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내년도 기준금리를 완화 기조로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사진은 지난 17일 한국은행에서 열린 물가안정목표 운영상황 점검 설명회 겸 송년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는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사진=한국은행/뉴시스>

연말연초를 맞아 ‘새해에는 바뀌는 것’들을 소개하는 기사가 쏟아지고 있지만, 한가지 중요한 분야는 내년에도 바뀌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저금리 기조다. 한국은행은 지난 25일 내놓은 ‘2021년 통화신용정책 운영방향’에서, 내년도 기준금리는 완화기조를 유지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성장세 회복을 지원하고 물가상승률이 목표수준에서 안정될 수 있도록” 하겠다는 목적에서다. 

단, 한국은행은 기준금리를 어느 정도로 유지하겠다고 수치를 제시하지는 않았다. 기준금리를 어느 정도 완화적인 수준에서 운용할 것인지는 “국내외 코로나19 전개 상황, 주요국의 통화·재정정책 운용, 글로벌 교역 여건 변화 등이 국내 거시경제 흐름 및 금융안정 상황에 미치는 영향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서 신중히 판단”하겠다고 했다.

기준금리가 즉각 대출금리를 결정하는 것은 아니지만 인상 시 대출금리 상승 원인이 될 수 있다. 코로나19 재확산으로 휴업 등 어려움을 겪고 있는 기업들과 소상공인을 지원하겠다는 취지를 확인할 수 있다.

통화정책의 완화기조 유지는 다양한 경로로 예상된 바다. 당장 코로나19로 인한 경제위기가 가시지 않은 상황이다. 미국이 금리동결을 결정하는 등 주요 국가들의 결정도 크게 다르지 않다.

◇세계경제 불확실성 여전하다=한국은행은 주요국의 통화·재정정책에 대해 “코로나19 전개 상황의 불확실성, 낮은 인플레이션 등으로 완화 기조를 이어갈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대표적으로 미국은 지난 17일 기준금리를 현 0.00~0.25%에서 동결한다고 밝혔다. 올해 3월 기존 1.00∼1.25%에서 현재 수준으로 낮춘 이후 계속해서 제로금리를 유지하고 있다. 2023년까지 제로금리를 유지할 것이란 전망도 나왔다.

미국의 제로금리 기조 유지는 한국이 단기간 내에 금리를 올리지 않아도 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미국이 기준금리를 인상하면 한국도 금리인상 압박을 받게 된다. 미국의 기준금리가 한국보다 높으면 외국인 자금이 미국으로 유출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한국 역시 금리를 높이는 대응에 나서게 된다.

한은은 내년도 세계경제가 백신 및 치료제 개발 진전, 주요국의 경기부양책 지속, 투자심리 및 교역 개선 등으로 완만한 회복세를 나타낼 것으로 전망되나, 코로나19 전개에 따른 성장경로의 불확실성은 높은 것으로 평가했다.

선진국들은 코로나19 재확산 영향으로 회복세가 일시 약화되고 있으나 확장적 통화·재정정책 등에 힘입어 회복 흐름을 지속할 것으로 전망했다.

신흥국의 경우 중국이 양호한 회복세를 지속할 것으로 예상되며, 여타 신흥국은 코로나19의 영향 지속 등으로 개선세가 다소 더딜 가능성이 엿보이고 있다.

코로나19 확산 이후 시작된 불확실성은 여전할 것으로 예상했다. 백신 보급 전 코로나19의 재확산과 이동제한 조치, 백신의 안전성 검증과 대량생산·접종 시기 등의 불확실성 요인이 잠재해 있다고 이유를 들었다.

글로벌 인플레이션은 올해보다 오름세가 확대되겠으나, 낮은 수요압력 등으로 상승폭은 제한적일 것으로 내다봤다.

◇국내 고용, 부문별 회복속도 차이=국내경제는 수출과 투자를 중심으로 완만한 회복세를 나타내겠지만, 최근 코로나19의 재확산 등에 따른 불안요인이 잠재해 있다고 했다.

내년도 수출은 글로벌 경기 및 교역 회복에 힘입어 개선세를 지속하는 가운데 설비투자가 양호한 흐름을 이어가고 건설투자 부진도 점차 완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민간소비는 코로나19의 영향, 가계 소득여건 개선 지연 등으로 회복세가 더딜 전망이다.

한국은행은 향후 국내경제 성장세는 코로나19 전개 상황에 크게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여 성장전망 경로의 불확실성은 여전히 높은 것으로 평가했다.

상방요인으로는 코로나19 백신 및 치료제 상용화, 국내외 경기부양책 확대, 글로벌 무역환경 개선 등을 꼽았다. 하방요인으로는 국내외 코로나19 확산 심화, 반도체 경기회복 지연, 미·중 갈등 심화 등을 들었다.

고용의 경우 국내경기 회복과 함께 부진이 완화되겠으나, 회복속도가 완만하고 부문별 회복 양상이 차별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한국은행은 “고용안정 역할 강화 요구에 대해 주요국 중앙은행 사례 및 외부 전문가 의견 등을 참고하여 우리나라 상황에 적합한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혀, 향후 고용상황과 연계된 통화정책이 나올 가능성도 엿보인다. 중기이코노미 이창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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