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재난으로 인한 경기침체기에는 급격히 경기가 악화됐다가 다시 급속도로 회복하는 V자형 회복이 반복적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 발생 초기인 올해 초반에, V자형 회복이 재현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 이유이기도 하다. 하지만 코로나19의 양상은 모든 예상을 뛰어넘었고, 그로 인해 세계경제의 회복 패턴도 V자형과 거리가 멀어졌다.

현대경제연구원이 최근 발간한 경제주평 전망을 보면, 한국 경제가 코로나19 이전의 경제 상황으로 도달하는 시기는 2021년 하반기가 될 가능성이 크다. 경기 방향성 시나리오 중에서는, 경기가 완만하게 회복하는 비대칭 U자형 회복 가능성이 가장 크다고 봤다. 반면 L자형 장기침체의 가능성은 낮다고 판단했다. 비대칭 U자형 회복은 경기가 급속도로 악화된 다음 완만하게 회복된다는 의미다. 스포츠 브랜드 나이키의 로고에 빗대 ‘나이키형 회복’이라는 별칭이 붙기도 했다.

다수의 국제기구들도 세계경제의 회복속도에 대해 이와 비슷한 전망을 내놓고 있다. 내년에는 코로나19의 수렁에서 점차 벗어나겠지만, 회복속도가 빠르지는 않을 것이란 예상이다.

세계경제 내년엔 점진적 회복…코로나 재확산 변수

국회 예산정책처의 ‘2021년 및 중기 경제전망’ 보고서는 내년 세계경제의 주요 변수로 “코로나19 재확산과 장기화 여부, 백신 및 치료제 개발을 둘러싼 불확실성, 글로벌 공급망 회복 정도, 소비와 투자 등 내수회복의 속도와 강도, 고용시장 이탈자의 재고용 가능성”을 들었다.

다수의 국제기구들은 내년에 코로나19의 수렁에서 점차 벗어나겠지만, 세계경제 회복속도가 빠르지는 않을 것이라 전망했다.<이미지=이미지투데이>

보고서에 따르면, 주요 국제기구들은 세계경제의 역성장 상황이 내년에는 끝날 것으로 봤다.

대표적으로 IMF는 지난 6월 보고서를 통해 세계경제가 2020년 –4.9%를 기록한 뒤, 2021년에는 5.4%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물론 이것은 코로나19의 재확산이 없을 경우다. 내년에도 또다시 코로나19가 재확산되는 비관적인 시나리오에서는, 세계경제가 0.5% 성장에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OECD의 전망 역시 크게 다르지 않다. 지난 9월 세계경제전망 보고서에서, 세계경제는 2020년 -4.5%, 2021년 5.0% 성장할 것으로 예상했다. 또, 코로나19의 산발적인 지역 확산 지속과 제한적인 경제활동 제약을 전제로, 세계경제가 점진적인 회복세를 보일 것이라 했다. 유럽의 11월 대봉쇄처럼 코로나19가 대대적으로 유행하고 전국적인 봉쇄가 여러 나라에서 동시에 이뤄질 경우엔, 예상보다 세계경제의 추이가 더 나쁠 수 있다.

그러나 국제기구들의 이런 전망은 세계경제가 회복세를 보이던 상황을 근거로 한 것이었다. 실제로 2~3분기 당시만 해도 세계경제는 봉쇄를 해제하고 반등을 시작하는 모습을 보였다. 불행히도 9~10월 사이 미국과 인도는 물론 유럽에서도 코로나19가 대대적으로 재확산됐고, 독일과 영국 등 유럽 주요 국가들이 11월 들어 전국적인 부분봉쇄에 들어갔다. 프랑스 등 일부 국가는 이동금지령과 같은 강도 높은 봉쇄조치를 단행했다. 매일 확진자가 수만명씩 발생하고, 사망자도 매일 수백명에 이르는 위기를 맞아 어쩔 수 없는 선택이다.

문제는 이런 봉쇄조치로 인해 경제가 큰 타격을 입을 것이란 점이다. 독일에서는 11월 부분봉쇄로 인해 25조원 이상의 경제손실이 발생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기도 했다. 크리스마스 등 고비를 넘기지 못한다면, 재확산과 봉쇄의 악순환이 내년까지 이어질 수도 있는 상황이다. 이 경우 세계경제에 대한 국제기구의 전망치보다 더 안 좋은 상황이 펼쳐질 가능성도 있다. 중기이코노미 이창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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