크게 뜨고 지켜보겠다. 9일 정기국회 폐회 이후 혹 있을지 모르는 임시국회에서 공정경제 3법을 처리할지. 아니면 내년 임시국회, 언제까지 집권여당의 책임을 미루고 방기하는지. 중기이코노미 논설위원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