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녕성·길림성·흑룡강성, 북한 국경과 맞닿아 있는 중국의 ‘동북3성’. 중국의 일대일로, 우리나라 신북방정책의 중요한 요충지로 떠올랐다. 그러나 낙후된 산업환경과 낮은 생산성 등으로 우리 중소기업의 진출이 용이하지 않은 지역이기도 하다. 이들 지역의 특성과 정책을 고려하고 정부 간 협력, 협회·기관 간의 협력을 통해 중소기업 진출을 도모하는 방안이 제시됐다.

<자료=심우일 중소기업연구원 명예연구위원>

중소기업연구원이 15일 개최한 ‘글로벌 통상환경의 변화 전망과 대응전략’ 세미나에서 심우일 중소기업연구원 명예연구위원은 ‘동북3성과의 중소기업 협력방안 도출’이라는 주제발표를 통해 “중국 동북지역은 동북아 평화가 정착됐을 때, 한반도 신경제구상 실현의 핵심 거점이며, 중국 중앙정부의 동북진흥에 대한 의지가 강해 성장잠재력이 높은 곳”이라고 평가했다.

동북3성은 1960~1980년대 구소련의 영향을 받아 국유기업 중심 중공업 발전전략으로 중국경제의 큰 아들 역할을 했던 지역이다. 그러나 개혁개방 이후 산업구조조정 지체, 관료주의 등으로 장기적인 경기침체를 겪고 있다.

중국정부는 2000년대 초부터 동북진흥발전전략을 진행했다. 후진타오 주석이 2004년 동북진흥발전전략 4대 핵심프로젝트를 추진했지만, 2010년 초반 이 지역 경제는 다시 하락추세를 이어갔다. 낮은 도시화율과 기업유치 저조로 실업률이 상승하고, 인구유출도 심각했다. 동북3성이 중국경제에서 차지하는 GDRP 규모는 6.5%. 1인당 GDRP도 전국 평균 이하다.

그런데 왜, 동북3성은 새삼 중요한 지역으로 떠오르고 있나. 이 지역은 중국의 일대일로 6대 경제회랑 중 하나인 중몽러(중국-몽골-러시아) 인프라 구축의 중심 지역이다. 또한 일대일로의 북극항로 진출정책이 발표되면서, 한국을 포함한 중몽러 경제회랑이 논의되기 시작됐다. 한반도를 통해 북극항로와 직접 연결할 수 있는 일대일로 북극항로 개발에서, 한반도의 지정학적 강점이 중요해졌기 때문이다.

동북지역은 유리시아 대륙과 태평양을 잇는 교류협력의 거점이면서, 우리에게 지리적으로나 전략적으로 중요한 지역이다. 그러나 대북제재·미중경쟁·코로나19 등 대외여건이 어려운 상황이어서, 우리 중소기업의 동북3성 진출은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자료=심우일 중소기업연구원 명예연구위원>

우리나라 북방경제위원회는 중국 동부지역과의 경제교류협력을 강화하기 위해 4대 중점 추진과제 및 14개 세부과제를 마련해 추진 중이다. 중소벤처기업부도 동북3성과의 관계증진을 위해 새로운 협력채널을 계획하고 있다.

◇요녕성=한국은 동북아국가 중 요녕성의 가장 중요한 투자국 중 하나다. 요녕성 역시 한국이 중국시장을 개척하는데 있어 중요한 전방기지다. 그러나 최근 투자액은 감소세를 보였다. 2017년 이전까지 한국의 중국 직접 투자액에서 요녕성이 차지하는 비중이 최대 8%까지 증가했지만, 최근에는 1% 밑으로 떨어졌다.

요녕성의 2019년 GDP는 2조4909억5000만 위안(한화 약 432조), 전년 동기대비 5.5% 증가했다. 같은 해 수출입액은 약 125조9400억원, 전년 동기와 비교하면 4% 감소했다.

