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의 쓴맛과 설탕의 닷만처럼 감정도 똑같지. 쓸모없는 감정이란 없어. 단지 조절해야 할 감정이 있을 뿐이지.” 이 말은 함규정님이 집필한 ‘감정을 다스리는 사람 감정에 휘둘리는 사람’에 소개된 글귀다.

인간은 각자의 삶의 경험에 따라 서로 다른 감정들을 품고 살아간다. 누군가는 밝고 희망찬 감정을 중심에 두고 살아갈 수도, 다른 누군가는 무겁고 어두운 기억을 곁에 두고 살아갈지도 모를 일이다. 자신에게 잔존하는 기억을 캔버스라는 공간 안에 풀어내 응시하며 극복해 나가는 작가가 있다. 세련되고 모던한 표현 속에 자신의 이야기를 담아내는 작가 김지윤의 작품을 만나보자.

‘나를 마주하다’, 65.1×90.9cm, Acrylic on canvas, 2020.

Q. 자신의 작품세계를 소개한다면?

저는 계속해서 이어져오는 부정적인 감정과 기억을 비밀일기처럼 풀어내는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과거와 현재의 내 이야기를 풀어내고 기억 그대로를 표현하기도 하고, 과거와 현재의 데자뷰같은 상황들을 합쳐서 보여주기도 하며, 부정적인 감정들이 만들어낸 기억의 혼란이나 좋지 않은 상상들을 작품에 보여주기도 합니다. 기억은 완전하고 완벽하게 기억되지 않고 거기에 감정이 앞서면 기억은 왜곡되기도 하고 흐려지기도 하죠. 그래서 불안정한 공간을 표현하고 거기에 저의 기억의 일부를 담아내어 공간에 무기력한 ‘나’라는 상징을 풀어내는 이야기를 해오고 있습니다.

Q. 개인의 공간과 외부에 대한 경계의 작품을 다루는게 된 계기가 있는가?

어릴 적 부터 방 밖에서 들리는 소리에 예민했는데, 혼자 자취를 하기 시작하면서 아예 외부를 경계하기 시작하게 된 것이 작품의 계기가 되었습니다. 유년기에 내 방 문 너머에서 다가오는 것에 대한 트라우마가 생겼고, 그 때 생긴 부정적인 감정이 지금까지 영향을 주고있었습니다. 혼자 살기 시작하면서 더 많은 상황과 부정적인 감정들이 생겼고, 이를 작품으로 풀어내게 된 것입니다. 그래서 경계를 시작으로 트라우마, 부정적인 감정, 기억 등에 대한 주제로 작품을 이어나가고 있습니다.

Q. 자신의 작품세계가 잘 담긴 작품을 추천해준다면?

올해 작업한 ‘나를 마주하다’ 라는 작업을 추천드립니다. 이 작업은 작품 위에 저를 그대로 담아내 보았습니다. 제목 그대로 자신을 마주한 작품인데 과거의 기억을 그려내고 현재의 저를 찍어낸 작품이라서, 이 작품으로 저의 작품세계를 조금 알 수 있다는 느낌을 받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Q. 본인의 작품세계 형성에 영향을 준 작가나 작품이 있다면?

딱히 그런 작가나 작품은 없습니다. 저의 이야기를 풀어내면서 계속해서 정리하고 다듬으면서 지금의 작품세계를 형성해왔습니다. 그래서 특정 작가들에게서 영향을 받았던 것은 없는 것 같습니다.

‘모든 것을 들었다’, 45.5×60.6cm, Acrylic on canvas, 2020.

Q. 감상자는 작품을 통해 무엇을 느끼길 원하는가?

저의 기억 속 공간의 한 부분을 저의 이야기로 그려냈지만, 추상적이고 제가 없는 빈 공간에 감상자만의 이야기를 또 대입해서 바라보면 감상자만의 이야기를 풀어낼 수 있을 것이란 생각이 듭니다. 감상자가 저의 부정적인 감정이 담긴 작품에 공감하지 않아도 좋습니다. 사실 공감을 바라고 작업을 하지 않기 때문에 감상자만의 기억 속 상황을 제가 만들어낸 공간에서 새롭게 펼치며 각자 자신의 감상을 하기를 바랍니다.

Q. 주로 변형 캔버스를 사용하는 것 같은데, 선호하는 재료가 있다면 그 이유는?

주로 아크릴물감으로 변형 캔버스에 작업을 합니다. 아크릴로 담백하고 깔끔하게 제 작업을 그려내는 것이 좋았습니다. 아크릴판이나 렌티큘러 같은 오브제를 같이 쓰는 것도 공간이나 기억을 좀 더 편하게 드러내기 좋아서 종종 쓰는 편입니다.

Q. 앞으로 어떤 작품을 준비할 계획인가?

제가 말하고자 하는 내용과 작품에 맞는 다양한 오브제를 같이 써볼 생각입니다. 지금은 아니지만 좀 더 나중에는 공간 자체, 전시장 자체를 넓게 활용하는 작업도 해 볼 생각이고요. 저의 시공간을 압축시킨 평면작업에서 조금 더 입체적으로도 표현해 보고 싶습니다.

Q. 작가로서의 가장 큰 고민은 무엇인가?

작품의 구성에 대한 고민이 많습니다. 많은 것을 담아내는 작품이 아니다보니 너무 추상적으로 보이게 가고 싶지도, 너무 설명적인 작품으로 가고 싶지도 않아 그 중간에서 완성해야 하는 고민이 현재로선 가장 큽니다.

Q. 마지막으로 김지윤 작가의 꿈은?

공간과 나의 이야기를 잘 풀어내는 작가가 되고 싶습니다. 좀 더 솔직하게 저의 이야기도 풀어내면서 본인을 잘 나타내는 작업을 하는 작가로 성장하고 싶습니다. (중기이코노미 객원=김찬용 전시해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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