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대유행으로 정부의 집합금지·집합제한 명령이 반복되면서 중소상인·자영업자는 영업을 중단하거나 줄일 수 밖에 없었고, 이에 따라 매출과 소득도 크게 감소했다. 하지만 고정비 성격인 상가임대료는 변함없이 발생하고 있다. 감염병 예방을 위한 국가의 집합금지·제한 명령인 만큼, 이에 대한 국가의 역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양창영 변호사는 더불어민주당 이동주·이성만 의원이 최근 국회에서 개최한 ‘코로나19 공정임대료를 위한 토론회’에서,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영업상 위기에 처한 임차인을 보상으로 지원하는 것으로는 부족하다”며, “임대소득과 사업소득 모두 사회적 위기에 따른 부담을 공평하게 지는 것이 공정하다”고 말했다. 또, 부담의 공평한 기준을 국가가 제시하는 것이 바람직하며, 이를 위해 임대료 멈춤법의 조속한 통과가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그래픽=채민선 기자>   ©중기이코노미

중기벤처기업부가 최근 발표한 2019 소상공인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소상공인 사업자 중 임차 사업장은 전년보다 0.5%p 증가한 79.3%를 차지한다. 소상공인 사업자 10명중 8명은 상가를 임차해 영업을 하고 있다는 얘기다.

코로나19 대유행은 자영업 매출에 큰 타격을 줬다. 한국신용데이터에 따르면, 8월 셋째주 서울 소상공인 매출액은 전년 같은 기간 대비 24.7% 감소했다. 더불어민주당 이동주 의원이 30일 내놓은 보도자료에 따르면, 12월 넷째주(21일~27일) 서울 소상공인 매출은 전년 같은 기간 대비 무려 61%가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크리스마스가 낀 연말대목으로 매출이 높은 기간임을 고려하면, 그 피해의 정도를 짐작할 수 있다.

반면 외부의 환경 변화와는 관계없이 임대료는 발생하고,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임차인은 임대료 부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코로나19 대유행 초기에 착한임대료 캠페인이 진행되기도 했지만, 자발적 임대료 인하 운동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주요국은 감염병 피해에 따라 정부가 직접 관여

해외에서도 마찬가지다. 코로나19 팬데믹을 겪으며 해외에서도 임대료 부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여러 정책들이 이미 시행되고 있다. 

양 변호사는 “임대료가 임대인과 임차인 사이의 자율적 계약에 의해 정해지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직접 관여하는 사례들이 적지 않다”며, “임대료 연체를 이유로 계약해지 제한, 강제퇴거 금지, 압류금지, 임대료 감액 등의 조치를 통해 임대인의 권리를 제한하고 정부가 직접 종전 계약에 관여하는 방향을 보이고 있다”고 소개했다.

미국은 코로나바이러스 지원 구제 및 경제적 보장법(CARES법)을 지난 3월 제정했다. 주택과 상가에 대해 시행일로부터 120일 동안 차임연체로 인해 강제퇴거 개시, 연체료·위약금·기타 수수료 부과 등을 금지해 임차인을 보호하고 있다. 또한 임대인이 대출금을 갚지 못하더라도 금융기관이 압류하는 것을 금지했다.

캐나다 온타리오주는 중소기업보호법 개정을 통해 중소기업 구제를 위한 캐나다 긴급 상업용 임대 지원정책을 시행했다. 부동산 소유자들이 4월~9월까지 임대료의 최소 75%를 감면해주고, 정부는 그 임대료의 50%를 부담해 임차인은 임대료의 최대 25%만 부담한다.

호주 연방정부는 올해 3월 상업용 임차인을 위해 6개월간 퇴거를 유예하고, 정부가 개입하겠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뉴사우스웨일스주는 연방정부 성명을 토대로 임대인에게 부과하는 토지세, 공과금 등이 감면됐다면 임대료도 동일하게 감액해야 한다고 발표했다. 또, 셧다운에 의한 영업중단으로 피해를 입은 임차인에 대해 임대차계약 해지, 퇴거, 건물압류, 보증금차감, 손해배상청구 등 임대인의 권리행사를 금지했다.

‘임대료 멈춤법’으로 국가가 분쟁해결 기준 제시를

현행 감염병예방법은 손실보상을 규정하고 있다. 감염병관리기관, 격리시설, 의료기관을 보상대상 기관으로 정하고, 감염병 전파의 위험이 있는 음식물의 판매수령을 금지하거나 그 음식물의 폐기나 그 밖의 필요한 처분을 명하는 경우 등을 손실 보상사유로 정하고 있다. 자영업의 영업을 제한하는 집합금지 또는 집합제한은 손실보상 사유로 규정하고 있지 않다.

<그래픽=채민선 기자>   ©중기이코노미

국회는 올해 9월 ‘상가건물임대차 보호법’을 개정해,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른 제1급감염병 등에 의한 경제사정의 변동이 발생하는 경우 장래의 차임 또는 보증금에 대해 증감을 청구할 수 있게 했다.

이에따라 임차인은 감액청구를 할 수 있지만 임대인이 거절할 경우 차임감액청구소송 절차를 거쳐야 하고, 이에는 적지 않은 비용(감액받을 수 있는 임대료에 비하면 소송의 경제적 가치가 없을 만큼)이 들고, 1년 가량의 시간(1심 판결을 받기까지)이 걸릴 수 있다.

양 변호사는 “차임증감청구권의 경우 임대인과 임차인이 분쟁해결 주체가 되기 때문에 국가에 의한 집합금지나 제한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임대인과 임차인이 해결하도록 하는 것은 사회적 재난에 의한 국가의 조치를 개인에게 떠넘기는 결과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현재 국회에는 감염병예방법에 의한 집합금지 또는 제한이 내려진 업종의 차임금액을 직접 감액하거나 면제하는 것을 명문화하는 여러 건의 ‘임대료 멈춤법’이 발의돼 있다.

양 변호사는 감염병을 예방하고 확산을 차단해서 국민의 건강과 안전을 지키고자 하는 공익을 실현하기 위해 국가가 집합금지나 제한 조치를 했다면, 임대인과 임차인에게 임대료분쟁 해결을 그대로 맡겨두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국가가 일정한 범위에서 개입하고 분쟁해결의 기준을 제시함으로써 신속하고 공평한 해결에 이를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 양 변호사의 설명이다. 중기이코노미 채민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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