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크게 증가한 한계기업 비율이 하락하지 않아 경제 역동성과 자원배분 효율성을 떨어뜨린다는 지적이 나왔다. 한계기업이 경제에 주는 부담을 낮추기 위해, 효율적인 구조조정 방안과 함께 노동시장·금융시장 재편 등 종합적인 제도정비가 필요하다는 대안도 함께 나왔다.  

한계기업은 속칭 ‘좀비기업’이라고 부른다. 재무구조가 부실해 영업활동을 통해 벌어들이는 이익으로 이자(금융비용)조차 감당하지 못하는 기업을 말한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 크게 상승했던 한계기업 비율이 하락하지 않고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자본시장연구원 박창균 선임연구위원은 7일 자본시장연구원이 개최한 ‘기업부문 취약성 진단과 과제’ 심포지엄에서 “자산 500~5000억원 기업, 코스닥 상장기업, 일부 대규모 기업집단 소속 기업의 한계기업화가 상당한 수준”이라며 “한계기업은 산업내 다른 기업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강조했다.

박 선임연구위원에 따르면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에 따른 외부감사 대상기업 중 3년이상 이자보상배율이 1 이하인 한계기업은 13% 내외다. 2007년 9.6%였던 한계기업 비율은 2011년 13.1%로 늘었고, 2019년에는 14.3%까지 올라갔다. 여기에 코로나19를 겪으면서, 올해 한계기업 비중은 21.4%까지 치솟는다. 한계기업이 보유한 부채는 259조원, 외감기업 전체 부채 1858조원의 13.5%를 차지했다.

한계기업 탈출에 평균 3.8년 소요, 10년 넘게 머무는 경우도 상당

자본시장연구원에 따르면 2002년 처음 한계기업 상태에 돌입한 기업이 정상화 또는 퇴출을 통해 한계기업 상태를 탈출하는데 평균 3.8년이 소요됐다. 10년 넘게 한계기업에 머물러 있는 경우도 상당수였다. 낮은 수익성과 성장성, 높은 부채비율, 큰 자산규모, 비상장기업, 서비스업 소속 기업 등이 한계기업 탈출 가능성을 낮추는 요인으로 꼽힌다.

박 선임연구위원은 “한계기업 탈출에 소요되는 시간이 길다는 것은, 비효율적 자원배분의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강력하게 시사한다”고 지적했다. 

<그래픽=채민선 기자>   ©중기이코노미

한계기업 퇴출 지연은 정상기업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끼친다. 자본시장연구원에 따르면 한계기업 비중이 1%p 증가할 때마다 정상기업의 요소생산성과 부가가치는 각각 6.75%·8.5% 떨어진다. 설비투자와 임금 또한 각각 2.87% 3.14% 하락한다. 

한계기업 퇴출 촉진을 위한 정책적 개선 필요

박 선임연구위원은 한계기업 퇴출을 촉진하고 자원배분 효율성을 제고하기 위해 ▲고용안전망 강화 ▲시혜적 정책자금 축소 ▲기업구조조정 제도 정비 ▲기업구조조정 활성화를 위한 금융수단 강화 등의 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고용안전망 강화=경직된 노동시장으로 인해 기업구조조정은 노동자 해고로 이어지고, 노동자에게 실직은 생존문제로 직결돼 구조조정에 대한 저항이 클 수밖에 없다. 대기업의 경우 자체 고용뿐 아니라 수직 계열화를 통해 형성된 관계사까지도 문제가 된다. 박 선임연구위원은 구조조정 해고자를 대상으로 한 실업급여와 전직훈련을 강화해, 구조조정에 대한 저항을 완화해야한다고 주장했다. 구조조정을 이유로 해고를 당한 노동자에게 실업급여 수급기간을 현재 210일에서 360일까지 대폭 연장하는 안을 제안했다. 또 업종을 옮겨 재취업하거나 창업을 원하는 노동자를 대상으로 직업훈련 프로그램을 강화하고, 훈련기간 동안 생계를 지원하는 대안도 제시했다. 

◇시혜적 정책자금 축소=박 선임연구위원은 한계기업 퇴출을 가로막는 장애요인으로 작용하는 정책금융, 특히 중소기업 정책금융 규모를 점진적으로 축소하고, 자금배분방식을 시장친화적인 방향으로 전환해야한다고 주장했다. 자본시장연구원에 따르면 국내 중소기업 대출의 18%가 정책자금지원이다. 경제규모나 중소기업 대출시장규모 대비 우리나라 정책자금 비중은 OECD회원국 중에서도 가장 높은 수준이다. 과도한 금융지원 정책은 한계기업의 시장퇴출을 지연시킨다는 점에서, 중소기업 정책자금 규모를 점진적으로 축소해야한다고 주장했다.

◇기업구조조정 제도 정비=워크아웃의 장점은 신속한 의사결정과 신규 자금공급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그러나 담보채권자가 주도하는 워크아웃은 적극적인 회생을 이끌어내기 어렵다는 문제점이 존재한다. 박 선임연구위원은 신속한 의사결정과 신규 자금공급이라는 워크아웃의 장점이 회생절차에서도 구현될 수 있도록, 지속적인 제도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효과적인 부실채권 정리와 기업 경쟁력 회복을 균형있게 추진하기 위한 구조조정 전담기구 설치도 제안했다. 

◇기업구조조정 활성화를 위한 DIP금융 활성화=DIP(Debtor in Possession) 금융은 회생절차가 진행 중인 기업에 기존 경영권을 인정하고, 신규 자금을 지원해 경영 정상화를 도모하는 금융기법이다. 박 선임연구위원은 DIP금융 활성화를 위해 DIP채권의 변제순위를 상향 조정하고, DIP금융 공급자의 회생절차 참여기회를 확대해야한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정책금융기관과 민간이 공동으로 참여하는 DIP금융 전용펀드 확대 등의 방안도 제시했다. 중기이코노미 채민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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