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수의 콘텐츠 기업이 콘텐츠 시장 전체 매출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데다, 넷플릭스·구글 등 외국 거대 콘텐츠 플랫폼 기업들도 등장하면서 영세한 콘텐츠 기업의 불공정 거래 피해가 잇따르고 있다. ‘공정거래법’과 ‘예술인복지법’ 등 현행법으로 보호받지 못하는 영세 콘텐츠 기업의 피해가 커지는 상황에서, 불공정 행위의 유형을 명확하게 법률에 명시하고 이를 제재할 수 있는 실질적인 수단을 강구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박종현 국민대학교 법과대학 교수는 더불어민주당 유정주 의원과 문화체육관광부, 한국콘텐츠진흥원이 16일 공동 주최한 ‘문화산업 공정 유통환경 조성을 위한 법제도 개선 세미나’에서 “문화산업은 복잡한 유통과 산업구조 속에서 다양한 불공정 행위가 출연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불공정 행위 금지를 법제화하고 상생협약 체결 등을 통해 건전한 생태계를 조성, 세계시장에서의 경쟁력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현행법에서 제재 못하는 문화산업 분야 불공정 행위

우리나라 콘텐츠 산업은 지난해 매출액 125조원으로 세계 7위로 도약했고, 사상 처음 100억불을 넘는 성과를 거뒀다. 영화 ‘기생충’의 아카데미 수상과 ‘방탄소년단’의 빌보드 1위 등에서 보듯이, 대한민국 콘텐츠는 하나의 고유 브랜드로 국제적 위상을 높여가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한국 콘텐츠 기업의 영세성을 비롯, 소수의 대형 플랫폼과 다수의 제작사 간 구조적인 불공정 관행과 불균형은 심각하다.

현행 콘텐츠산업진흥법 제24조 공정한 유통환경 조성 및 제25조 표준계약서 조항은 지식재산권 양도 요구 외에는 불공정 행위의 구체적인 유형을 적시하지 못하고 있다. 문화산업진흥기본법 제12조의2 공정한 거래질서 구축의 경우도 문화콘텐츠 사업자의 불공정 행위를 금지하는 일반규정으로, 이 또한 지식재산권 양도 요구 외에는 불공정 행위에 대한 구체적인 유형을 규정하고 있지 않다.

이밖에도 ‘음악산업진흥에 관한 법률’, ‘만화진흥에 관한 법률’, ‘출판문화산업진흥법’, ‘인쇄문화산업진흥법’, ‘영화 및 비디오물의 진흥에 관한 법률’ 등을 보면, 공정환경과 불공정 행위와 관련해 상세히 규정하는 법도 있지만 선언적으로만 언급한 법도 있는 등 장르별 규정이 상이하다.

공정거래법 23조에서는 불공정 거래 행위의 금지 규정을 마련하고 있지만, 문화산업의 특수성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문화산업의 불공정 행위를 구체적이고 적절하게 막지 못한다.

문화산업 공정 유통환경 조성 위한 법제도 마련해야

<그래픽=채민선 기자>   ©중기이코노미

박종현 교수는 문화산업의 공정한 유통 환경조성을 위해서는 주로 콘텐츠 유통사-제작사, 대기업-중소기업 등 기업간 공정성을 확보하고 불공정 거래에 대한 규제를 중심으로 관련법을 제정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유통사업자의 우월적 지위로 인한 불공정 거래와 불평등한 수익배분구조 등 영세기업에게 불리한 유통환경을 개선해야 한다는 것이다.

다만 사각지대에 놓인 개인 제작자, 스태프 등에 대한 불공정 관행을 규제하기 위해서는 고용관계가 인정되는 경우 근로기준법을 우선 제공하고, 예술인복지법 상 예술인에 해당하는 경우 예술인복지법을 적용할 수 있다.

무엇보다 문화산업의 공정한 생태계 조성을 위해서는 불공정 행위를 유형화하고, 법상 금지행위를 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박 교수가 제시한 법상 금지행위는 공정한 유통환경 조성과 관련해 ▲부당한 제작활동 개입행위 금지 ▲수령거부 및 유통거부행위 금지 ▲소요되는 비용을 보상하지 않는 행위 금지 ▲문화산업 관련 기술자료 및 정보의 제공을 강요하거나 유용하는 행위 금지 ▲판촉 및 유통비용 전가금지 의무 ▲부당한 유통 차별금지 의무 등이 있다.

다양성 증진 및 창작, 제작기반 보호를 위한 금지행위는 ▲사재기 및 구매강요 금지 ▲가격후려치기 금지 ▲현저히 낮은 수준으로 수익배분 하는 행위 금지 ▲보복조치행위 금지 등이 있다.

제재조치 규정하고, 상생협약 체결·준수하도록 해야

이와함께 불공정 행위의 재발방지를 위한 시정명령, 형사처벌, 벌금형 등의 제재조치도 필요하다.

신고에 따른 사후 제재 보다는 사전적으로 공정한 유통구조를 구축하고, 업계가 자율적으로 협약을 체결해 준수하는 방향으로 유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박 교수는 강조했다.

불공정 행위에 대한 규제 업무가 공정거래위원회와 문화체육관광부 간 중복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이에대해 박 교수는 사업규모의 영세성과 특수성으로 인해 문화산업 분야의 공정환경 조성 이슈가 외면받아온 상황(공정위 업무 사각지대로서의 문화산업 분야)을 고려할 때, 그리고 공정거래분야 쟁점(문화예술용역에서의 불공정 행위)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제정된 ‘예술인복지법’ 사례를 고려할 때, 문화산업 특수성을 주장할 경우 공정위에서도 업무 분담을 허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할 수 있다고 했다. 중기이코노미 채민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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