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이 저물고 있다. 코로나로 시작해 코로나로 마무리 되는 전대미문의 한 해였다. ‘K-방역’과 높은 국민의식 덕분에 그나마 대한민국은 선방했다는 평을 받고 있음에도, 코로나19 확진자는 10개월여 만에 5만명을 넘었다. 주요 선진국은 말 그대로 대유행이 이어지고 있다. 여러 경제적 수치를 나열하지 않아도 2020년 지구촌은 한마디로 혼란 그 자체였다.

이런 가운데 올해 국내기업 10곳 중 7곳은 코로나 영향으로 경영 목표치를 달성하지 못했다는 통계자료가 나왔다. 구인구직 매칭 플랫폼 사람인이 기업 333개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올해 경영실적 현황 결과를 보면 중소기업은 73.4%, 대기업은 이보다 낮은 59.1%가 목표치에 도달하지 못했다고 한다. 대기업과 중소기업간 격차가 크다. 또, 지난해와 비교해 올해 실적이 감소했다고 밝힌 기업은 중소기업이 50.6%, 대기업이 45.5%에 이른다. 

대기업과 중소기업간 불균형이 더 심화되지 않을까 우려되는 대목이다. 사내보유금이라도 있는 대기업이나 우량 중견기업은 실적 감소를 버틸 여력이 그나마 있겠지만, 한해 한해 손익분기점 수준에서 회사를 운영하는 다수의 중소기업의 경우 매출감소는 심각한 타격을 줄 수밖에 없다. 

2020년 경제위기의 직격탄은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이 껴안았다. 지금 상태가 조금만 더 이어지면, 자발적 회복은 기대하기 어렵게 되고 아래로부터의 붕괴가 걱정된다. 사진은 서울 중구 황학동 주방거리 중고매입 상점에 쌓여 있는 식당용 중고 그릇.<사진=뉴시스>

여기에 내년에도 코로나19 영향권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면 상황은 더 심각해진다. 대기업과 중소기업간 불균형 심화 차원을 넘어, 경제의 근본질서 파괴가 우려되기 때문이다.

1997년 IMF 외환위기 후유증은 강산이 두 번이나 바뀐 지금까지도 여전히 대한민국 경제에 흔적을 남기고 있다. 회복이나 극복해야 할 대상이 아니라 그냥 안고 가야할 고질병 같이 남았다. 무엇보다 외환위기 이후 우리 사회에 남은 뿌리 깊은 불평등은 뼈아픈 상흔이 됐다.

2020년이 혹여 제2의 외환위기와 같은 결과로 이어지지 않을까 하는 괜한 걱정이 앞선다. 외환위기 당시 대기업을 시작으로 협력업체마저 연쇄부도 피해를 입었다면, 코로나발 경제 타격은 다소 다른 모양새다. 이번에 발표된 수치에서도 감지할 수 있지만, 2020년 경제위기의 직격탄은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이 껴안았다. 지금 상태가 조금만 더 이어지면, 자발적 회복은 기대하기 어렵게 되고 아래로부터의 붕괴가 걱정된다.

코로나19의 심각한 확산세를 감안해, 일부 전문가뿐만 아니라 정치권 여기에 더해 소상공인들도 가장 강력한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인 3단계로의 격상을 요구하고 있다. 정부가 쉽게 결정하기 어려운 것은 ‘경제’라는 이유가 이면에 있기 때문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 

10개월이 넘는 기간 동안 국민과 정부의 노력이 끝까지 성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오늘만 넘기면 끝이 아니라 내일이 다시 오늘로 반복돼서는 안된다는 점이다. 당장 오늘을 버틸 지원금 지급을 넘어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이 자리를 지킬 수 있도록 내일을 내다보는 정책이 시급한 것이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소상공인간의 격차를 줄여 갈 수 있는 회복력을 잃지 않도록 말이다. 중기이코노미 채민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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