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에서 예술의 의미를 모색하는 곽덕준의 작업은 신문을 소재로 하고 있는 것이 많다. 종이 신문 안에는 나름의 형식이 존재하고 있다. 매일 발행되기 때문에 날짜가 중요한 요소이고, 풍자를 일삼는 시사만화도 한편에 등장한다.

‘클린턴과 곽-1’, 사진, 400×300cm, 1999, 국립현대미술관 소장.

◇정체성의 모색…소시민부터 대통령까지=신문에 가장 많이 등장하는 사람 중 하나인 미국의 대통령과 자신의 사진을 함께 편집한 ‘대통령’시리즈는 1974년부터 제작되기 시작해 대중들에게 가장 많은 선호를 받은 작품이다.

이는 타임지에 미국 대선 이후 새로운 대통령의 얼굴이 표지에 등장하는데, 그 표지를 상단에 두고 사진 하단에 자신의 얼굴을 배치하는 꼴라주 형식의 작품이다. 곽덕준이 생각하는 가장 힘이 없는 존재인 자신과 세상에서 가장 큰 권력을 지니고 있는 이의 모습을 한 화면에 보여주고 있다.

이 화면 안에는 작가가 얼핏 보면 같은 이미지로 보일 수 있도록 다양한 요소를 활용했다. ‘클린턴과 곽’ 작품에서는 보통 익숙한 것이 먼저 눈에 들어오기에 작품을 마주했을 때 타임(Time)지의 표제와 익숙한 대통령 얼굴이 먼저 눈에 들어오고 시선의 흐름에 따라 작가의 하관이 눈에 보인다.

그러나 이와 비슷한 위치에 작가의 손이 등장하고 그 손에 따라 작가의 존재를 우리는 화면에서 찾아볼 수 있는 구성이다.

곽덕준은 이 작품에서 권력이 지니는 무의미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나 타임지와 미국의 대통령 그리고 곽덕준의 모습까지, 오늘을 살아가는 이들의 모습을 한 화면에 같은 비율로 구성된 화면을 보고, 관람객들은 슬며시 웃음 지으며 이 작품 어디에선가 자신의 모습도 찾을 수 있기 때문에 많은 호응이 있었을 것이다.

‘타임 1982.5.17.’, 캔버스에 아크릴릭, 신문 꼴라주, 130×162cm, 1982, 국립현대미술관 소장.

◇+, -, 0의 서사구조=일상의 사물들을 측정하고, 또 사소한 기물들을 예술화하는 능력부터 진지한 이야기와 함께 낙서하듯 비판하는 냉소적인 모습까지 곽덕준의 작품은 다양한 모습으로 우리에게 즐거움을 준다. 누구나 조금이라도 유명해지면 창작자의 자의식은 과잉되기 마련인데, 곽덕준은 작품을 창작하며 늘 자신을 낮추고, 상황에서 벗어나 관조적인 자세로 재미의 코드를 찾아냈다.

작가는 이러한 자신의 작품은 ‘+, -, 0(플러스, 마이너스, 제로)’의 서사구조를 지니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이처럼 곽덕준은 자신의 완벽한 세계를 구축하기보다 타인의 개입을 통해 그 사유의 완성을 유도하고 있는 것이다. 가장 낮은 자세를 취하며 타인의 생각을 들어보는 자세는 사실 정치인들에게 요구되는 덕목이다.

곽덕준이 개념미술과 팝아트의 어디쯤에서 이러한 소재와 태도로 지속적으로 작업을 하며 대중들에게 진정성 있게 다가오는 것은, 강대국들의 권력 다툼으로 자신의 진짜 국적을 잃어버린 곽덕준이 원하는, 세상의 어디쯤에 있을 수도 있는 자신의 지도자가 있는 곳을 그들도 원하기 때문이 아닐까. (중기이코노미 객원=김태현 미술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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