심 연구위원에 따르면 요녕성의 경우 중소기업 핵심 기술수준이 낮음에도 불구하고, 기술개발을 위한 R&D 투자규모가 크지 않다. 장비 및 생산 기술의 노후화로 생산성도 떨어진다. 우리나라의 R&D정책을 공유하고 생산기술 교류, 선진경영기법 전수가 동반된다면, 교류와 협력 수준을 높일 수 있다는 게 심 연구위원의 제안이다.

◇길림성=길림성과 한국 간 경제무역협력은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다. 한국기업은 한중 수교 전인 1986년부터 길림에 투자를 시작했다. 조선족들이 길림성에 많이 거주해, 한국과 교역·문화 교류 분야에서 유리한 조건을 갖췄다. 우리도 연변조선족자치주를 투자의 중요한 지역으로 인식하고 있다. 길림성 외자기업의 45%에 이를 정도로 한국기업이 큰 비중을 차지한다. 

길림성의 2019년 GDP는 1조1726억위안(한화 약 202조1093억원), 전년 동기대비 3% 증가했다. 수출입액은 약 22조4442억원으로 전년 동기와 비교해 4.5% 증가했다.

2018년 경제침체로 길림성 지역 중소기업의 경영난이 심화됐다. 이로 인해 중소기업의 금융조달이 어려웠고, 기술인력 부족으로 부가가치 생산성도 낮다. 길림성 중소기업의 R&D투입 규모는 영업비용대비 0.39%로 전국 평균보다 0.55%p가 낮다. 그러나 길림성은 2018년부터 통합 인증서 발급 정책을 추진하면서, 중소기업의 행정부담을 경감시키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심 연구위원은 길림성 또한 우리기업들이나 기관들이 R&D 정책을 공유하거나, 생산기술·선진 경영기법들을 전한다면, 다양한 교류협력 방안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흑룡강성=한국은 흑룡강성의 전통적인 경제협력 동반자로서 한중수교 이후 상호협력은 강화됐지만, 투자의 등락은 심한 편이다. 흑룡강성은 제조업 비중이 제일 낮은 반면, 1차산업 비중이 23.4%로 다른 지역대비 가장 높다. 2019년 수출입액은 약 32조2073억원, 전년 동기대비 6.7% 증가했다.

제조업의 부가가치가 흑룡강성 GDP의 12%에 불과하다. 현재 흑룡강성 통계에 포함되는 52개 공산품 중 고급 제품에 속하는 항목은 발전소보일러, 발전소증기터빈 등 8개에 불과하다.

심 연구위원은 흑룡강성 기업과 한국 혁신기업이 생산공정과 공장정보화를 교류한다면, 생산성을 높이고 고부가가치산업도 활성화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중국 정책·사회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지재권 보호도 강화해야

동북3성과의 교류확대시 주의할 점도 있다. 우리기업은 중국의 중소기업 정책과 사회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전략적으로 접근해야한다. 특히 중국정부의 ‘차세대 기술융합산업 진흥계획’, ‘소비 진작과 수요 창출 등 내수 확대 전략’을 활용해 진출을 도모할 수 있다.

기술 기반 스타트업이 중국에 진출할 때는 지재권 보호를 강화해, 기술유출을 사전에 차단하는 것도 특히 중요하다.

방대한 면적에 1억 인구가 산재해 있는 동북3성. 인력과 물류의 흐름이 원활하지 않고 항구이용이 어렵다는 점도 유의해야한다. 또 신북방지역은 대체로 우리나라보다 발전수준이나 도시화수준이 낮다는 점도 고려대상이다.

심 연구위원은 정치·외교적 문제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는 정부차원의 협력과제를 발굴해, 민간 중소기업이 피해를 입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각 성의 중소기업 현안과 관련된 양국 정부의 협력방안을 도출하려는 노력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기업 대 기업의 비즈니스 매칭보다 양국의 협회·기간 간 연계를 모색하는 것도 방법이다. 중기이코노미 채민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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